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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town 2015. 10. 29. 13:47



대단히 뜬금없는 소리라는 걸 알기는 하는데, 사만다 이야기를 마무리지은 마지막편의 제목이 Closure였다는 게 정말... proper하다는 생각을 (처음은 아니지만) 다시 했다.


Redux의 사만다를 정말정말 좋아하고 그게 진짜 사만다이기를 바라마지않는데도 불구하고 이 에피는 외면할 수가 없다. emotional closure를 그렇게 아름답게 그려준 건 정말 보지 못했다. 작가들이 그 arc를 하도 끌어서 The Sixth Extinction 이후로 나는 이들이 종결을 못낼 줄 알았다. 구석에 던져뒀다 필요하다 싶으면 질질 끌어와서 내키는 대로 굴리다 결국은 망가뜨리겠거니 생각했었다. 대부분의 mythology 떡밥이라는 게 대저 그런 측면이 있기 마련이고... 그러다 드라마 끝날 때쯤에 급하게 땜질 수습하겠거니, 그랬었다. 그리고 SUZ/Closure에 그런 면이 없다고는 못한다. (애초에 제작진들이 7시즌이 끝이라 생각하고 임한 탓에 이 에피가 나올 수 있었기도 했고.) 그렇지만,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름답게 그려줘서, 그리고 마지막 대사로 그걸 화룡점정으로 마무리를 지어줘서, 아직도 매우 감사하고 있다.


결국 모든 것의 시작은 사만다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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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을 써놓지 않으면 내가 다음에 와서 보고 헛갈리니까.


실종 사건에 focus를 두는 시리즈에 대해 보고 있어서 생각이 그리로 흐른 거다. 내가 아는 실종 이야기의 궁극은 XF니까(개인적인 차원에서 그렇다는 말씀). Paper Hearts의 그 아버지(프랭크 스팍스였댔나 이름이)의 대사는 정말 마음을 후벼판다. "I used to think that missing was worse than dead." 하고 시작하는 그거. 아무래도 캐릭터에게 중요한 에피이다 보니 단역도 신경써서 캐스팅을 한 게 보이는데, 배우분이 너무 전달을 잘해주셨다.


그게 아무리 기만이라도 proper closure라는 건 사람에게 굉장히 중요하니까. 터로의 사형제에 대한 책에 피살자의 가족들이 가해자의 처형을 바라게 되는 이유들 중의 하나가 어쨌든 그러면 어떻게든 끝이니까..라는 게 있었는데, 잔인하긴 해도 부인할 수 없는 인간 심리라는 생각을 했었다. 실은 그렇다고 정말 끝이 나냐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끝이 나긴 나는 거다.


블랙 다알리아(소설)에서 버키가 그렇게 파트너를 찾아다닌 것도 파트너가 생사불명의 상태로 실종이었기 때문이었지.



Posted by Iphinoe

  (이 글을 쓴 건 모 엑스파일 동호회에서 Sein Und Zeit / Closure가 사만다 납치 플롯을 풀어나간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놓고 대화가 오고가던 와중입니다. 전 그 두 에피를 지지하는 쪽인데, 그런 사람은 엑스필 중에서도 소수랍니다. 그것도 꽤 드문 소수인 것 같아요.^^ 그래서 '사만다의 최종적인 운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를 Closure와 연결지어 제 의견을 밝혀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건 그렇게 해서 쓰게 된 글입니다.)




  엑스파일 7x10 Sein Und Zeit, 11 Closure, 4x08 Paper Hearts, 5x02-3 Redux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글 열어보실 분 치고 신경쓰실 분 안 계시겠지만...^^


  제 경우, 사만다의 최종적인 운명이 어떤 것이었는가와 7시즌 Sein und Zeit/Closure 에피가 주는 감동은 처음부터 전혀 별개였습니다. 앞에 한 얘기 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엎고, 하나의 사건에 대해 일치하지 않는 증언들이 마구 뒤섞이는 게 음모론과 관련되어 나오는 모든 이야기의 전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시기적으로 제일 마지막에 나왔다고 해서 7시즌의 두 에피가 암시하는 사만다의 마지막 모습이 반드시 진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본인에게 가장 다가오는 사만다의 마지막을 기억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많은 분들도 동의하실 것 같지만) 사만다의 결말로 제가 받아들일 수 있었던 유일한 건 Redux II의 결말입니다. 납치되어 가족과 떨어져 고통을 겪었으나,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와 자길 양육해준 이를 아버지로 생각하고 잘 자라나 이제는 자기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만다요. 7시즌에서 묘사되는 사만다의 운명은 좋아하지 않아요. 아무리 좋게 묘사해줬다 해도 결국 고통받다 죽었다는 얘기니까요.



