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

our town 2010. 10. 11. 14:51

  케이블 어느 채널인가 - 아마도 OCN이겠지 - 오늘 11시에 엑스파일:나는 믿고 싶다를 방송한다길래 오 무슨 바람이 불어서?라 생각했는데, 문득 날짜를 헤아려보니 10월 11일. 이틀 있으면 기념일이다.^-^


  OCN에 정말 엑스필 한 분 계신 모양인데? 불감청고소원, 그저 반갑고 고맙습니다.^o^


  Walking in Memphis를 들으면서 쓰다. :)





  수퍼액션이었구나.; 다 온미디어 계열이긴 하지만, 하여간에.;


Posted by Iphinoe

  아악~~~~~~~~~ 멀더와 스컬리가 반말을 해!!!!!!!!!!!!


  내용이고 뭐고 감상이고 뭐고 그것밖에 없다-0- 반말 정말 쫄깃하더라;;




  ...사실 중간에 약속 때문에 나갔다 와서 더 할 말은 없음. 혹시 이거 동영상으로 떠두신 분도 계시려나?


Posted by Iphinoe

  자, 이제 멀더와 스컬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죠. :-)






  당연하지만 스포일러 경고








  지금은 벌써 어언 네 달 전이 되었는데, 극장에 가서 처음으로 I WANT TO BELIEVE를 보고 나오던 그 때의 느낌은, '새 엑스파일이 나왔다'는 사실과 관련된 감상을 모조리 제외하면 당혹스러움에 가장 가까웠을 겁니다. 가장 두드러졌던 요인은 스컬리에 대한 묘사였지만, 찬찬히 생각해본 결과 멀더에 대한 묘사도 그 못지않게 결부되어 있었고, 그렇다 보니 결과적으로 M&S에 대한 묘사도 한몫 하고 있었어요.


  먼저 해둘 말은, 침대를 같이 쓰는 멀더와 스컬리라는 설정에는 전혀 거부감도 낯설음도 이질감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 사실이 그다지 놀라울 것도 없었고요. 전 원래부터 멀더와 스컬리에게 좋은 결말이라면, 그러니까 두 사람이 행복하다면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었고, 그 두 사람의 관계가 어디로 수렴해 가고 있는지는 5시즌부터 명백했고 7시즌 이후로는 노골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norm으로서는 진작 수용했던 것 같아요. 제가 스스로를 노로모로 간주했던 건 상당 부분 드라마 내에서 그게 잘 그려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확신이 없고 불안감도 컸기 때문인데, 의외로 이 부분에 대한 영화의 묘사는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솔직히 멀더, 외계인에게 납치 고문당하고 군사법정에서 사형판결을 받은 탈옥수가 되더니 삶이 안정을 찾은 거냐 싶었지만 ㅋㅋ 어쩌겠습니까, 엑스파일에서 플롯의 개연성을 따지는 건 우물에 가서 숭늉 찾는... 쿨럭) 멀더와 스컬리의 로맨스가 드라마에서 직접적으로 그려지는 걸 꺼려했던 또다른 이유는 그것이 엑스파일의 형식과 전개에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는데, 이건 포맷이 TV 드라마에서 영화로 바뀐 지금은 더 이상 적용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I WANT TO BELIEVE를 보며 이질감이나 당혹감을 느낀 건 멀더 스컬리 로맨스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멀더와 스컬리라는 개인에 대한 묘사가 기대를 너무 벗어났기 때문이었어요. 새 극장판에서는 멀더와 스컬리의 단점이 비대하게 그려졌고 플롯 전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소화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을 뿐더러,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드라마에서도 간간이 그려졌던 거지만 스컬리는 특정 계층/부류의 사람들, 특히 법의 경계선에 걸쳐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종종 필요 이상으로 적대적입니다. 군인 가정에서 자랐고 현재 경찰직에 몸담은 사람의 편견의 산물이라고 이해하려고 해도 실은 그렇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전과자라고 해서 그런 태도로 다루는 건 다분히 감정적이니까요. 지금은 FBI를 떠났다지만 그 전부터도 그랬거니와, 인생이 뜻한 바대로 풀려가는 건 아니라는 걸 아는 나이에 이르러서도 그런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어 공격적이 되는 건 사람이 성숙하지 못한 거잖아요. 수사를 위한 전략적인 선택도 아니었고, 실제로 도움이 되지도 못했죠.


