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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기는 재미있었는데 동시에 봐야 할 게 너무 많아 힘들었다.
한글 자막에서 오가는 대화체가 도시 마음에 들지 않아서리..-_-;;


극장에서 봤다면 비주얼이 꽤 압도적이었을 것 같다. 보러 갈까 말까 저울질하다가 시간 낼 마음을 먹기가 힘들어서 가지 않았던 많은 영화들 중의 하나였는데, 극장에서 봤다면 한 이틀쯤은 영화에 젖어 있었을 것 같군. 이 영화가 따온 수많은 족적들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머리보다는 가슴이 먼저 반응했을 듯. :)


영화 내용을 미리 몰랐다면 더 재미있었겠다.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영화들은 전혀 모르고 가서 얻어맞는 편이 훨씬 낫다. 대신 보는 데 한 두 배는 더 정신이 없었겠지. (아이덴티티.-_-)


초현실적인 우주 정말 압권이었다. '우리 세상은 평평해, 그 끝은 지옥이야'가 생각나더군. 어쩌려고 바다를 만들었는지.. 누구처럼 그 끝에 가보고 싶다는 사람이라도 생기면...^-^;;


협박당하고, 이용당하고, 협조하고, 그들을 도와 '고문'에 일익을 담당했고, 그 와중 나름 잔머리를 굴려 빠져나갈 구멍들을 찾았고, 그러면서도 스스로는 너무 겁이 많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기에 결정적인 존재가 될 수 없었던 (나름대로 결정적인가?) 박사. 원래 이런 사람들에게 눈이 돌아가긴 하지만 하여간에 아주 흥미롭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뚝뚝 끊어지는 어조, 불안한 머리와 눈 움직임 등 학대받은 사람들의 증세를 보이기에 신기하게(??) 생각했는데, 역시 그런 과거가 있었다. =) 하긴 어쩌면 너무 많은 것을 본 사람이기에 대항할 엄두조차 못 내었을지도 모른다. 원래 앞뒤 모르는 사람이 용감하다. :P


저들이 자기들이 어디서 왔는지 전혀 기억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점이 슬프다. 머독은 자기 나름껏 머리를 굴려 낙원을 만들어냈지만 어쨌거나 그건 끝나게 되어 있다.


머독도 죽을까?


허점이 많은 영화이긴 한데, 그래서 더 재미있다. 설명해주지 않은 부분들이 더 많은 이야기와 더 강렬한 감정들을 내포하고 있으니까.




주연배우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기사 윌리엄'에 나왔다는데 나야 본 적이 없으니. 키퍼 서덜랜드는 언제나 어디서나 그랬듯이 좋았다. :) 이 사람에 대해서 뭔가 안 좋은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연기가 좋아서 그런가 그 이야기 때문에 박혔던 이미지가 점점 씻기고 있고. 상당히 마초적인 남자 연기에 어울릴-_-;; 인상이라 유약하고 비겁하고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있는 남자 역을 어떻게 할까 내내 신경쓰면서 봤는데, 역시 놀라웠다.


윌리엄 허트. 목소리 좋은 줄 몰랐다*_* 하긴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흥분해도 일단 어조를 깔고 얘기한다. "from where?"하고 물을 때, "...and every time I try to rearrange these pieces it still doesn't make any sense!" 할 때... wOw.


제니퍼 코넬리. 말이 필요없다.




막간의 스포일러

오프닝 신이 "First came the darkness, then came the strangers."와 함께 시작해서 나는 당연히 무대가 '지구'인 줄 알았다. 하여 Inspector가 공중으로 뿌리쳐지면서 빙글빙글 도는 시야로 보게 된 그 공간의 전체 모습은 상당히 충격적이고 인상적이었다. 하긴 나는 별에 관한 스펙터클은 무조건 좋아한다. 예전에 과학관에서 본 '빅뱅'도 그 사이에 흐른 시간이 몇 년인데 아직도 잊지 않고 있으니. 이 영화를 보는 우리들은 당연히 그들이 지구에서 납치되어 갔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들 자신들은 자기들이 어디서 왔는지도 알지 못하고, 사실 우리도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한다. ;)


머독이야, 심어진 기억일망정 이제 '세상'이 자기 환상대로 충족됐으니 행복하다 치고, 그 박사는 행복할까? 왠지 나는 그가 자살했을 것 같다.


IMDb trivia에 따르면 대부분의 팬들이 오프닝 신에서 사람 모습이 나올 때까지 나레이션을 끈 채로 보는 것을 좋아한다던데, 이해할 것 같다. 나도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면 그럴 것 같아.


그래픽 그 자체보다도, 등장 인물들의 연기가 너무나도 좋아서 영화가 잘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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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딴소리 하나. ...그러니까 결국 외계인들이 다크 시티에서 기르기;; 위해 납치해간 인간들은 전부 다 영어권 사람들이었던 것이었던 것인가?? :D



(2004. 03. 21)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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