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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예상 밖이었던 것 - 캐릭터들이 영국 억양을 쓴다;; 나는 당연히 어떻게든 미국으로 무대를 옮겨올 줄 알았었다. 걔네들이 원래 그렇잖아(__ )...라 생각했는데 원작을 존중해줘서 다행이었음.


그리고 방금 말한 원작 존중이 무색하게도 다른 픽션의 세계랑 섞었다!! 하고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그것도 알라딘이랑!! 제일 먼 곳으로 가라는 말에 램프의 지니가 원더랜드까지 쫓겨갔다는 거 정말 웃긴다. 귀엽다. 그건 귀엽긴 한데, 드라마 제목이 그리되면 좀 너무 misleading하지 않냐. 하긴 Once Upon A Time부터가 2시즌부터는 환상의 세계 속으로 아예 들어가버린 마당에 그런 말하기가 우습긴 하지만, 하지만 Alice in Wonderland는 원래부터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스토리였는데 그걸 꼭 굳이 다른 픽션이랑 섞어야 했나. OUAT가 이런저런 동화나라들 사이에 다리를 놓고 뒤섞고 있으니 그 브랜드에 속한 이상 어쩔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상한 나라/거울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의 변주를 보고 싶었던 거지 알라딘과의 변신합체를 보고 싶었던 건 아닌데. 근데 왜 하필 램프의 지니를 택했는지 매우 궁금하긴 하다.



파일럿만 본 감상으로 말하자면 파일럿의 톤대로 진행되면 은근히 웃길 것 같다. 제작진이 기대하는 건 그런 게 아니겠지만... tongue-in-cheek 스타일로 진행한다면 계속 봐줄(;;) 의향이 있긴 한데, 파일럿이 너무 진지한 것으로 보면 그런 방면으로 웃겨줄 것 같진 않다만. 실은 그래서 웃겼다. 특히 붉은 여왕. menacing하게 보이고 싶은 모양인데 자파한테 너무 밀린다. 어린아이 떼쓰는 느낌이 더 강해. 더 미친 모습이어야 하는데.



램프의 지니 Cyrus가 외모가 좀 떨어져서 신기하게 여겼는데, Knave를 보고 나니 알겠어. 이쪽이 남주인공이군. 그리고 왜 앨리스는 항상 cheeky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2009년 TV영화로 나온 2부작 앨리스에 대한 불만도 앨리스가 너무 톤 조절 없이 강하기만 하다는 거였는데. 왜 앨리스는 항상 싸움에 능한 건방진 소녀지?





말 나온 김에 Alice(2009) 이야기도 조금. 원더랜드의 세계가 오늘날까지 나름대로 발전해왔다면 나왔을 법한 모습 중 하나를 다룬다는 세팅인데, 그러니까 현대적 각색이긴 하지만 약간 다르다. 재미있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하고, 꽤 근사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정말 팬픽이다. 너무 조아^o^/ ...양팔 다 들고 싶은데 부호가 뭔지를 모르겠네ㅡㅡ; 다만 우습게도 위에 말한 이유로 정작 타이틀롤인 "Just Alice"는 취향이 아니었다. 그래도 금발을 벗어나는 모험을 했다는 점에서는 감독에게 점수를. 하긴 이 앨리스는 어차피 '그' 앨리스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라는 것이 있어서... 오즈의 서쪽 나라의 마녀가 원래는 초록 얼굴이 아니었는데, 모 영화 이후로는 그런 것으로 되어버려서 'Wicked'에선 주요한 플롯 장치 중의 하나가 엘파바가 초록 피부를 가졌다는 사실이었으니까.



여튼, 앨리스는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아 그저 그랬는데, Hatter랑 Jack of Hearts가 일품이었다^0^;;.


해터는 character building이 좀 약하지만 - 영화 시작 이전의 행보와 비교해보았을 때 너무 고결하달까, 캐릭터 전환이 급작스러운데 그 뒤로는 그냥 그대로 밀고 나간다 - 그건 뭐 앨리스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해 두면 되고, 배우가 워낙 표정연기가 좋은 데다 wiki 말대로 suave하고 sincere하고 약간은 까불까불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Jack Heart는 stoic하다가도 사방에 매력을 뿌리는 스타일. 몸놀림, 특히 손동작,을 모델같이 근사하게 구사할 때가 있다. 씬에 들어올 때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들어온다던가 동작이 우아하다던가 하는. 자세도 늘 곧고. 하지만 모델 출신 같다기엔 우선 너무 안 말랐고(ㅎㅎ) 결정적으로 걷는 모습이 catwalk과는 거리가 멀다. 아마도 영화 제작진이 Hatter는 귀엽고 Jack은 예쁜 쪽으로(...) 이미지설정을 했던 모양. 근데 이 Jack 역할을 한 사람이 누구냐면, <스트라이크 백> 2시즌부터 들어와서 발바닥에 땀나게 뛰댕기는 그 사람이다.



Overall, 이 TV 미니시리즈가 팀 버튼 영화보다 여러 모로 낫다. 슬픈 일이지만(한쪽은 영화관에 걸린 적이 없다는 점에서..). 실은 팀 버튼이 Alice in Wonderland story에 별 관심도 없었고 매혹된 적도 없다니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본인이 quirky한 상상력이 넘치다 보니 그리 대단해 보이지가 않았던 것일까. 여튼 Alice(2009)는 대놓고 팬픽임을 선언하는 분위기라 매우 좋았다. 특히 이제 Once Upon A Time in Wonderland와 비교하니 더. 뭐랄까, 후자에 비하면 전자가 더 순수한 팬심의 산물이라는 느낌이다. 원전에 대한 애정의 정도와 깊이를 느낄 수 있다거나 없다거나 하는 생각을 갖는 것이 정말 plausible한 일인지 아니면 그저 넘겨짚기에 불과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튼 내게 다가오는 바로는 그렇다. 다만, 이 TV 영화의 작가&감독인 Nick Willing은 Oz saga 가지고도 같은 작업을 이 전에 했었고(Tin Man, 2007) 이 영화 뒤에는 '피터 팬'을 가지고도 같은 작업을 했었기에(Neverland, 2011), 나름대로 의구심을 가질 만한 이유도 있기는 하다. ...여튼, 팬픽도 창작이다! 에헴. 그나저나 다른 두 TV영화도 매우 보고 싶다. 실은 이 Alice가 전개상의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전체 전개가 매력적이고 그리고 (약간 모순되게는 들린다만) 이야기가 좋아서, 다른 앨리스 각색물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바람에 Once Upon A Time in Wonderland까지 가게 된 것임.



아참, Once Upon a Time in Wonderland는 자파 역의 배우도 있지만 작가진에 제인 에스핀슨이 있어서 좀 더 궁금하다.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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