  사실 2시즌에 처음 나온 복제 사만다 스토리라인을 인정한다면 - 이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같은 얼굴의 성인 사만다가 여럿 나왔던 것도 그렇지만, Colony에서 양봉 농장에서 멀더가 마주치는 그 많은 8살짜리 사만다들은 그 외에는 설명이 안되잖아요 - 7년에 걸쳐 여기저기 출몰하는 사만다가 모두 진짜였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경우에도 '진짜 사만다'는 CSM이 멀더에게 만나라고 데려온 그 사만다였을 거라고 믿고 싶고요. 7시즌의 사만다는 복제된 사만다들 중 하나였을 수 있겠죠.



  그래서 전 7시즌의 사만다 스토리를 받아들이는 데 전혀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제가 주목했던 건 그걸 소화하는 멀더의 태도였어요.



  5시즌 Redux 연작 이래로 사만다가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6시즌의 'Full Disclosure' 두 에피(Two Fathers/One Son) 후 전 Redux의 사만다가 진짜 사만다가 맞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Two Fathers/One Son 이후로 음모론이 (적어도 그 이전까지와 같은 형국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전혀 없어보이는데 사만다와 관련된 미스터리가 새삼스레 튀어나올 필요성을 못 느꼈거든요. 게다가 Redux에서의 남매 상봉이 너무도 사실적이었던 데다 그게 멀더에겐 가혹할지 몰라도 사만다를 생각하면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결말이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도 그게 진짜이길 바랐습니다.



  그렇지만 멀더 쪽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것이, Redux에서 멀더는 갑자기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멀쩡한 삶을 살았다며 등장한 사만다를 전혀 받아들이지 못해 보였거든요. 게다가 Redux에선 멀더의 목을 죄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 사만다의 이야기에 받은 충격을 정리할 틈도 없었고요. (CSM은 사만다를 만나게 해주자마자 - 분위기가 딱 그 다음날이었어요 - 'FBI 그만두고 나랑 일합시다'로 강펀치를 날리고, 멀더는 스컬리의 목숨이랑 자기 자유를 모두 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죠.) 멀더가 그 오랜 세월 찾아다녔던 사만다가 들려준 '난 멀쩡히 잘 살았어' 이야기, 결국 농락당한 셈이 된 자기 입장을 어떻게 정리했는지가 전혀 나오지 않잖아요. 언급이 전혀 없었죠. 2시즌 동안.



  그러니까 제가 보기엔 'closure'가 없었던 겁니다. 전에 다른 글에 썼었지만, 정서적 종결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고 봤어요. 물론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고 오프스크린으로 해결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만다 찾기가 사실 엑스파일의 직접적인 출발점이었던 만큼 그건 역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어주지 않은 거라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6시즌 마지막 에피인 Biogenesis 초반부에 정말 뜬금없이, 2시즌만에 갑자기 사만다가 멀더의 입에서 툭 튀어나왔을 때, 엄청 황당하긴 했지만(이미 찾았는데 뭘 또 찾아?) 제가 기다리던 내용을 다루어주려나보다 하는 기대를 살짝 하긴 했었습니다. 무려 3부작이었던 전개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중간에 길을 다 잃긴 했지만요.^^



