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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틱 리버 (Mystic River)



  영화를 먼저 보고(리뷰는 여기) 책을 읽었습니다. 둘이 비슷한 듯하면서도 많이 다르네요. 결말이 암시하는 바가 달라진 것(저만 그렇게 느낀 것인지도 모르지만요)은 물론이고, 책에서는 중요하게 나왔던 계급 격차에 대한 언급, 소설 무대이면서 또 하나의 주인공이었던 마을에 대한 묘사가 많이 줄었더군요. 소설을 여는 사건인 데이브의 납치부터가 책에서는 계급 문제가 작용했던 것으로 묘사되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것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세 주인공의 변화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의 그 불행한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가는 데이브의 모습이 영화에서보다는 책에서 일정 부분은 약화되었고 일정 부분은 강화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읽은 순서대로 말하다보니 앞뒤가 바뀌었네요.) 책이기 때문에 긴 분량을 투자해 묘사해줄 수 있었던 데이브의 심리가 영화에서는 짧게 그려졌고, 반면에 영화에서는 그 사건 이후의 데이브의 성장기, 특히 고교 시절 야구 스타였다는 이야기를 아예 들어내버림으로써 데이브의 현재를 과거의 악몽과 직접 묶어버렸습니다.


  데이브가 납치될 때 현장에 같이 있었던 두 사람 중의 하나인 숀에 대한 묘사는, 책에서 나오는 계급 묘사가 거의 없어지면서 같이 약화된 것 같습니다. 책에서의 숀의 캐릭터에는 '상대적으로 혜택받고 자란 인물'이라는 점이 큰 비중을 차지하거든요. 영화에서는 그대신 아내와 숀이 별거하게 된 과정도 같이 없애버리고는, '운명적 비극'이라는 테마의 비중을 더 높였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책에서는 숀과 아내가 왜 떨어져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아내가 어디 있는지 숀이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영화에서는 숀은 왜 아내가 자기에게서 달아나는지도 모르는 것 같고, 현재 아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거든요. 숀은 옛 친구들 그리고 기억 뒤편으로 밀려났던 과거의 사건과 자기를 다시 만나게 해준 이 임무를 통해 그 혼란을 정리합니다. 이 점은 책과 영화가 똑같네요.


  현재 시점에서, 살해된 아이의 아버지이며 과거에는 악명높은 범죄자였지만 지금은 손을 털고 깨끗하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나오는 지미의 과거는 주인공답게 거의 손댄 구석이 없지만, 결말을 통해 가장 많이 다르게 나타난 것 같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책의 결말은 종결의 느낌이 강한 반면 영화의 결말은 연속성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이 차이는 특히 지미의 태도를 통해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 사건의 진상에 대한 지미의 반응이 책과 영화에서 노골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지미는 지쳐보이거든요 (역시, 제게만 그렇게 보이는지는 몰라도^^). 책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죠.


  영화를 보고 전 '미스틱 리버'의 핵심이 '죄책감'이라고 결론내렸었는데, 책은 상당히 달랐습니다. 책의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위에 서술하려고 애쓴 둘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큰 전개과정은 책이나 영화나 사실 거의 똑같았기 때문에, 결말의 차이가 제겐 상당한 충격이었거든요. 이 문제는 영화의 아우라에서 벗어나 책을 볼 수 있게 된 뒤에나 무언가 생각이 가능할 듯합니다.



 : (2005. 01. 31)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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