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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립 K. 딕의 팬이라면 별로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은 영화지만, 상업영화로서 그다지 허점은 없어 보였다.^^ 소도구 중의 하나로도 등장하는 십자말 풀이처럼, 스무 가지 자잘한 물건들의 용도가 퍼즐 맞추는 듯 상황에 맞게 경쾌한 리듬으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기 때문이다. 플롯이 치밀하게 짜여 있지는 않고, 이것저것 파들어가다 보면 구멍이 많이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영화를 즐기는 데 문제가 되지는 않을 뿐더러 어떨 때는 그런 점들이 되려 잔재미를 더해주기도 하니까.


  자잘한 재미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기분전환이 확실히 되어주어서 좋았다. '인류 운명' '결정론' '인생에서의 두 번째 기회Second chance' 같은 이야기들이 줄줄이 쏟아져나오긴 하지만 그것들은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맞추는 도구에 불과하고, 중요한 건 주인공이 그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그보다 더) 어떻게 때려부수느냐;; 하는 거다. 그리고 나는 그 점에 전혀 불만이 없었다.^^


  그러고 보면 Face/Off도 SF영화인 셈인데, Face/Off의 아이디어도 상당히 필립 K. 딕 같았었다.


  오랜만에 보는 Paul Giamatti가 반가웠고 (안 죽어서 더 반가웠다. 이런 위치에 있는 역은 대개 1.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2.주인공의 분노를 정당화해줌과 동시에 어느 정도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영화가 종반으로 접어들기 전 죽어버리는 일이 많아서... 이 아저씨가 죽었으면 상당히 섭섭했을 것이다), Six Feet Under의 장의사 집 둘째아들과 Speed의 반장님이 FBI의 두 요원으로 나와서 재미있었다. (Six Feet Under의 배우는 Dark Angel의 Agent White와 묘하게 인상이 닮아서 늘 좀 헷갈린다.)






  그리고 ㅡ 제일 중요한 이야기를 까먹었다. 역시 희망은 로또였다.



  (2004. 01. 28)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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