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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카테고리 없음 2007. 9. 21. 12:19

  김훈 씨 강연에 갔다. 주최 측에서 준 주제가 ''남한산성'과 나의 인생'이었단다. 소설을 읽어본 것은 아직 없지만, 기자로서의 활동에 대해 읽기도 했고 본인이 이런저런 매체에 쓴 글을 보기도 해서, 이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는 내 나름의 가늠이 있었다. 강연의 내용은 거의 그 생각과 일치해서 그다지 놀랍다거나 새롭다거나 한 건 없었으나,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신념을 가진 사람은 불신하고, 의문을 가진 사람을 더 믿는다고 한 부분이었는데, 비슷한 논리가 처음이 아닌 나로서는 이 말을 나름의 직관적 이해에 따라 판단하고 넘겼으나, 명쾌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인지 그 부분을 좀더 설명해 달라는 질문이 나중에 들어왔었다.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좀 놀라웠다.


  나는 '의문'이라길래 그 '의문'을 내가 흔히 생각하는 그 '의문', 그러니까 세상에 있어 옳은 답은 과연 무엇인가, 누가 옳은 답을 갖고 있는가, 내가 과연 옳은 답을 갖고 있는가 등등의 그런 자기반성적인 '의문'으로 생각했다. '신념 ↔ 의문' 할 때의 그 '의문'은 내게는 항상 그런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김훈은 이 '의문'을 풀어 설명하기를 'what is it'의 의문, 사실에 대한 의문, 따라서 자연과학적인 탐구와도 일맥상통하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제 생각하니 그런 구분은 김훈이 기자였다는 데서(도) 연유하는 듯 싶다. 기자들의 그 '팩트' 운운하는 정신이 여기서 발휘된 것 같다. 들으면서는 내가 생각한 '의문'과, 김훈이 정의한 '의문'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이 꽤 흥미로운 문제가 아닌가 생각했고, 좀 비약해서 김훈의 '의문'으로 미루어 보아 그가 모종의 구도자 - 플라톤주의자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절대적 진리를 좇는 - 는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까지 나아갔었으나, 그 사고방식의 연원을 깨닫고 나니 그렇게까지 크게 해석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어쨌든, 허무주의적 구도자라니 재미있는 컨셉이긴 했다. (허무주의자라는 칭호는 본인도 굳이 부인하지 않았거든. '...한 맥락에서 본다면' 하고 단서를 달긴 했지만.)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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