  그래서 7시즌에 다시 사만다를 불러내야 할 필요성은 이해가 됐습니다. 정말 Redux의 그 신 하나로 끝냈으면 조금은 분개했을 거예요. 멀더가 사만다를 감정적으로 극복하는 과정이 하나도 나오질 않았으니까요. 진짜 사만다를 만났고, 그게 진짜 사만다였다고 인정한다고 해서 이야기가 거기서 그대로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Sein und Zeit/Closure는, 뉴에이지스러운 분위기와 Paper Hearts스러운 내용에도 불구하고 그거 하나만은 정말 제대로, 완벽히,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정말 개인의 취향차니까 난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뭐라 반박하거나 설득을 펼칠 수는 없지만, 그런 면에서 두 에피는 완벽했다고 봅니다. Sein und Zeit에서 아동납치 사건이라면 피해자와 남겨진 가족들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멀더가 어머니와의 통화를 통해 이 사건에 점점 개인적으로 말려들게 되는 걸 보여주면서 서서히 튜닝의 정도를 높여가다가, 한 주 간격을 두고 Closure의 오프닝 나레이션을 통해 그렇게 증폭된 멀더의 감정을 터뜨립니다. 그 나레이션은 화면도 화면이고 멀더가 읊는(?) 내용도 내용이고, 너무 몰입해버려서 숨죽이고 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사만다가 그 무덤 안에 있기를 정말 바랐다는 멀더의 말에 눈이 뻐근해지더군요. 사실 그 대사는 4시즌 Paper Hearts에서 로치가 사만다의 시체라고 알려준 유골이 사만다가 아니라는 걸 밝혀낸 직후 스컬리가 멀더의 판단을 확인해줬을 때(You're right, Mulder. It's not her), 그걸 받아들이는 멀더의 표정을 보고 제가 다음 대사가 그거일 거라고 거의 확신했었던 문장이거든요. 그 심리상태가 손에 잡힐 듯이 이해가 되더군요. 게다가 멀더는 어머니의 자살로 인한 충격과 죄책감까지 짊어지고 있었고요.



  필라의 존재는 매우 거슬렸습니다. 사기꾼 심령술사 같은 태도도 그렇지만, 멀더를 흔들면서도 정작 중요한 정보는 하나도 얘기해주지 않아서, 작가들이 너무한다는 (멀더에게 너무하는 것만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요) 생각이 확 들었거든요. 그렇지만 필라의 덕분(?)으로 에이프릴 기지 안으로 들어가 손에 넣은 사만다의 일기 내용이랑 그걸 멀더와 스컬리가 검토하는 식당에서의 연출이 너무 슬프고 좋아서 지금은 필라의 사기꾼같은 증언도 그냥 참고 봅니다.^^ 작가들이 스펜더를 잊지 않았다는 것도 엄청 고마웠고요. 식당에서의 그 장면은 정말 좋아합니다. 사만다의 일기 내용도 너무 가슴아프고요, 그걸 읽는 멀더가 감정적으로 무너져내리는 것도 그렇고, 그걸 위로해줄 스컬리가 옆에 있다는 것도 그렇고, 그냥 다 좋았어요.



  멀더가 남은 기록을 따라 사만다의 마지막을 보(았다고 하)ㄴ 간호사의 집에서 소년의 환영에 인도되어 간 언덕의 장면은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이 에피가 제게 감정적으로 미치는 여파가 너무 커서 부러 잘 안 보거든요. 처음 볼 때 모비의 음악에 믿기지 않을 만큼 동요되었던 것, 달려와 오빠를 끌어안는 '사만다'의 유보 없는 환한 웃음에 같이 미소짓는 멀더를 따라 저도 활짝 웃었;;던 기억은 남아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전 멀더의 마지막 대사에 눈물나게 감동했습니다. 다른 단어가 아니라 'free'가 쓰인 건 정말이지 화룡점정이라고밖에는 설명이 안돼요. 그 오랜 세월 짊어져 온 짐을 벗는 것, 놓여나는 것, 자유로이 된다는 것이 어떤 건지 Closure는 완벽하게 전달해줬다고 느낍니다. 멀더의 그 대사가 거의 허탈하게까지 들렸던 것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동안 사만다의 납치와 실종으로 겪어왔던 그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이 완전히 빠져나간 진공 상태가 그 두 마디로 확 다가왔어요. 이 신이 너무도 완벽해서 뭔가 설명하려고 하는 게 편견을 갖게 하는 사족이 되네요.



