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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버 사건의 수사가 시작되었을 무렵 그는 소위 쇠퇴기였다. 지나버린 과거가 마치 현재처럼 그를 질식시키고 있었다. 결혼에 대한 기억, 젊은 아내와 아든 가의 아파트로 이사 오던 날의 기억. 처음 이사 왔던 날 밤, 그는 창문 밖으로 술 취한 중년 남자가 길 건너편에서 가로등 기둥에 온 인생을 기대고 서 있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그 남자는 균형을 잡으려고 애를 쓰다가 선 채로 잠이 든 것처럼 보였다. 레버스는 그 남자에게서 애틋한 마음을 느꼈다. 생각해 보면 당시에 그는 거의 모든 것이 애틋했다. 신혼이었고, 첫 번째로 융자를 받았고, 로나는 아기 얘기를 했었다.......

 

  머그잔을 던진 사건이 벌어지기 한두 주 전쯤, 레버스는 자신이 그 남자가 되었음을 느꼈다. 중년의 나이에 똑같은 가로등 기둥을 붙들고 균형을 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 길을 건넌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원래는 저녁식사 시간에 진의 집에 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그는 옥스퍼드 바에서 더 편안함을 느꼈다. 그는 진에게 전화를 걸어 약간의 거짓말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든 가로 걸어서 돌아온 것 같았지만 어떻게 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가로등 기둥을 붙들고는 그 중년남자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웃었다. 한 이웃이 그를 도와주려고 하는데도 레버스는 가로등 기둥을 더 꽉 껴안았다. 자신은 쓸모없는 놈이고, 책상에 앉아 전화 거는 일이나 하는 놈이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말이다.


  그 일 이후 레버스는 그 이웃의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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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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