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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x24 Gethsemane 잡담

our town 2007. 5. 9. 08:19


  SCULLY: Mulder, the only lie here is the one that you continue to believe.

  MULDER: After all I've seen and experienced, I refuse to believe that it's NOT true!

  SCULLY:Because it's easier to believe the lie. Isn't it?

  MULDER: What the hell did that guy say to you, that you believe his story!?

  SCULLY: He said that the men behind this hoax... behind these lies...
                    gave me this disease to make you believe.


  - 4x24 Gethsemane




  미국에서의 방송 시기에 주목해 크리스마스 에피를 집어낼 수 있게 되기까지 아주 오랫동안 나는 겟세마네가 4시즌 크리스마스 에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 4시즌 크리스마스 에피는 Musings of CSM 존재의 저편.) 그건 스컬리 식구들이 명절상처럼 잘 차린 식탁 앞에 모여 앉은 모습을 에피 초입에 봤기 때문이기도 했고, 멀더가 자기가 걸어온 길을 반추하게 되는 설정이 연말 분위기에 맞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맥락에서 멀더가 자살을 결심하는 결말이 그리 뜬금없지만은 않다 받아들였던 기억이다. 그렇다고 충격받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연말엔 사람들이 지나온 삶 - 단순히 그 1년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 - 을 정리하는 심리상태가 되는 것도 당연하고, 그러다 보니 멀더가 그런 일을 맞닥뜨리고는 자살을 결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생각했던 것 같다.


  게다가 멀더가 자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느꼈던 것이, 나는 그 직전에 크리취고가 전한 '멀더를 이 일에 붙잡아두기 위해 스컬리를 암에 걸리게 했다'는 말과 그 말에 보인 멀더의 반응에 이미 먼저 심장이 내려앉은 상태였다. 남겨질 스컬리를 생각한다면 말도 안 되는 선택이지만, 그런 진실을 알고 나면 죽고 싶어지는 것도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창고에서 스컬리가 그 결정적인 말을 멀더에게 했을 때 멀더의 표정을 보고, 그가 방금 전까지 그토록 확고하게 'refuse to believe'했던 것을 그 말을 듣고서는 더 이상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알았다. 크리취고가 스컬리에게 한 말이 사실이건 아니건, 거기엔 진실이 한 자락 들어 있었고, 스컬리가 알았듯 멀더도 그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스컬리의 납치나 뒤에 이은 발병, 멜리사의 죽음 같은 사건들이 도의적인 의미에서 멀더의 책임이긴 하지만, 크리취고의 말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스컬리의 암을 멀더의 책임으로 만드는 것이고, 그건 그 누구라도 감당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도 사람들은 살아나가고, 결국 멀더도 그렇게 됐긴 하지만, 4시즌 전반에 걸쳐 멀더의 심리상태를 한쪽으로 정교하게 몰아간 걸 모르고 띄엄띄엄 우리말 방송을 봤던 나는, 겟세마네의 결말을 그 긴 세월 누군가의 손에 놀아나 자신도 모르게 기만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걸 알게 된 환멸에 뒤이은 것으로 보기보다는, 그에 더해 전혀 새로운 차원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자의 선택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문장 좀 보게-_-) 물론, 아까도 말했듯이, 그렇다고 그런 시각이 충격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됐던 건 전혀 아니다. 솔직히 이 스토리라인에 대해서는 KBS에서 5시즌 방송할 때까지 내내 멍한 상태였다.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몰랐다는 뜻.) 다만, 멀더에 대해서만은, 그 충격이 곧 끔찍하게 슬픈 감정으로 이어졌었다.


  아이러니컬한 건, 그 날 저녁(맞겠지?) 총을 멀더 손 안에 놀게 한 것도 스컬리에 대한 감정이었고, 결국 그 총을 내려놓게 만들었던 것도 스컬리에 대한 감정이었다는 것이다 - 당시 내 해석을 따른다 해도 말이지. 그러니, 리덕스 연작에서 멀더가 스컬리를 '되돌려받'은 것은 '최소한의 인간적 배려'라는 worry님 말씀이 정말 맞다. 1013, 픽션이라고 주인공을 - 그리고 클리프행어에 걸린 우리 시청자들을 - 이렇게 학대해도 되는 거였냐-_-;;




  MULDER: If only the tragedy had been mine alone, might it be more easy tonight to bring this journey to its end.

  - 5x02 Redux I






  정worry 님^^의 4x24 Gethsemane, 5x02&3 Redux I, II 리뷰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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