  이 편견과 대결하는 과정이 이 영화에서 그려졌느냐 하면 실은 그런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면 결말이 다른 방향으로 나거나 아니면 결말에서 적어도 언급이 있었어야 할 겁니다. 이건 그냥, 조 신부에 대한 스컬리의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로만 사용된 다음 (제가 보기엔) 휘트니 요원이 죽은 뒤 어딘가에서 그냥 영화 밖으로 사라진 것 같아요. 예전부터 스컬리의 그런 편견섞인 태도가 불편했던 터라 더 크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계속 거슬렸습니다. 피할 수가 없었어요T_T.


  멀더 역시, 다른 사람 특히 스컬리를 대할 때 자주 보이는, 대화가 안되는 먹통멀더^^의 모습으로 나옵니다. 멀더는 협상 내지는 적어도 설득을 해야 할 시점에서 삐지는 경향이 있어요. 이 영화 내내 그랬다는 건 아니고, 중간에 병원 탈의실에서 스컬리랑 이야기할 때 그렇습니다. 스컬리가 '더 이상은 돕지 못하겠다'며 수사협조를 거절하는 그 시점은 화를 내야 할 시점이 아닌데, 멀더가 "Good luck." 하고 돌아서는 걸 보면 벌써 알 것 같죠. 그리고 심지어 휘트니 요원이 죽고 조 신부를 찾아왔다가 복도에서 두 사람이 대화할 때도, 스컬리는 위로를 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 자식은=_=; 아직 화를 내고 있어욧 (사실 여기서는 화낸다기보다는 자기 나름대로 결론짓고 사실전달을 하는 거지만).


  그렇잖아도 둘 사이가 많이 안정되어 보여서, 멀더의 일상이 어떤 모습인지 어떤 일에 몸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 즉 그 안정되어 보이는 모습이 실은 모래 위에 쌓은 성일지도 모르나 - 그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려는 판인데 멀더가 또 토라지고 있으니 이건 멀더답다고 해야 할지 카터답다고 해야 할지 싶더군요. 다행히 그들의 갈등은 엑스파일답게 한쪽이 위기에 빠지자 다른 한쪽이 구출하러 오면서 승화됩니다ㅡㅡ;; 정말 패턴은 바뀌지 않았어요.





  이 글은 '멀더와 스컬리' 이야기도 섞여 있지만 그보다는 '멀더'와 '스컬리'에 대한 것입니다. 멀더와 스컬리의 관계에 대해 이 영화가 취한 입장에 대해서는 (문장 좀 보게) 독립적인 글로 쓸 생각은 아직 없어요. 극장판 2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생각나면 또 건드릴지 모르지만, 이것으로 일단락짓겠습니다. 많이 길었고 별로 영양가 있는 내용도 아니었고 걸리기도 오래 걸렸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Iphinoe

  주티비의 '엑스파일: 나는 믿고 싶다' 단관행사 때 한 가지 눈에 띄었던 점은 스키너 부국장이 등장하는 순간 환호가 제일 컸다는 것입니다. 뒤통수만 보였는데도요. 심지어 스컬리와 멀더가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도 그렇지는 않았어요.


  물론 스컬리와 멀더는 정도차는 있지만 외양이 눈에 띄게 변한 채로 등장했기 때문에 만장일치로 환호가 나올 수는 없었겠지요. 또 스키너 부국장은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번 영화에 재등장한 유일한 기존캐릭터였으니, 그런 열광적인 환성이 당연한 것이긴 했습니다. 그러니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접어도 되는 일이었겠지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어요. 어떤 면에서는 이 드라마를 그동안 부침없이 꾸준히 좋아해 오면서 종종 했던 생각의 연장선상이기도 합니다.