  말이 안되는 장면이 많은 줄은 압니다. 연결 안 되는 내용은 물론이고, 거슬리는 뉴에이지풍 스토리도 그렇고, 사만다의 일기가 그 기지에 그 긴 세월 동안 그 순간 발견되려고 존재했다는 듯이 남아 있었다는 그 우스운 우연도 그렇고, 애들이 과연 그 말도 안 되는 승천이란 걸 했느냐 하는 문제도 있죠. 감상적인 분위기도 한 발짝만 물러서면 턱끝에 간질간질합니다. 하지만 사만다 문제를 되살려냈던 90년대 초부터 7시즌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체험한 모든 단계적 상태를 앰버 린과 필라와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다시 겪어나가는 멀더의 감정적 동요가 절 너무 몰입하게 해서,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더군요. 전 이 두 에피에 완전히 만족합니다. "I'm fine. I'm free."를 듣는 순간 이제 엑스파일에 사만다의 실종이 재론될 일은 다시 없으리라는 걸 납득했습니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들었기에 8시즌 향방을 모르지 않았지만, 이렇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에피를 통해 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 건 매우 만족스러운 종결이었어요.


닫습니다



  잘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에피를 바라보는 제 시각은 그렇지만, 물론 이 에피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건 알고 있습니다.^_^ 제 자신도 '말려버렸다'는 느낌도 어느 정도는 있고요.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기엔 감동이 너무 크지만요.


  제 긴 사설이 되려 역효과를 불러오는 건 아닌가 많이 두렵습니다. 처음엔 제 글 대신 April Fool 님의 글을 그냥 링크시킬까도 생각했어요. 에피를 볼 때만큼이나 감동을 받았던 리뷰이고, 현재 네띠앙이 문을 닫아 인터넷에서 그분 글을 찾아 링크시킬 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AF님께서 쓰신 리뷰와 Kevin Patterson이 쓴 리뷰를 합치면 Closure에 대한 완전한 설명이 된다고 생각해요 :) 케빈의 리뷰는 구글 검색을 넣어보시면 찾으실 수 있습니다. 물론 영어입니다;


  다른 분들의 말씀도 듣고 싶습니다. 이 에피를 좋아하시건 싫어하시건 아님 그냥 무관심하시건..^-^ 어떻게들 받아들이셨는지 늘 궁금하니까요.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6. 04. 09에 쓴 뒤 다시 올리면서 수정을 거쳤습니다. 본문에 언급된 April Fool 님의 리뷰는 현재 April Fool 님의 다음 블로그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클릭하시면 새창으로 열립니다.)


Posted by Iphinoe

2002년에 수룡님 홈페이지에서 했었던 이벤트 응모글이었습니다.^^ 이 글은 2003년 1월에 손을 본 두 번째 버전입니다.

글 접는 태그를 시험해보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군요. 이번엔 되려나...



길어서 접습니다


제 7시즌 최고의 에피는 연작 에피소드, sein und zeit와 closure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closure입니다. sein und zeit은 그 자체로는 별로...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에피소드로 기억합니다만..^^ 제가 이 에피소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멀더가 사만다를 *감*정*적*으*로*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Redux II 에서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만다를 보았던 게 우리가 사만다를 직접적으로 접했던 에피소드의 마지막이었고, 사실상 사만다를 다루었던 에피소드로서도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맞나요..?? ;;;)


사실 그 사만다 진짜이길 많이 바랬었습니다. 드라마 내러티브상으로도 괜찮은 설정이라고 보았고, 멀더가 사만다를 찾아다니면서 끊임없이 마주쳤던, 사만다가 이용당하고 고통받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사실이 아니길 바랬다는 점에서요.


사실 사만다는 멀쩡히 보통 인생을 살아왔던 겁니다!! DNA 뺏긴 다음엔 말이죠.. (사만다 클론은 있었으니.^^)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였는데, sein und zeit의 처음 한 20분 정도를 보아 나가면서, 열 좀 받았었습니다.


Paper Hearts의 재탕이잖아!!!!!!!!!!!!!!!!


원판의 그 복잡한 영어를 거의 반도 못 알아듣는 저의 머리로도 상황이 파악이 되었던 겁니다..^^


그리고 혼란한 산타 마을의 상황을 보며, 스컬리, 스키너, 무릎꿇고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용의자 위로 카메라가 떠오르며 끝없이 펼쳐질 것만 같은 둔덕들.. 무덤들을 보여주며 sein und zeit가 끝났었죠.


그리고 두근반 세근반 하면서 일 주일을 기다렸습니다.



closure에서 제가 처음 좋아하는 장면, 처음 시작 부분의 멀더 나레이션입니다.


서정적이고, 고아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영어로 보았으니 나레이션은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그 분위기와 그 아래로 펼쳐지는, 무덤을 하나하나 파헤쳐가며 시신을 수습하는 무거운 얼굴들, 밤이 되어 산 사람들은 물러간 공간에서 하나하나 떠올라 빛을 받으며 어디론가 향하는 아이들, 제가 감상적인가요? 아름답더군요.


