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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walk through the dark to find my slippers, slide my robe from the closet. In the living room, I sit, feet up, huddled in a rocking chair. Lately I have been thinking of taking up cigarettes again. I feel no cravings, but it would give me something to do in these abject hours in the dead of night when I am now so often aw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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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should make my mind work over the meaning of this nighttime visitation. But I cannot. I have the sensation, as determined as the longing of only moments before, that it is all past. I sit in the rocking chair in my living room. For some strange reason, I feel better with my briefcase, and I place it in my lap.


  But its protection is incomplete. The wake of its intrusion leaves the currents of my emotions roily and disturbed. In the dark I sit, and I can feel the force of the large personages of my life circling about me like the multiple moons of some far planet, each one exerting its own deep tidal impulses upon me. Barbara. Nat. Both my parents. Oh, this cataclysm of love and attachment. And shame. I feel the rocking sway of all of it, and a moving sickness of regret. Desperately, desperately I promise everyone - all of them; myself; the God in whom I do not believe - that if I survive this I will do better. Better than I have. An urgent compact, as sincere and grave as any deathbed wish.


  I drink my drink. I sit here in the dark and wait for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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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phinoe

1.  EQ가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과 같은 트릭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아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었던가?), 그 작품이 진행중이었다면 어디까지 진행되었건 매우 보고 싶다. 비교가 되었을 것 같거든. 'Y의 비극'과 '비뚤어진 집'은 정말 비교가 된다.


2.  사람들이 이 소설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것 같진 않은데, 'Presumed Innocent'도 서술 트릭 작품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 작품의 흥미진진한 점 중 하나는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의 트릭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이 작품의 서스펜스의 상당 부분은 독자들이 화자를 믿을 수가 없게 한다는 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화자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기소되었고, 무죄를 주장하면서 법정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데, 정작 이자가 정말 살인범일 수도 있다는 의혹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피해자와 내연 관계였던 사실이 있다는 것을 3장에 이르기까지 숨기면서 짐짓 수사에 대한 이야기와 선거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 그런데 그게 꼭 의도적이지는 않을 수도 있는 것이, 누구든 자신에게 자명한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는다.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러니 그 생략이, 침묵이 의도적인 은폐인지 아닌지 독자로서는 영 판단이 안 서는 것이다.

이는 매우 subtle한 장치이고 효과라서 책을 처음 읽으면서 주의를 제대로 기울이고 있는 독자만이 그 뉘앙스를 잡아올릴 수 있고, 또 번역본으로 읽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판본에 따라 그 효과가 느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분명 거기 있다. 나로서는 터로가 과연 어느 정도 의도하고 썼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Posted by Iphinoe

  이 소설에서 가장 재미있는 점은 1인칭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서술자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든다. 어떤 장치를 통해 그런 효과가 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일부 요인은 특히 초반부에서 그가 독자에게 정보를 다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 ㅡ 의식적이건 아니건 간에 ㅡ 과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적으로, '나'는 피살자와 '내'가 맺고 있던 관계에 대한 서술을 3장에 이르기까지 암시적으로만 내버려둔다. 그건 1인칭 시점이 독자와의 대화일 수도 있긴 하지만, 때로는 그냥 독백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그 모호한 성격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닌가 싶다. 독자에게 말을 거는 '나'의 경우 설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부분이라 해도, 독백하는 '나'라면 자신에게 명백한 이야기는 대개 안 하고 넘어가기 쉬우니까. (2005. 01. 12)


  이 장치는 '무죄추정'의 서스펜스를 대부분 담당한다. 숨기는 게 있다고 느끼면서도, 그게 의식적으로 하는 기만인지 아닌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읽는 입장에서 자신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소설이 진행되어 갈수록 그 불신의 존재가 점점 중요한 의미를 띄어가기 때문에 무시할 수도 없다.


  독백인지 대화인지, 그 형식의 문제는 굳이 명시되지 않은 채로 끝나지만(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증발Pleading Guilty'은 이 점에서 다르다. 거기선 '나'가 이 이야기를 어떤 형식으로 하고 있는지 밝혀주고 시작한다. 윗사람들에게 보내는 보고서로 시작하거든), 다 읽고 나면 다행히도 그런 불신을 심어놓은 이유에 대한 궁금증은 해소가 된다. 그의 이야기가 계속 나를 잡아당기는 건 그런 차원에서다.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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