  바로 스키너는 이 드라마 시리즈에서 유보 없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캐릭터들 중 하나였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방점은 유보 없이에 찍혀 있는 거죠, 네. 이 말은 뒤집어 말하면 다른 캐릭터들은, 심지어는 메인인 멀더와 스컬리까지도 좋아한다는 말이 그렇게 당연한 듯이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 판단으로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엑스파일에서 스키너와 동급은 론건맨뿐입니다. 펜드렐이라던가 척 같은 좀더 마이너한 캐릭터들을 드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일단 그들은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같지 않잖아요.


  멀더나 스컬리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 말을 한 사람에 대한 가늠자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의 성향, 취향, 기타 등등에 대한 판단의 지표가 될 수 있죠. hidden agenda 혹은 subcontext 없는 호오가 존재하기 힘든 거예요 (→ 우리말로는 도무지 표현이 생각이 나지 않고, 영어 표현은 아무래도 사전적 정의를 멋대로 전용해다 쓰는 것 같긴 한데 도저히 적절한 단어를 못찾겠네요). 조연들도 상당수가 그렇습니다. 담배 피는 남자CSM을 좋아한다 말하는 것은 (무리없는 발언이고 결코 소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 됩니다. 상황과 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발언을, 선택을 변호해야 하는 거죠. 제가 직접 체험한 건 삐약이 눈물 정도밖에 안 되겠지만, 팬덤에 지치지 않는 논쟁거리를 제공한 멀더리스트와 스컬리스트의 입장 차이 같은 현상이 한 예가 될 수 있겠군요. 물론 그 토론에는 다른 요소도 그 못지않게 작용합니다만.


  거기서 예외적인 캐릭터가 스키너와 론건맨입니다. 론건맨은 정말 보편적으로 사랑받고 거기에 아무도 이견이 없는 캐릭터들이죠. 스키너 역시 우리편과 적을 포괄하는 접촉 범위에 ― Memonto Mori를 보면 2시즌에 결별한 것처럼 나옴에도 불구하고 스키너는 CSM과 원하면 언제든 접선할 수 있습니다 ― 5시즌 초반까지도 필요하면 언제든 모호하게 그려지는 allegiance에도 불구하고 팬덤에서의 호감도는 종종 제 예상을 상회합니다.


  전 그 요인이 크게 두 가지에 기반하는 것이 아닌가 짐작하는데, 우선은 스키너에 대한 묘사가 경제적이었다는 데 원인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3시즌 Avatar, 4시즌 Zero Sum처럼 스키너에 온전히 바쳐진 에피들이 있다는 사실은 역으로 스키너가 외부적으로 '보여지는' 면이 많은 캐릭터였다는 뜻이죠. (Musings of CSM은 기능이 좀 다른 에피소드라 같은 맥락에서 평가해선 안된다고 보고요.) 캐릭터의 부정적인 면을 묘사하는 데 있어 집착적일 만큼 집요하게 파고드는 게 엑스파일의 특징이고, 그 과정에서 그걸 절대 매력적이지 않게 그려내는 데 일가견이 있긴 하지만, 스키너나 론건맨 같이 약간은 기능적인 입장에서 출발한 캐릭터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예리한 메스를 들이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도겟과 레이어스가 M&S의 대체 캐릭터로 등장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함에도, 다른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이 부분이 커요. 설득력이 있었는지의 여부와는 별개로 적어도 도겟에게는 파고들 여지를 주려고 노력했지만 레이어스와는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었지요.