그리고 다음으로 기억하는 장면은 사만다의 일기장을 발견한 멀더가 식당에서 스컬리와 함께 그 일기를 읽어내려가던 장면.



일기의 내용도 사람을 울렸지만 (네. 감상적입니다ㅡ.ㅜ) 그 순간 멀더의 복잡하고 슬픈 표정, 스컬리의 함께 슬퍼하고 위로해 주고자 하는 얼굴... (무슨 말이라도 해 주고 싶은데 할 말을 찾지 못한 표정으로 보였었죠)


모두 어우러지면서, 멀더의 슬픔이 진하게 다가왔고, 그만큼 비극성이 부각된... ^^ 그런 장면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은... 멀더가 소년의 영혼을 따라 빛의 언덕 (마땅히 부를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붙였습니다^^) 으로 인도되어 사만다를 만나는 장면...


정말 듀코브니 연기 잘하더군요. (식당에서에 이어 두번째로 감동먹음)

사만다의 밝은 미소, 그리고 반가워하고 안도하며 마음을 놓는 멀더의 표정...


사만다가 달려와 멀더를 끌어안고, 멀더가 손을 들어 사만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모습이 저로 하여금 절로 미소를 짓게 했답니다.


물론 이 부분에는 결정적으로, 모비의 음악이 작용했죠. 그 음악이 없었다면 그러한 감동을 받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정말 그 자리에 딱 들어맞더군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지막 장면.

스컬리의 괜찮느냐는 물음에 멀더가 "I'm fine."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I'm free.." 라고 했던 장면...


그 "I'm FREE" 에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Paper Hearts의 재탕에 가까운 내용, 멀더답지 않은 뉴에이지적 나레이션, 결국 사만다는 죽은 지 오래다는 사람 허무하게 만드는 결론) 기분이 되었습니다.


Redux II에서도 멀더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내러티브 속에 놓여 있는 사만다를 만납니다.


그러나 멀더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죠... 사만다가 두려워하고 겁내는 것을 알고 떠나보내긴 하지만, 마음 속으로 사만다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는 게 제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Biogenesis에서도 스컬리의 돌연한 (사실 말도 안 되는) 물음에 '사만다'라는 (역시 말도 안 되는) 대답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겠죠..


하늘을 올려다보며 "I'm free"라 한 멀더를 보는 순간 저는 이제 더 이상 엑스 파일에 사만다는 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물론 8시즌의 향방을 둘러싼 스포일러를 모르지 않았지만요)


멀더는 드디어 사만다를 놓아보낸 겁니다. 그 어둡고 암울한 기억, 자신을 저주처럼 사로잡고 있던 주문을 벗었던 겁니다..


물론 고통스러운 결말입니다만, 멀더를 위해서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I'm free"라 말하는 멀더의 기뻐하는 것이 아닌, 정말 '자유가 됨'을 드러내는 그 마지막 얼굴은 압권이었습니다.


(표현이 엉망이군요...-_-)




자... 그럼 미진한 감은 있지만 거기서 내버려 두고.. (더 잘 쓰기에는 능력이 딸리므로)


최악의 에피로 넘어가 보면,


제게 있어 최악의 에피는 둘입니다. 우열을 도저히 정할 수 없어 둘 다 쓰기로 했습니다.


둘 다 8시즌인데요, 하나는 roadrunner(종말의 신도들)이고, 다른 하나는 vienen(외계 바이러스)입니다.



'종말의 신도들'이 싫은 이유는 단연코, 스컬리입니다.ㅡ_ㅡ;;


그 에피 내에서의 스컬리에 대한 묘사가 저를 열받게 한 데다 그 전의 3주 동안 스컬리의 캐릭터화가 이그러지는 것에 내내 열받아오던 것이 절정에 달하면서 폭발했고 마지막으로, 저런 심란한 에피소드를 다른 사람도 아닌 빈스 질리간이 썼다는 데 있습니다.


스컬리는 분노할 수는 있어도, 비합리적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에 대해서는 그렇습니다.


