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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추가하면서 등록 일자를 갱신했습니다.)



  Peter Dickinson의 1988년 작품.


  디킨슨이 자기 홈페이지에서 본인이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해왔고 책을 여러 권 냈음에도 받은 피드백의 70%는 이 작품에 대해서였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 대표작입니다. 디킨슨은 다양한 분야에서 책을 냈습니다만, 제가 접했던 건 아동/청소년물 작가로서였고 Eva도 그 부류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디킨슨은 현재 70대의 노령 작가이고, 책도 한두 권을 쓴 게 아니기 때문에, 그가 받은 피드백의 반 이상이 'Eva'에 대해서였다면 그건 그 작품이 엄청나게 감동적이거나, 아니면 엄청나게 논쟁적이기 때문일 거라고 추측했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판단은 후자 쪽으로 기웁니다. 번역되지 않았고 번역된다는 소식도 들은 바 없어, 핵심 내용들을 그대로 다 소개하겠습니다.


  'Eva'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코마 상태에 빠진 아이의 의식을 되살리기 위해 침팬지의 몸 속에 아이의 정신을 이식한다는 것은, 윤리적 정신적 감정적 문제를 낳을뿐더러,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책에 잠깐 언급된 것처럼) 법적 문제까지 야기합니다.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죠. 하지만 'Eva'의 초점은 무차별적으로 팽창해 나가는 인간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 문명의 종점은 어디일까, 그 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그런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인간의 사고를 할 수 있기에 미래를 고려할 수 있는 Eva는 침팬지의 사회에서 그들에게 독자적인 생존 방식을 가르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고, 인류의 현재를 통해 암울한 전망을 읽어내는 일부 사람들은 Eva에게 인류의 미래를 투영하고자 합니다. 거기에 환경주의자들도 있죠. 그리고 기업의 영리와 홍보와 투자가 모두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디킨슨은 굳이 프로파간다를 이야기 속에 은근히 퍼뜨려 놓을 만큼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의 화법은 Eva를 통해 나타나건, 건조한 묘사나 서술을 통해 드러나건, 충분히 직접적입니다. 그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고, Eva를 통해서는 ...이 부분을 잘 모르겠습니다. 디킨슨이 Eva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려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Eva가 침팬지들을 인간들의 보호구역에서 얼마 남지 않은 야생의 숲 속으로 돌려보내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Eva가 모범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Eva는 매우 특수한 개체였고, 그의 독특한 정신은 후대에 전혀 계승될 수 없는 것입니다. Eva가 남긴 유산은 인간들로서는 따를 수 없는 것이고, 침팬지들에게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남겨질 수 있을 뿐이니까요. 제 2, 제 3의 Eva를 만들려는 노력은 책 속에서 모두 실패로 돌아갑니다.


  논쟁적인 작품일 거라 생각하긴 하지만, 디킨슨이 인간들의 앞날에 대한 경고 외에 더 하고 싶은 말이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Eva는 너무 독특하기에 동일시하기도 사랑하기도 힘든 인물이고, 그 점에 있어서는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인간과 침팬지를 모두 합쳐)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으나 그 어떤 것도 분명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무분별한 개발과 확장, 자연 파괴에 대한 뚜렷한 경고의 메세지 이외에는요.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이 매력적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 아무래도 이 작가가 그려내는 미래보다는 과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2006년 10월 1일)




  (2007. 05. 16 덧말)

  리퍼러 기록을 통해 간 링크에서 홍인기 님의 Eva 리뷰를 읽은 덕분에, Eva가 다룬 소재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최초의 어머니/여성 신화'라고 일컬어지는 이 테제가 아주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아 분명 어디선가 접한 적이 있다 싶긴 한데, 설사 그렇다 한들 그다지 잘 아는 내용은 아닙니다.


  덕분에 Eva의 이야기가 어디에 뿌리를 대고 있는지는 알았습니다만, 그럼에도 잘 모르겠어요. 뭔가 명쾌하지 않다는 느낌은 여전합니다. 디킨슨이 미래 세계를 그렸기 때문일까요? 워낙이 디킨슨은 아동/청소년 소설을 쓸 때는 우화에 가까운 이야기를 자주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꼬마신관 타론 The Blue Hawk>도 그렇고 <킨 The Kin>도 그렇거든요. 하지만 두 이야기는 각각 고대 사회와 원시 사회가 배경이고, <에바 Eva>는 미래 사회가 배경이지요. 그 차이를 제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 있으니, 아직 깨우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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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phinoe

리뷰를 올린 바 있는, 피터 디킨슨Peter Dickinson의 소설 '에바 Eva'가 2008년 피닉스 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는군요. 소식은 디킨슨의 홈페이지에서 접했습니다. 피닉스 상은 1985년 제정된 상으로, 아동문학협회(인 듯한)에서 시상하며, 영어로 쓰인 작품으로 20년 전 출간되었으나 해당 해에 주요 상을 받지 못했던 작품들 중에서 선정한다고 합니다. 아동문학을 좀 더 홍보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는군요. 선정은 협회원들과 다른 이들(누군지는..?)이 임명한 위원회에서 하게 되어 있고요. SF 쪽은 따로 주는 것 같긴 한데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1989년부터는 Honor Book이라고 해서 한두 권씩 더 발표를 하기는 하는군요. 이건 수상작은 아닌 것 같습니다.


Phoenix Award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디킨슨의 다른 작품으로는 'The Seventh Raven'이 2001년 이 상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이걸 보고 드는 생각은, '그래, 역시 애들 용 책이었어...T_T'로군요. 아니 다른 뜻은 아니고, 번역본이 없어 원서로 읽었는데 어쩐지 술술 읽히더라 이 말씀입니다. T_T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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