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hsemane'에 해당되는 글 2건


XF CC/Emily는 좀 독특한 느낌이다. 보면 볼수록 7시즌까지의 에피들 중 이만큼 몽환적인 느낌의 에피가 드문 것 같아. 나는 비견할 예를 찾지 못하고 있다. 명절 장식들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CC의 꿈 시퀀스랑 Emily의 티저... 기타등등.


하여간, plot이나 plot device는 정말 마음에 안 드는데도 그 톤이랑 멀더가 여기서 보여준 태도 때문에 저 기억 너머로 묻어둘 수가 없는 에피다. Memento Mori와의 연계 때문도 있고... 사실 MM의 직접적인 후속편은 Gethsemane/Redux I&II 연작이지만, 내겐 특정 스토리라인의 자리가 너무 커진 관계로 요새 MM은 CC/Emily랑 묶어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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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방송 속도를 따라잡은 POI 잡담 좀 덧붙여서.



도서관'팀'이 잘 자리잡았다고 기뻐했다가 9에서 멘붕. 3시즌에 들어서면서 이래저래 양상이 많이 달라져서, 4시즌에서는 캐릭터들에게 얼마나 더 가혹해질 심산인지 벌써부터 걱정된다-0-;


최근에 새로이 든 생각인데, POI에서도 희생되는 사람들은 선한 사람들이다. 조금은 네이선도 그렇고, 카터랑 도널리가 그렇지. 리스나 핀치는 innocent하지 않으니까. 카터나 도널리, 네이선은 player이긴 하지만 innocent한 사람들이고. (비교하자면 Grace는 아예 player가 아니다.)


그레이스가 다시 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루트가 그레이스의 존재를 알고 있어서 문제. 언제든 적으로 돌아설 수 있는 캐릭터가 상수패를 하나 쥐고 있는 셈이다. 핀치는 리스도 희생 못 시키는데 그레이스는 절대로 다치게 하지 못한다. 예전에야 그런 위기상태를 예상하고 이런저런 대비를 해두었다지만 지금은 players가 너무 많아져서 절대로 핀치가 모든 수를 내다볼 수가 없다.




내가 POI의 세계보다는 낙천적인 SG-1의 세계가 조금 편한 감이 있다. POI는 종말이 정해진 북유럽 신화의 세계 같아. 본인들도 인정한 바지만 그들은 borrowed time을 살고 있고 끝은 좋지 못할 거라 예상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스케일의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POI의 세계가 더 절박...하다기보다 절실해 보인다.





여튼... 3x15, 16, 17을 봐서 POI 진도를 따라잡았는데, 15는 비교적 오랜만의 정통(?!) POI 에피소드여서 좋았고 - 나는 이 드라마 mythology arc의 스토리라인은 대체로 좋아하진 않는다. 따라붙는 캐릭터들이야 좋지만, 너무 인공적인 느낌이라서.. 1시즌 초반에 설정놀음을 하지 않았기에 실은 계속 봤고, 그게 중요해진 이후에는 기둥줄거리가 characterisation하고 너무 밀접해져서 싫다고 대놓고 말을 못하게 되었다=0=;; - 16은 다른 건 다 제쳐놓고 델린저로 Neil Jackson이 나와줘서 다른 것은 안중에도 없을 만큼 좋았고(말이 그렇다는 거다. 2시즌에서 다 마무리한 줄 알았던 노트북 arc 더 해줘서 감탄했음. 그럼에도 아직 명쾌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다는 게 미칠 노릇이지만. 제작진들이 계산해서 떡밥을 깐다는 점은 다르지만 '일은 일을 벌여 마무리하고 질문에는 질문으로 답하는' 게 정말 XF 같아), 17은 루트의 에피여서 만세였다. 본인이 어떤 의미에서는 신세진(I mean, 친구의 시신을 수습해 제대로 묻어줘서 고맙다고 잊지 않겠다고 자기가 직접 말했다) 리스는 핀치의 애완동물 취급을 하면서, 쇼랑은 엄청 친근한 듯이 군다. 여기에 쇼가 진저리치는 것도 실은 재미있고. 같은 종자인데.;



17에피 초반부 호흡은 정말 죽인다. 에머슨이 로케이션 촬영을 버거워해서 기존 세팅이 지금의 모습으로 된 거라고 들었는데 실은 리스보다 핀치 비중이 더 늘었다^0^ 1시즌이 리스, 2시즌이 핀치의 이야기였다면 3시즌은 기계의 이야기가 될 모양인가 본데, 그 '자경단'의 존재는 그런 의미에서 이해는 된다. 스토리라인이 정말 여럿인데 직조하는 솜씨가 썩 괜찮다. 다만 시즌 말에만 가면 시청자들 멘붕이 심해지고, 시즌 피날레가 워낙 마무리!라고 도장을 쾅쾅 찍어주는 통에 앞질러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게 흠. 머리를 비우고 마음편히 느긋하게 보기에는 영 적절한 드라마가 아니다.





