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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가 마법을 쓴다

  재미있었다. 남자의 세계와 여자의 세계가 아직 분리되어 있고 서로간에 교류도 많지 않았던 미국의 1950년대 분위기 안에서 요리할 수 있는 상상력으로 거의 최대가 아닐까. 조금 더 거창했어도 재미있었겠지만 아마 그랬다면 조금 더 소박했다면... 이런 감상을 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것은 모두 당신의 것 당신의 것은 모두 내 것' 무시무시했다. 주인공이 스스로도 믿는지 안 믿는지 안 믿고 싶은 건지 분간을 못하면서 시키는 대로 하는 부분이 좋았다.

  보이는 현실 밑에 다른 한 겹의 현실이 깔려 있다는 식의 전개는 잘 다루면 늘 재미있다. 다만... 좀 더 체계적인 현실(=거창한)이었더라도 나쁘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지만, 그건 결국 뽑혀나온 결과물을 보아야 할 수 있는 얘기니까. 게다가 소설에서의 설정은 결말에도 봉사했고. 다 만족이다.




  황금나침반

  읽고 나서 이것저것 검색해 보다가 이 소설이 90년대산이라는 걸 알고 놀랐다. 훨씬 더 나이가 든 것으로 느껴졌었다. 소설은 재미있었는데... 재미있었는데...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라 조금 더 있었으면 싶기도 했다. 이렇게 프로파간다가 강한 소설은 종종 주제에 이야기가 먹힌다는 느낌을 주곤 하는데 그런 건 비교적 없었다만, 딱 잘라서 없다고 말하기엔 몇몇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좀 더 있었으면 싶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원래 '예언된 아이' 스타일의 이야기에 재미를 덜 느끼기도 하고.

  존 캘빈이 교황이 되어 교황청을 제네바로 옮겼다는 데서 엄청 웃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더 재미있었다. 대체 왜 그렇게 쓴 거지? 이후 전개를 보니 교황이란 존재는 없어도 되겠더만. 그리고 라이라의 세계는 여러 모로 프로테스탄트의 세계 같은데. 게다가 교회와 사상통제가 중심으로 나오는 세계에서 종교가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그 역할이 그다지 그려지지 않은 것도 흥미로운 생략이었다. (일단 안식일에는 미사/예배에 참석한다는 이야기가 없다.) 분명 의도적인 선택일 텐데 무슨 의도인지 궁금하게 했다.

  1편만 읽은 상태에서 영화를 보았는데 그건 나빴다.; 신학적인 이야기를 빼버린 건 나쁘지 않았는데 (어차피 소설에서도 3권에는 가야 본격적으로 나오니까)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고 이 장면 급하게 몰아치고, 자 이제 다음 장면, 역시 급하게, 이런 식이어서. 말이 많은 소설에서 말을 빼고 진행하려면 적어도 그것보다는 더 교묘해야 했다. 등장 인물들이 정보성 대화를 나누느라 감정전달을 할 틈이 없다. 이 영화의 주타겟층을 너무 낮춰 잡은 게 아니었나 하는데... 러닝타임이 너무 짧은 것도 그렇고.

  지금같아서는 남은 이야기들도 그다지 기대되지는 않는다.




  벨벳의 악마

  원래는 The Lizard in the Cup보다 먼저 끝냈는데 - 시작은 더 늦게 - 어영부영하다 글 쓸 기회를 놓쳤다. 많이 유쾌한 오락물이고, 취향을 타기는 하겠지만 대리만족의 감정도 있는 것 같다. 주인공이 남자여서 그런가 내 경우는 아니었다만.

  기본적으로 활극의 모양새인데, 음모가 서스펜스를 유지하고 주인공이 스스로에 대한 통제가 약해지는 순간이 있다는 점이 긴장을 유지해 준다. 역사추리의 요소가 섞여 있어서 내 경우는 더 즐겁게 읽긴 했는데, 찰스 2세가 정말 그런 정도의 그릇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라는 게 아니고 문자 그대로 잘 모르겠다. 왕정복고 시기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고, 이런 시대의 왕은 보이는 것과 자기 자신이 다른 경우가 많은 것이 당연하니까.

  얘기 하나 더. 읽으면서 내내 '흰 옷을 입은 여인'의 느낌이 있었는데, 뒤의 저작 목록을 보니 딕슨 카가 윌키 콜린스를 탐정으로 삼아 쓴 소설이 있었다OTL;;;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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