도겟에 대해 스컬리가 분노했던 것은 절대적으로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그러나 도겟에 대해 비합리적으로 대하는 것은 스컬리답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8시즌 초반에서 내내 스컬리는 변명에 급급한 것처럼 그려지게 되죠ㅡ_ㅡ++


그런데 이 '종말의 신도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제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스컬리를 열심히 부각시켰습니다.


총을 넘겨준다는 어이없는 설정, '나에게 아이가 있단 말야!'라는 어처구니없는 대사 (아이가 있다는 걸 상기시킨 것만으로도 너무 열이 받았거든요^^) 어디서 구원자처럼 나타난 도겟은 또 전형적인 수퍼히어로처럼 스컬리를 번쩍 들어 안고 걸어갑니다. 거기다 쓸데없이 달라붙는 스컬리 옷차림, 그리고 마지막의 사과까지, 완전히 역겨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엑스 파일이라는 드라마 자체의 방향에 대해서 회의하게 만들더군요.



우선 스컬리가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부터, 스컬리는 파트너를 무시하고 현장으로 혼자 달려갈 사람이 아닙니다.


아무리 싫어하는 파트너여도, 반드시 같이 갈 겁니다. 더군다나 바로 앞의 에피소드 '박쥐인간'에서 서로 도움 받아가며 사건을 해결했는데 갑자기 그 다음에 마음이 바뀌어서 도겟에겐 사건에 대해서 알리지도 않고 혼자 간다고요?


그건 절대 스컬리가 할 만한 행동이 아니었습니다.ㅡ_ㅡ;; (말하다가 또 열받는..)


그리고 총을 넘겨주는 것, 여러 분들이 말씀하셨듯이 법집행관으로서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말도 안 되죠.


그리고 "내겐 아이가 있단 말야!!" 하고 비명을 지를 때 전 그 비명 때문에도 충분히 열받았지만 (아이...-_-++)


그 때 스컬리의 옷차림이 너무 돋보이는 바람에 기겁했습니다. 도대체 1013,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완전히 노골적인 '희생양'의 모습을 드러내는 스컬리..


그리고 대조적으로 너무나 쿨하고 멋있게 나타나 사건을 수습하며 돌아다니는 도겟..


쳇.


이게 1013의 8시즌 전략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아...... 한숨밖에 안 나오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에서 스컬리의 사과.


그 상황이라면 사과하는 게 당연하긴 하지만, 스컬리를 사과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아넣은 작가한테 하도 화가 나서 TV를 끄고서도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답니다.


아직도 roadrunner는 제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에피소드입니다.




roadrunner는 단독 에피소드니까 그나마 지워버릴 수라도 있죠. 엑스 파일 전체적인 이야기 진행에 크게 영향을 안 미치니까요.


그러나 이 '외계 바이러스', vienen은 제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조차 없는 에피소드입니다.


멀더가 FBI를 이 에피소드를 통해 떠났으니까요.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저를 화나게 합니다!!


8시즌을 마지막으로 듀코브니가 엑스 파일을 완전히 떠나며, 그렇기 때문에 멀더도 엑스 파일을, 나아가 FBI를 떠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8시즌의 마지막에 멀더가 엑스 파일을 떠날 줄 알았습니다.


마지막에 음모론 에피소드가 나오면서, 음모론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새롭게 깨달은 멀더가, '자신이 남아있는 것이 스컬리와 아기에게 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 (이게 제가 들은 스포일러 내용 그대로입니다^^) 엑스 파일을 떠나는 것으로, 스컬리와 아기의 인생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거대한 음모의 소용돌이에서가 아니고서는 멀더가 스스로 엑스 파일을 접고 물러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멀더가 어떤 사람입니까.ㅡ_ㅡ;;


그런데 멀더는 너무도 어이없게 가버렸습니다.ㅠ.ㅠ



스포일러를 접하지 않았던지라, 이 에피소드가 멀더가 떠나는 에피소드인 줄 몰랐습니다.


vienen 내용 자체는 그럭저럭 봐줄 만했고, 특히 기름 대신 흑유라는 설정은 멋있어서 멀더와 도겟 사이에 정형화된 티격태격이 오갈 때를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고 있었지요.


사무실에서 도겟이 멀더와 마주칠 때만 해도, 멀더가 그 순간 '해고'라는 단어를 입밖에 내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멀더가 자진해서 책임을 뒤집어쓰고 떠나요? 어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ㅡ_ㅡ++


멀더는 그만 일에 엑스 파일을 내놓을 사람이 아니잖습니까? 이게 순전히 저 혼자만의 생각입니까?


