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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리뷰를 쓰려면 시간이 좀 더 흘러야 할 것 같으니 메모성.



1.  조심스레 했던 기대보다 훨씬 좋은 책이었다. 맥락을 잘 알 수 없었던 '악의 기원'과 '킹은 죽었다'까지 좀더 잘 이해가 된 느낌이다(소위 '라이츠빌 시리즈' 장편 연작이 '일곱 번의 살인 사건 Double, Double'로 일단락된 뒤 위의 두 작품이 나왔거든. 이후 'The Glass Village'까지 셋이 매년 한 편씩 연달아 나온다. 그 다음 해 작품은 'Inspector Queen's Own Case'). EQ가 지금 받고 있는 평가보다 여러 의미에서 훨씬 더 도전적인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 건 이런 면모들 때문이지. 시대에 대한 고찰의 흔적을 어떤 식으로든, 미숙하건 치기어리건 작품에 담으려고 애쓴 것이 이 세 작품의 특징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악의 기원' 같은 작품은 많고 그중 이건 평작에 속하고, 같은 주제라면 '킹은 죽었다'보다는 피터 디킨슨의 'The Lizard in the Cup'이 낫다. 그에 비하면 여러 모로 더 빼어난 'The Glass Village'가 번역이 안 된 것은... 애석하지만 퀸의 부재 때문이겠지.)


2.  EQ가 특히 헐리우드에서 활동했던 시기에 대해서 알고 나서는, 매카시즘의 시대를 이 두 사람은 어떻게 살았나 궁금해했었다. 더쉘 해밋 같은 사례도 있었고. 게다가 'The Glass Village'가 매카시즘을 은유적으로 다룬 작품이라고 듣고 나니 더 궁금해졌었다. 아직 리와 더네이의 이 시기 행보에 대해서는 크게 들은 바가 없지만, 적어도 동시대인으로서 이 시기를 어떻게 생각했었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3.  퀸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읽기를 좀 꺼려했었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물론 이유의 하나지만, 더 크게는 퀸이 EQ의 작품들에서의 가벼운 분위기를 세팅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퀸도 없는데 다루는 주제는 매카시즘이라니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만약 꼭 퀸 같은 캐릭터가 등장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매너리즘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편히 볼 수 없었을 것 같고. 그런데 기우였다. 이 소설에는 유머가 넘쳐난다. 키득거리게 하는 정도지만 guilty pleasure 정도는 될 것 같다. 법정에서 머리를 싸매쥐고 고심해야 하는 나이드신 판사님들 캐릭터 너무 다 귀여워=0=


4.  참, 퀸이 등장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작품 내적으로 분명히 있었다. 이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처음에는 퀸을 넣을 요량으로 이야기를 쓰고 있었을 텐데, 어느 시점에서 방향전환을 했으려나. 그리고 퀸이 등장하지 않는 EQ 이야기인 이 작품이 바로 다음 작품인 'Inspector Queen's Own Case'의 탄생에는 어느 정도의 계기를 제공했는지도 꽤 궁금하고. 결국 나중에는 라디오극으로 만들면서는 퀸을 끼워넣은 것 같지만, 그러면 이야기의 집중력이 아무래도 좀 흐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5.  주제의식이 핵심인 작품이다보니 추리소설 속 사건으로서는 비교적 복잡하지 않게, 간결하게 간다. 엘러리 퀸이 좋아하고 즐겨하는 화려한 스타일과는 다르다.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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