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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town 2015. 10. 29. 13:47



대단히 뜬금없는 소리라는 걸 알기는 하는데, 사만다 이야기를 마무리지은 마지막편의 제목이 Closure였다는 게 정말... proper하다는 생각을 (처음은 아니지만) 다시 했다.


Redux의 사만다를 정말정말 좋아하고 그게 진짜 사만다이기를 바라마지않는데도 불구하고 이 에피는 외면할 수가 없다. emotional closure를 그렇게 아름답게 그려준 건 정말 보지 못했다. 작가들이 그 arc를 하도 끌어서 The Sixth Extinction 이후로 나는 이들이 종결을 못낼 줄 알았다. 구석에 던져뒀다 필요하다 싶으면 질질 끌어와서 내키는 대로 굴리다 결국은 망가뜨리겠거니 생각했었다. 대부분의 mythology 떡밥이라는 게 대저 그런 측면이 있기 마련이고... 그러다 드라마 끝날 때쯤에 급하게 땜질 수습하겠거니, 그랬었다. 그리고 SUZ/Closure에 그런 면이 없다고는 못한다. (애초에 제작진들이 7시즌이 끝이라 생각하고 임한 탓에 이 에피가 나올 수 있었기도 했고.) 그렇지만,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름답게 그려줘서, 그리고 마지막 대사로 그걸 화룡점정으로 마무리를 지어줘서, 아직도 매우 감사하고 있다.


결국 모든 것의 시작은 사만다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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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을 써놓지 않으면 내가 다음에 와서 보고 헛갈리니까.


실종 사건에 focus를 두는 시리즈에 대해 보고 있어서 생각이 그리로 흐른 거다. 내가 아는 실종 이야기의 궁극은 XF니까(개인적인 차원에서 그렇다는 말씀). Paper Hearts의 그 아버지(프랭크 스팍스였댔나 이름이)의 대사는 정말 마음을 후벼판다. "I used to think that missing was worse than dead." 하고 시작하는 그거. 아무래도 캐릭터에게 중요한 에피이다 보니 단역도 신경써서 캐스팅을 한 게 보이는데, 배우분이 너무 전달을 잘해주셨다.


그게 아무리 기만이라도 proper closure라는 건 사람에게 굉장히 중요하니까. 터로의 사형제에 대한 책에 피살자의 가족들이 가해자의 처형을 바라게 되는 이유들 중의 하나가 어쨌든 그러면 어떻게든 끝이니까..라는 게 있었는데, 잔인하긴 해도 부인할 수 없는 인간 심리라는 생각을 했었다. 실은 그렇다고 정말 끝이 나냐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끝이 나긴 나는 거다.


블랙 다알리아(소설)에서 버키가 그렇게 파트너를 찾아다닌 것도 파트너가 생사불명의 상태로 실종이었기 때문이었지.



Posted by Iphinoe

  (이 글을 쓴 건 모 엑스파일 동호회에서 Sein Und Zeit / Closure가 사만다 납치 플롯을 풀어나간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놓고 대화가 오고가던 와중입니다. 전 그 두 에피를 지지하는 쪽인데, 그런 사람은 엑스필 중에서도 소수랍니다. 그것도 꽤 드문 소수인 것 같아요.^^ 그래서 '사만다의 최종적인 운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를 Closure와 연결지어 제 의견을 밝혀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건 그렇게 해서 쓰게 된 글입니다.)




  엑스파일 7x10 Sein Und Zeit, 11 Closure, 4x08 Paper Hearts, 5x02-3 Redux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글 열어보실 분 치고 신경쓰실 분 안 계시겠지만...^^


  제 경우, 사만다의 최종적인 운명이 어떤 것이었는가와 7시즌 Sein und Zeit/Closure 에피가 주는 감동은 처음부터 전혀 별개였습니다. 앞에 한 얘기 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엎고, 하나의 사건에 대해 일치하지 않는 증언들이 마구 뒤섞이는 게 음모론과 관련되어 나오는 모든 이야기의 전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시기적으로 제일 마지막에 나왔다고 해서 7시즌의 두 에피가 암시하는 사만다의 마지막 모습이 반드시 진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본인에게 가장 다가오는 사만다의 마지막을 기억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많은 분들도 동의하실 것 같지만) 사만다의 결말로 제가 받아들일 수 있었던 유일한 건 Redux II의 결말입니다. 납치되어 가족과 떨어져 고통을 겪었으나,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와 자길 양육해준 이를 아버지로 생각하고 잘 자라나 이제는 자기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만다요. 7시즌에서 묘사되는 사만다의 운명은 좋아하지 않아요. 아무리 좋게 묘사해줬다 해도 결국 고통받다 죽었다는 얘기니까요.