(하긴.. Kevin Petterson은 vienen 리뷰에서, 멀더는 그 이전 에피에서부터 자신이 더 이상 엑스 파일과 함께할 수 없으리란 걸 느끼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썼습니다만 저로서는 동의하기 힘듭니다... 잘 모르겠어요.)


멀더가 떠나는 이 장면에서, 그것도 너무나 순식간에 이루어진 (말 끝맺자마자 일어서서 손 내밀고, 도겟과 악수하고 바로 나가버렸죠) 과정에서 저는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없어 덜덜 떨었습니다.


기가 막힌다는 말 아시지요? 정말로, 문자 그대로, 기가 막히더군요.


가슴이 뻐근하고 묵직하게 뭔가 얹혀 있는 듯한 통증이...


얼마나 놀랐으면, 얼마나 뜻밖이었으면 몸이 그런 반응을 보였겠습니까......-_-;;


그 날 저는 순전히 멀더 때문에, 충격을 흡수할 수가 없어 여기저기 인터넷을 들쑤시면서


새벽 다섯 시 가량까지 앉아 있었습니다.


ㅡ_ㅡ;;;


여담이지만, 사실 그렇게 FBI를 떠나고 엑스 파일을 떠난 멀더가 깨끗이 사라졌다면 그 뒤로 화가 더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멀더는 엑스 파일을 떠났을 뿐이지 계속 엑스 파일들을 파헤치고 돌아다니잖습니까..


스컬리의 출산이 임박했기 때문이라고요?


그러니까 멀더는 8시즌 마지막에 엑스 파일을 떠났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맞지 않겠어요?


아아....


떠나기로 결심한 멀더가 모든 것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스컬리를 찾아와 아이를 사이에 두고 스컬리와 키스를 나누는... (이 장면은 모 카페에서 미리 보았음) 그런 장면을 상상했던 저에게 이건 너무도 과도한 배신이었습니다.




지금 읽으니 방방 떠서 쓴 글 같군요. 8시즌에 대해서는 배신감이 참 컸었습니다. 바로 위에 8시즌에 대한 글을 올리게 될 테니 거기 언급이 됐겠지만요. 참, 2003년 1월 버전에는 이 밑에 다른 어조로 쓴 추신이 있었는데 그것도 올려두겠습니다.



길어서 또한번 접습니다


아직도 8시즌은 내게는 악몽이고 잊어버리고픈 끔찍한 기억이다. 흡족한 에피를 찾을 수가 없었고, 도겟 캐릭터 때문에 스컬리가 망가져 가는 걸 내 두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정말 싫었다. 스컬리가 8시즌 전반부 내내 편협하고 꼬장꼬장하고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내세우며 히스테리컬한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가 된 건 오로지 그렇게 함으로써 도겟을 띄워주려는 의도라고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스컬리는 그럴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건 캐릭터에 대한 왜곡이었다고 본다.


거기다 더해, 8시즌에서 7시즌을 모조리 다시 쓰며 만들어낸, '멀더와 스컬리가 나누었던, 그 어느 때보다도 둘이 감정적으로 가까웠고 안정되어 있었던 그 관계 밑에 뇌의 이상으로 인해 죽어가던 멀더가 있었다'는 설정은 그 때는 물론이고 아직도 용서가 안 된다.


within-without 2부작에서 비현실적으로 큰 가족 묘비;; (심각해야 하는 순간인데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와 함께 등장한, '죽어가고 있었고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던 멀더' 설정이 처음 등장했을 때 나는 당연히 그게 권력협회 or 담배맨 쪽이 상습적으로 해온 증거 조작의 일부라 믿었다. 결국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언젠가는 모든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며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드리라, 그래서 멀더가 돌아오면 모든 것이 정리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멀더의 모습을 (비록 플래시백이라지만) 오랜만에 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the gift를 내가 싫어하는 이유는 거기서 '죽어가는 멀더' 설정을 현실화해 버렸기 때문이다. (도겟의 말이나 병원 기록 가지고는 안 된다)


멀더가 돌아와서 슈퍼 솔저로 재탄생할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부활하는 바람에 흐지부지되었지만, 그 플롯은 아직도 용서가 안 된다.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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