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리뷰를 쓸 깜냥은 아직 못 되고, 오늘은 잡스러운 사방 잡담입니다. 아무래도 보고 나니 대나무 숲에서 떠들고 싶어져서 말이죠;



  당연하지만 스포일러 경고 (사실 중요한 내용은 없습니다만.)

  ― . 맨 처음 사건 시작하는 시각이 10시 13분 맞나요? 오프닝에 정신빼고 있느라 유념한다고 했는데도 놓쳤습니다;
  (→ 10시 23분이군요.)



  ― . 맨 처음에 멀더가 스크랩하는 기사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초과학적 현상에 대한 연구를 위해 운영해 왔던 랩을 40여년(이렇게 봤는데 정확하진 않아요)만에 폐쇄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기사를 쓴 기자 이름이 Howard Dimsdale이었어요. IMDb의 '미래와의 전쟁' trivia란에 따르면 이 이름은 프랭크 스포트니츠와 존 쉬반이 American Film Institute에서 공부할 때 그들을 가르쳤던 분의 이름이라는군요. 이 분은 그 악명높은 매카시 시대 때 블랙리스트에 올랐는데, 당시 사용하던 필명이 아서 데일즈랍니다. '그' 아서 데일즈요. :) 이 분 이름은 '미래와의 전쟁'에서는 맨 마지막에 멀더가 읽고 있던 '텍사스의 한타 바이러스 진정 국면' 기사에도 기사 작성한 기자로 나왔답니다.
  (사실 전 Howard까지만 보고 Howard Gordon인가 하고 유심히 살폈었는데, Dimsdale이었어요^^)



  ― . 스컬리의 차 번호판은 SL8 326인데요, 중간에 한 번 뒷자리 숫자가 323으로 나오는 곳이 있습니다. 조셉 신부가 새 환영을 봤다고 해서 위트니가 멀더와 스컬리를 사건 장소로 다시 불러들이는 장면이요. 그리고, 멀더가 나중에 혼자 수사하느라고 사건 현장에 돌아갔다가 근처 도로를 달릴 때 (Nutter's Feed로 이어지는 씬) 보면 차의 뒷모습이 여러 차례 나오는데, 교묘하게 그 자리만 번호판이 눈으로 덮여 있어요. 나중에 차번호가 왔다갔다한다는 걸 알고 가렸다에 100원;



  ― . 멀더가 개를 해쳤어요!!



  ― . 이건 이 사소한 이야기 나열에서도 더 사소하다면 더할 수 있는 얘긴데, 스컬리가 경쾌하기 짝이 없는 어조로 나열하는 의학전문용어를 듣는 순간 엑스파일의 새 내용을 보고 있다는 게 정말로 실감이 났습니다. 제작진에게 순간 고마웠어요. 그리고 덧붙이자면 '스컬리, 데이나 스컬리' 피식 웃었습니다. 뭐 전매특허도 아니고, 제임스 본드만 그러라는 법은 없는 거지만요.^^



  ― . 부시 사진 뜰 때 거기 맞춰 깔리는 엑스파일 오프닝 테마, 뒤집어졌습니다. 이거 의도적인 거 맞죠? 그 곡이 거의 '미스터리 용 음악'과 동급으로 취급받는 것을 생각하면, 제게는 그게 꼭 '너 어떻게 당선됐니, 세기의 미스터리다' 하는 것처럼 들렸어요^0^



  ― . I WANT TO BELIEVE 포스터 구겨져 있던데, 설마 도겟이 수습한 옛날 그 포스터?



  ― . 멀더의 초반 구레나룻은 <캘리포니케이션> 때문이라는 데 백만스물다섯표.



  ― . 정말 작정하고 예전 XF 출연 배우들을 많이 기용했더군요. 칼럼 키이스 레니는 엔딩 크레딧 보고서야 출연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름과 XF과의 인연이야 알지만, 얼굴을 기억 못해서요... 하지만 "특수요원 포사" 사라 제인 레드몬드는 첫 등장부터 눈치챘고 매우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하쉬 렐름 때 금발이었던가요? 밀레니엄의 페브리칸트 박사도 반가웠습니다만 영어를 아예 안 하시더군요-0- 말 나왔으니 말인데 그 언어 어느 나라 말이에요?
  (→ 언어는 정황상 러시아어로 추정되는데^^ 알아들으신 분 계십니까. 그리고 두 번째로 납치된 아가씨, Supernatural에서 봤던 사람 같았는데 IMDb 찾아보니 무려 Rush의 채스티디; 납치된 FBI 요원도 PMP 에피소드에 출연했던 카페 종업원이었고, 화상회의에 나왔던 흑인 여자 의사는 Shadows를 비롯 복수 출연자셨고요. 그 외에도 목록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습니다.)