  사실 2시즌에 처음 나온 복제 사만다 스토리라인을 인정한다면 - 이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같은 얼굴의 성인 사만다가 여럿 나왔던 것도 그렇지만, Colony에서 양봉 농장에서 멀더가 마주치는 그 많은 8살짜리 사만다들은 그 외에는 설명이 안되잖아요 - 7년에 걸쳐 여기저기 출몰하는 사만다가 모두 진짜였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경우에도 '진짜 사만다'는 CSM이 멀더에게 만나라고 데려온 그 사만다였을 거라고 믿고 싶고요. 7시즌의 사만다는 복제된 사만다들 중 하나였을 수 있겠죠.



  그래서 전 7시즌의 사만다 스토리를 받아들이는 데 전혀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제가 주목했던 건 그걸 소화하는 멀더의 태도였어요.



  5시즌 Redux 연작 이래로 사만다가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6시즌의 'Full Disclosure' 두 에피(Two Fathers/One Son) 후 전 Redux의 사만다가 진짜 사만다가 맞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Two Fathers/One Son 이후로 음모론이 (적어도 그 이전까지와 같은 형국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전혀 없어보이는데 사만다와 관련된 미스터리가 새삼스레 튀어나올 필요성을 못 느꼈거든요. 게다가 Redux에서의 남매 상봉이 너무도 사실적이었던 데다 그게 멀더에겐 가혹할지 몰라도 사만다를 생각하면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결말이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도 그게 진짜이길 바랐습니다.



  그렇지만 멀더 쪽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것이, Redux에서 멀더는 갑자기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멀쩡한 삶을 살았다며 등장한 사만다를 전혀 받아들이지 못해 보였거든요. 게다가 Redux에선 멀더의 목을 죄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 사만다의 이야기에 받은 충격을 정리할 틈도 없었고요. (CSM은 사만다를 만나게 해주자마자 - 분위기가 딱 그 다음날이었어요 - 'FBI 그만두고 나랑 일합시다'로 강펀치를 날리고, 멀더는 스컬리의 목숨이랑 자기 자유를 모두 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죠.) 멀더가 그 오랜 세월 찾아다녔던 사만다가 들려준 '난 멀쩡히 잘 살았어' 이야기, 결국 농락당한 셈이 된 자기 입장을 어떻게 정리했는지가 전혀 나오지 않잖아요. 언급이 전혀 없었죠. 2시즌 동안.



  그러니까 제가 보기엔 'closure'가 없었던 겁니다. 전에 다른 글에 썼었지만, 정서적 종결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고 봤어요. 물론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고 오프스크린으로 해결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만다 찾기가 사실 엑스파일의 직접적인 출발점이었던 만큼 그건 역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어주지 않은 거라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6시즌 마지막 에피인 Biogenesis 초반부에 정말 뜬금없이, 2시즌만에 갑자기 사만다가 멀더의 입에서 툭 튀어나왔을 때, 엄청 황당하긴 했지만(이미 찾았는데 뭘 또 찾아?) 제가 기다리던 내용을 다루어주려나보다 하는 기대를 살짝 하긴 했었습니다. 무려 3부작이었던 전개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중간에 길을 다 잃긴 했지만요.^^



  그래서 7시즌에 다시 사만다를 불러내야 할 필요성은 이해가 됐습니다. 정말 Redux의 그 신 하나로 끝냈으면 조금은 분개했을 거예요. 멀더가 사만다를 감정적으로 극복하는 과정이 하나도 나오질 않았으니까요. 진짜 사만다를 만났고, 그게 진짜 사만다였다고 인정한다고 해서 이야기가 거기서 그대로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Sein und Zeit/Closure는, 뉴에이지스러운 분위기와 Paper Hearts스러운 내용에도 불구하고 그거 하나만은 정말 제대로, 완벽히,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정말 개인의 취향차니까 난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뭐라 반박하거나 설득을 펼칠 수는 없지만, 그런 면에서 두 에피는 완벽했다고 봅니다. Sein und Zeit에서 아동납치 사건이라면 피해자와 남겨진 가족들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멀더가 어머니와의 통화를 통해 이 사건에 점점 개인적으로 말려들게 되는 걸 보여주면서 서서히 튜닝의 정도를 높여가다가, 한 주 간격을 두고 Closure의 오프닝 나레이션을 통해 그렇게 증폭된 멀더의 감정을 터뜨립니다. 그 나레이션은 화면도 화면이고 멀더가 읊는(?) 내용도 내용이고, 너무 몰입해버려서 숨죽이고 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사만다가 그 무덤 안에 있기를 정말 바랐다는 멀더의 말에 눈이 뻐근해지더군요. 사실 그 대사는 4시즌 Paper Hearts에서 로치가 사만다의 시체라고 알려준 유골이 사만다가 아니라는 걸 밝혀낸 직후 스컬리가 멀더의 판단을 확인해줬을 때(You're right, Mulder. It's not her), 그걸 받아들이는 멀더의 표정을 보고 제가 다음 대사가 그거일 거라고 거의 확신했었던 문장이거든요. 그 심리상태가 손에 잡힐 듯이 이해가 되더군요. 게다가 멀더는 어머니의 자살로 인한 충격과 죄책감까지 짊어지고 있었고요.



