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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3 In Good Company

In Good Company

afterwards 2008. 5. 13. 23:10

  오래 전 영화지만 봐야지 봐야지 벼르면서 못 보고 있다가 어제서야 봤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낮에 이 영화를 스토리온에서 해주더군요. 대체 왜;;


  지나간 버스 아쉬워하는 거지만, 이 영화가 웨이츠 형제 영화인 줄 알았다면 개봉했을 당시 보러 갔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홍보를 '아빠의 젊은 상사와 연애한 딸'에만 초점을 너무 맞춰서, 설정 특이한 걸로 승부하는 로맨틱 코미디인가 하고 안 갔거든요. '어바웃 어 보이' 만든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걸 알았다면 보러 갔었겠지요.


  할 얘기가 많았긴 하지만 다 관두고, 이 영화는 사실 아빠의 상사와 연애하는 대학생 딸이 중요한 게 아니라,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하면서 낙하산으로 세일즈 팀장 자리를 꿰찬 스물 여섯 살의 풋내기 상사와, 바로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순식간에 보좌역으로 밀려난 쉰 한 살의 세일즈 전문가가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열 여덟 살 딸이 그 상사와 데이트를 하게 된다는 건 서브 플롯이고요.


  그리고 영화는 이 설정을 다루는 데 있어 쉽게 가려 하지 않더군요. 두 청춘남녀는 서로의 위치와 상황을 다 알고 연애를 시작하고, 풋내기 상사가 경험부족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그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노련한 전문가가 큰 한 방으로 도와준다는 그런 해결책은 없습니다. 아주 없는 건 아닌데 그다지 노골적이지 않고, 그나마도 바로 이어 나오는 내용이 그 효과를 공중으로 날려버려요. (스포일러인가;;)


  그리고 남는 건 기묘한 상황에서 서로의 삶에 끼어들게 된, 공유하는 점이 별로 없을 것 같은 두 사람과 그 주변 사람들이 교류해 나가는 모습과 그 과정에서 주고받는 감정들입니다.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어바웃 어 보이'에서 감독들이 하던 그 작업이라 그런 의미에서 반가웠고 그 때만큼 잘 해준 것이 역시나 고마웠습니다. (표현은 좀 이상하지만.)


  이런 영화답게 배우들이 참 좋았습니다. 타이틀롤 맡은 두 사람의 감정 기복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연기가 좋았어요. 전반적으로 배우들이 다 그런 편인데, 그래서 스칼렛 요한슨이 덜 부담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다른 영화에서 볼 때는 별로 안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카터 듀리아(풋내기 스물 여섯 살짜리 팀장)의 캐릭터가 은근히 재밌었습니다. 일부는 토퍼 그레이스의 순진무구한 얼굴이 주는 느낌이 실제 이상으로 작용한 때문이 아닌가 하는데, 실은 그거 말고도 많아요. "Ohmygod" 할 때의 하이톤도 은근히 귀여웠고 (특히 맨 마지막 장면에서 할 때는 귀여워서 쓰러졌어요), 조금만 상황이 이상해지면 반사적으로 "I'm sorry"가 튀어나오는 것도 섬세한 터치였습니다.


  찬찬히 생각해 보면 캐릭터들을 그려내는 방식은 캐리커처에 가까워서 얄팍하게까지 느껴지는데, 거기 그런 깊이와 공감대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기와 연출과 각본 모두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역시 제대로 아는 게 없군요).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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