  ― . 침대 장면에서, 스컬리 옆 손탁자에 놓여 있던 책 제목이 'Beautiful Wasps Having Sex'였어요-0- 대체 왜 하필 그런 제목을;; 실제 책인지 궁금해서 아마존 찾아봤더니, 실제 있는 책이고 내용도 실하고 다 좋은데, 그 아래 엑스파일 관련 책 링크가 무더기로 걸려 있군요^^ 내용 전혀 관계 없던데;
  (→ 작가 Dori Carter가 크리스 카터 부인이랍니다;)



  ― . 멀더 휴대폰, 이번엔 스컬리 번호가 단축다이얼이 아니더군요! 맨 위에서부터 차례로 Bowman, Gilligan, Scully, Shiban이었고 반가웠고 다 좋았는데, 킴 매너스는 어디로?
  (→ 중간에 장기 적출 수술이 묘사되는 병원이 Manners-Colonial Hospital입니다. 그리고 혹시 스컬리 차 - 나중에 아작나는 그거 - 번호판 확인하신 분 계십니까?)



  ― . 마지막에 멀더가 '추워요' 할 때 뒤집어졌는데, 그 뒤에 스키너가 멀더 끌어안는 거 보고는 폭소가... 1013의 농담하는 센스는 어디 안 갔더군요. 극장판 1 Fight The Future의 그 구도 그대로, 그거 그 순간에 웃으라고 넣은 거 아녜요-0-;;



  ― . 촬영 초기에 공개되었던 장면 (멀더가 건물을 나와 성큼성큼 걸어가고 휘트니가 부르며 따라가는), 스틸컷으로 공개된 그 악명높은; 낭만적인 풍경 앞의 멀&스 장면, 둘 다 어디갔나요;; 그리고 예고편만으로는 멀더가 'I need you' 하자 스컬리가 'That's what scares me' 하더만 그거 편집의 농간이었군요.





  잡담을 조금 벗어난 내용 (스포일러 경고. 이건 나름 중대할 수 있습니다.)

  ― . 결국 범죄는 초자연적인 것이 아니었고, 범죄를 풀어가는 방식에 초자연적인 개입이 있었다 ― 엑스파일을 모르는 관객들도 이 정도는 받아들이는 데 무리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싱겁다는 평이 나올 것을 염두에 두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거기 가톨릭이라는 요소가 끼어들면, 스컬리의 신앙과 그 신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는가의 문제가 시리즈에 몇 년에 걸쳐 야기했던 긴장을 모르는 채로 보기에는 이야기가 복잡해집니다. 조셉 신부에 대한 스컬리의 편견이라고도 볼 수 있는 적대감, 신의 뜻이 어떤 입을 통해 전달될 수 있겠는가의 이슈가 스컬리 개인에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등등은 스컬리에 대해 모르고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잖아요. 조셉 신부가 가톨릭이라는 설정이, 다른 그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넓은 관객층을 염두에 두지 않고 팬들을 향해 만들어진 영화라는 의사표현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처음 볼 때는 앞뒤 가리지 않고 '이 영화 보고 스컬리는 초나 치는 여자(AF님 표현)라 생각할 사람이 늘어난다면 크리스 카터 테러할 거야' 이런 마음이었습니다만.;



  ― . 아만다 피트와 이그지빗을 기용한 방식은 예상 외였습니다. 전 우선 두 사람이 파트너일 줄 알았고, 그 다음으로는 그 둘의 캐릭터는 극장판 2 이후를 보고 놓은 포석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일단 두 사람 관계가 상하관계였고, 휘트니는 죽어버렸죠. 실은 좀 놀랐습니다;; 죽일 줄은 몰랐거든요. 내용상으로 꼭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도 아직은 모르겠고요. 멀더가 자기 옆 사람이 죽으면 사건을 못 놓는 성향이 있긴 합니다만 설마 그걸 배려해 넣었을 리야...? 그 두 새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게 알려졌을 때부터, 반응이 좋으면 장기적으로(아주아주 희망적으로 생각해서요) 멀더와 스컬리를 대체하려는 거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는데, 그런 일은 없다는 의사표시라면 아주 확고하게 했긴 합니다만.



  ― . 어쨌거나 아만다 피트의 캐릭터, ASAC(Assistant Special Agent in Charge라는데, 아마도 특정 사건을 담당하기 위해 구성된 태스크포스의 팀장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어떤 급이 맡는 직책인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특히 공식적으로 도망자고 수배자인 멀더를 사면권을 보장하고 불러올 정도로 독자적인 행동을 할 만한 위치가 되는 인물인지가요. 멀더가 사건에 계속 관여하는 것에 대해 FBI 상부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에 대한 언급이 영화에 전혀 없는데, 경제적인 선택이긴 하지만 생각할 공간=팬픽의 여지를 많이 남긴 것 같긴 했어요) 다코타 위트니에 대한 묘사는 경제적이고 좋았습니다. 이그지빗은 좀 더 많이 조연이더군요. 두 사람이 직접적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영화에 한 씬도 등장하지 않았어요.^^



Posted by Iphinoe

사이드바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