  필라의 존재는 매우 거슬렸습니다. 사기꾼 심령술사 같은 태도도 그렇지만, 멀더를 흔들면서도 정작 중요한 정보는 하나도 얘기해주지 않아서, 작가들이 너무한다는 (멀더에게 너무하는 것만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요) 생각이 확 들었거든요. 그렇지만 필라의 덕분(?)으로 에이프릴 기지 안으로 들어가 손에 넣은 사만다의 일기 내용이랑 그걸 멀더와 스컬리가 검토하는 식당에서의 연출이 너무 슬프고 좋아서 지금은 필라의 사기꾼같은 증언도 그냥 참고 봅니다.^^ 작가들이 스펜더를 잊지 않았다는 것도 엄청 고마웠고요. 식당에서의 그 장면은 정말 좋아합니다. 사만다의 일기 내용도 너무 가슴아프고요, 그걸 읽는 멀더가 감정적으로 무너져내리는 것도 그렇고, 그걸 위로해줄 스컬리가 옆에 있다는 것도 그렇고, 그냥 다 좋았어요.



  멀더가 남은 기록을 따라 사만다의 마지막을 보(았다고 하)ㄴ 간호사의 집에서 소년의 환영에 인도되어 간 언덕의 장면은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이 에피가 제게 감정적으로 미치는 여파가 너무 커서 부러 잘 안 보거든요. 처음 볼 때 모비의 음악에 믿기지 않을 만큼 동요되었던 것, 달려와 오빠를 끌어안는 '사만다'의 유보 없는 환한 웃음에 같이 미소짓는 멀더를 따라 저도 활짝 웃었;;던 기억은 남아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전 멀더의 마지막 대사에 눈물나게 감동했습니다. 다른 단어가 아니라 'free'가 쓰인 건 정말이지 화룡점정이라고밖에는 설명이 안돼요. 그 오랜 세월 짊어져 온 짐을 벗는 것, 놓여나는 것, 자유로이 된다는 것이 어떤 건지 Closure는 완벽하게 전달해줬다고 느낍니다. 멀더의 그 대사가 거의 허탈하게까지 들렸던 것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동안 사만다의 납치와 실종으로 겪어왔던 그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이 완전히 빠져나간 진공 상태가 그 두 마디로 확 다가왔어요. 이 신이 너무도 완벽해서 뭔가 설명하려고 하는 게 편견을 갖게 하는 사족이 되네요.



  말이 안되는 장면이 많은 줄은 압니다. 연결 안 되는 내용은 물론이고, 거슬리는 뉴에이지풍 스토리도 그렇고, 사만다의 일기가 그 기지에 그 긴 세월 동안 그 순간 발견되려고 존재했다는 듯이 남아 있었다는 그 우스운 우연도 그렇고, 애들이 과연 그 말도 안 되는 승천이란 걸 했느냐 하는 문제도 있죠. 감상적인 분위기도 한 발짝만 물러서면 턱끝에 간질간질합니다. 하지만 사만다 문제를 되살려냈던 90년대 초부터 7시즌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체험한 모든 단계적 상태를 앰버 린과 필라와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다시 겪어나가는 멀더의 감정적 동요가 절 너무 몰입하게 해서,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더군요. 전 이 두 에피에 완전히 만족합니다. "I'm fine. I'm free."를 듣는 순간 이제 엑스파일에 사만다의 실종이 재론될 일은 다시 없으리라는 걸 납득했습니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들었기에 8시즌 향방을 모르지 않았지만, 이렇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에피를 통해 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 건 매우 만족스러운 종결이었어요.


닫습니다



  잘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에피를 바라보는 제 시각은 그렇지만, 물론 이 에피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건 알고 있습니다.^_^ 제 자신도 '말려버렸다'는 느낌도 어느 정도는 있고요.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기엔 감동이 너무 크지만요.


  제 긴 사설이 되려 역효과를 불러오는 건 아닌가 많이 두렵습니다. 처음엔 제 글 대신 April Fool 님의 글을 그냥 링크시킬까도 생각했어요. 에피를 볼 때만큼이나 감동을 받았던 리뷰이고, 현재 네띠앙이 문을 닫아 인터넷에서 그분 글을 찾아 링크시킬 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AF님께서 쓰신 리뷰와 Kevin Patterson이 쓴 리뷰를 합치면 Closure에 대한 완전한 설명이 된다고 생각해요 :) 케빈의 리뷰는 구글 검색을 넣어보시면 찾으실 수 있습니다. 물론 영어입니다;


  다른 분들의 말씀도 듣고 싶습니다. 이 에피를 좋아하시건 싫어하시건 아님 그냥 무관심하시건..^-^ 어떻게들 받아들이셨는지 늘 궁금하니까요.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6. 04. 09에 쓴 뒤 다시 올리면서 수정을 거쳤습니다. 본문에 언급된 April Fool 님의 리뷰는 현재 April Fool 님의 다음 블로그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클릭하시면 새창으로 열립니다.)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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