모 그래도 XF보단 낫긴 하지. 아직도 겟세마네의 멘붕은 믿을 수가 없어. 내가 대체 뭘 본 것인가 접수가 안됐던 것 같다. POI 3시즌 9에피도 반쯤 알고 봤기에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안 하던 트위터를 시작했을지도ㅡㅡa;; 하지만 그래도 The Crossing은 시즌 피날레도 아니었고 휴방기를 끼고 방영하지도 않았다! 지금도 겟세마네의 충격을 생각하면 원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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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샌 블로그를 정말 난잡하게 쓰고 있군. 생각을 정리할 겨를이 없으니 어쩔 수 없어.



Posted by Iphinoe

4x24 Gethsemane 잡담

our town 2007. 5. 9. 08:19


  SCULLY: Mulder, the only lie here is the one that you continue to believe.

  MULDER: After all I've seen and experienced, I refuse to believe that it's NOT true!

  SCULLY:Because it's easier to believe the lie. Isn't it?

  MULDER: What the hell did that guy say to you, that you believe his story!?

  SCULLY: He said that the men behind this hoax... behind these lies...
                    gave me this disease to make you believe.


  - 4x24 Gethsemane




  미국에서의 방송 시기에 주목해 크리스마스 에피를 집어낼 수 있게 되기까지 아주 오랫동안 나는 겟세마네가 4시즌 크리스마스 에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 4시즌 크리스마스 에피는 Musings of CSM 존재의 저편.) 그건 스컬리 식구들이 명절상처럼 잘 차린 식탁 앞에 모여 앉은 모습을 에피 초입에 봤기 때문이기도 했고, 멀더가 자기가 걸어온 길을 반추하게 되는 설정이 연말 분위기에 맞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맥락에서 멀더가 자살을 결심하는 결말이 그리 뜬금없지만은 않다 받아들였던 기억이다. 그렇다고 충격받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연말엔 사람들이 지나온 삶 - 단순히 그 1년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 - 을 정리하는 심리상태가 되는 것도 당연하고, 그러다 보니 멀더가 그런 일을 맞닥뜨리고는 자살을 결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생각했던 것 같다.


  게다가 멀더가 자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느꼈던 것이, 나는 그 직전에 크리취고가 전한 '멀더를 이 일에 붙잡아두기 위해 스컬리를 암에 걸리게 했다'는 말과 그 말에 보인 멀더의 반응에 이미 먼저 심장이 내려앉은 상태였다. 남겨질 스컬리를 생각한다면 말도 안 되는 선택이지만, 그런 진실을 알고 나면 죽고 싶어지는 것도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창고에서 스컬리가 그 결정적인 말을 멀더에게 했을 때 멀더의 표정을 보고, 그가 방금 전까지 그토록 확고하게 'refuse to believe'했던 것을 그 말을 듣고서는 더 이상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알았다. 크리취고가 스컬리에게 한 말이 사실이건 아니건, 거기엔 진실이 한 자락 들어 있었고, 스컬리가 알았듯 멀더도 그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스컬리의 납치나 뒤에 이은 발병, 멜리사의 죽음 같은 사건들이 도의적인 의미에서 멀더의 책임이긴 하지만, 크리취고의 말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스컬리의 암을 멀더의 책임으로 만드는 것이고, 그건 그 누구라도 감당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도 사람들은 살아나가고, 결국 멀더도 그렇게 됐긴 하지만, 4시즌 전반에 걸쳐 멀더의 심리상태를 한쪽으로 정교하게 몰아간 걸 모르고 띄엄띄엄 우리말 방송을 봤던 나는, 겟세마네의 결말을 그 긴 세월 누군가의 손에 놀아나 자신도 모르게 기만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걸 알게 된 환멸에 뒤이은 것으로 보기보다는, 그에 더해 전혀 새로운 차원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자의 선택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문장 좀 보게-_-) 물론, 아까도 말했듯이, 그렇다고 그런 시각이 충격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됐던 건 전혀 아니다. 솔직히 이 스토리라인에 대해서는 KBS에서 5시즌 방송할 때까지 내내 멍한 상태였다.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몰랐다는 뜻.) 다만, 멀더에 대해서만은, 그 충격이 곧 끔찍하게 슬픈 감정으로 이어졌었다.


  아이러니컬한 건, 그 날 저녁(맞겠지?) 총을 멀더 손 안에 놀게 한 것도 스컬리에 대한 감정이었고, 결국 그 총을 내려놓게 만들었던 것도 스컬리에 대한 감정이었다는 것이다 - 당시 내 해석을 따른다 해도 말이지. 그러니, 리덕스 연작에서 멀더가 스컬리를 '되돌려받'은 것은 '최소한의 인간적 배려'라는 worry님 말씀이 정말 맞다. 1013, 픽션이라고 주인공을 - 그리고 클리프행어에 걸린 우리 시청자들을 - 이렇게 학대해도 되는 거였냐-_-;;




  MULDER: If only the tragedy had been mine alone, might it be more easy tonight to bring this journey to its end.

  - 5x02 Redux I






  정worry 님^^의 4x24 Gethsemane, 5x02&3 Redux I, II 리뷰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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