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리뷰 쓰기'에 해당되는 글 1건


  감상, 또는 리뷰의 형식을 띄는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늘 같은 고민을 되풀이하게 되는군요.


  누구 읽으라고 글을 쓰는 것인가, 책 외적인 정보(작가에 대해서나 시리즈물의 경우 시리즈 전체에 대해서)를 배경 지식 삼아 첨부해야 할 것인가, 실은 아는 것도 없는데! 그런 생각들이지요.


  글을 어떤 식으로 써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인지, 보편적으로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 기대되는지에 대해 확신이 없어서일 겁니다. 제가 쓰는 글이 일단 제 미니홈피나 화요추리클럽에 올라가는 것이라고 할 때,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읽고 글을 쓴다고 하면 작가나 전반적인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제쳐놓아도 필요할 때면 언제나 당연한 듯 끌어올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잘 아시고 많이 읽으신 작가니까 설명을 굳이 단다는 게 우습지요.

  그렇지만 (이를테면) 퀸만 되어도 그렇게 당연하지 않을 때가 종종 생기고, 지금 열흘 남짓 감상 좀 써보려고 고민 중인 스콧 터로우쯤 되면 뭔가 간단치가 않아요. 물론 웹을 뒤지고 영어의 바다 사이를 헤쳐가며 공부를 해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반 위에서 글을 쓰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시간과 여유는 늘 부족하고 안다는 건 끝이 없으니 제가 아는 정도라면 누구나 다 알 만한 것이잖아요. 아예 이 작가는 나 아니면 모른다!라면 마음편히(?) 길을 연다는 차원에서 아는 것만이라도 적겠지만, 그렇다고 화요추리클럽 같은 공간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최고예요! 꼭 읽어보세요~'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게다가 책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걸 읽은 사람이 드물어서 내용 언급을 자제해야 한다면 문제가 더 까다로워지죠. 특히 저처럼 소설의 주제나 소재 못지않게 작가가 그것을 그려내는 방식,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심는 장치 같은 걸 문제삼아 감상을 쓰는 경우는 경계를 지키기가 종종 너무 어렵습니다. 그리고 결말이 주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경우, 이에 대한 언급을 피하면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가끔은 정말 핵심은 고이 모셔두고 주변만 두들기고 다니는 느낌이에요. 그러니 아예 작정하고 경고를 달고 쓰거나,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은 적당히 삼키고 '이러저러한 작품 세계를 펼쳐온(다고 하는) 작가의 한 작품'이라는 차원에서 소개하듯 다루는 수밖에요. 하지만 전자는 어차피 그 책을 읽은 사람이 별로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으며, 후자는 제가 답답해져요.


  거칠게나마 요약하자면 소개글을 쓸 것인가, 아니면 리뷰를 쓸 것인가의 문제가 되는군요. 가뜩이나 제 글쓰는 방식에도 근본적인 교정이 필요한데 이런 걸 덧붙여 고민하고 있는 게 한심할 따름입니다만... 한 달간 힘들여 읽은 책에 대해 글이 쓰고 싶습니다ㅡ.ㅜ



  (2006. 07. 26)


* [옮기면서 덧붙입니다] 마지막에 언급한 책은 'The Burden of Proof'입니다. 결국 그 글 리뷰는 이 글을 쓰고도 상당한 시간이 흘러 2007년 2월에야 비로소 썼습니다-_-; 여기도 올라와 있지요. 사실 그 글을 쓰지 못했던 건 다른 이유가 더 컸지만, 위의 문제로 고민한 시간이 워낙 길었던 터라 시기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어요. 아직도 결론이 없습니다.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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