  두 번째 요인이라고 생각하는 게 실은 더 흥미롭고 불명확한 문제인데, 스키너가 이 시리즈에서 일종의 '좋은 가부장' 역할을 담당..아니 전담한 캐릭터다 보니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겁니다. 엑스파일의 대체가족 구도는 여러 분석에서 이미 논한 바가 있는 내용이라 굳이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그 속에서 스키너의 '좋은 상사/관리자/아버지/가부장'으로서의 역할이 어떻게 형성되고 작용하는지는, 뭐 그를 제외하고는 FBI에서 합리적이고 선이 분명하면서도 포용적인 간부급 인물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것을 상기한다면 그걸로 이미 Q.E.D.(증명종료)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얘기는 조금은 개인적이고 약간은 꺼려지는 이야기인데... 저는 사실 이 부분이 조금은 껄끄럽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껄끄럽다고 말하기조차도 껄끄러운데, 우야든둥 저도 스키너를 매우 좋아하고 이런 윗사람이 현실 속에 존재하기가 쉽지 않으며 있어주기만 한다면 그저 감사해야 할 존재라는 걸 알지요. 그리고 그런 걸 다 떠나서 드라마에서 묘사된 스키너라는 개인에 대한 애정도 당연히 크고요. 그럼에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이 문제가 엑스파일이라는 드라마 자체에 대한 제 태도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쓰기는 거창하게 썼는데, 간단히 말해서 저는 이 드라마에서 가족주의에 반하는 시각을 보는 것이 좋았어요. 이건 개인적인 선호의 문제라, 제가 그렇다고 엑스파일이 그런 방향으로만 가야 한다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멀더와 스컬리의 관계가 명백하게 흘러가기 시작한 5시즌 이후로는 적어도 두 사람이 함께하는 것이 두 사람에게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했고, 아마 그랬기 때문에 I WANT TO BELIEVE에서 침대를 함께 쓰는 두 사람의 모습에도 그다지 저항감이 없었을 겁니다. 카터가 잘 그려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혹감도 별로 없었어요. 그러나, 혹은 그럼에도, 이 시리즈가 내가 알던 그 모습이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은 셈이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약간은 미묘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 같지요. 그리고 선량한 가부장으로서의 스키너의 존재가 이 새로운 구도 속에 일종의 확인 도장을 찍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이, 엑스필들의 극장판 2 단체관람 때 스키너의 등장에 쏟아진 환호 속에 느꼈던 당혹스런 이질감의 정체와 그 근원을 파악해 보려는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부디 너무 돌은 던지지 말아주세요^^;


Posted by Iphinoe

  1.   한동안 폭스채널의 노예처럼 살다가 (주로 몽크Monk와 본즈Bones 때문) 로앤오더Law & Order 2시즌부터 제대로 꽂혀서 한 달 넘게 The "soul" of L&O에 허우적대고 있는 중. 하지만 SVU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덜 먹힐 스타일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3시즌 방영 도중에 콜드 케이스Cold Case에 방송 시간을 내주고 자정으로 밀렸었다. 그러고는 더 할 계획이 없어 보였는데, 최근 7시 반 타임에 3시즌 재방송을 해주고 있어서 들며날며 보고 있다.

  역시, 다시 보는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정자세로 앉아 몰입하게 만드는 에피가 아주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중간중간 집중이 날아가는 경험도 솔찮이 하고는 있다. 재미가 없다는 뜻은 아닌데, 여러 번 보면서도 몰입도가 저해받지 않는 작품이 워낙 드문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엑스파일과 웨스트윙이 내 안에서 정말 대단한 작품인 것. 물론 그 둘 사이에서도 XF와 TWW의 격차는 꽤 크다.

  그럼에도 배우들, 특히 고정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subtle한 연기 할 때는 정말 좋다. 그런 점 때문에 결국 또 보고 또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정말 힘있는 에피소드들이 종종 터져주는 것 때문에.




  2.   L&O 3시즌 첫방 끝나고 나서 그 파트너쉽들이 아까워서 (→ 이 말은 좀 설명이 필요한데, 그러니까 로앤오더는 고정 캐릭터 여섯 체제로 움직인다. 역할에 따라 경찰 쪽에 셋이 있고, 검찰 쪽에 셋이 있는데, 3시즌 끝나면서 고정 캐릭터 둘이 한꺼번에 바뀐다) 만만한 팬픽션닷넷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아뿔싸, 갑자기 EFC에 불이 붙었다. 이 시리즈는 사실 그다지 좋아하는 수준까진 아니었는데, 거기서 놀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좀 뒤져보다, 나와 프로파일링 & 시리즈에 대한 태도가 모두 일치하는 작가들을 생각외로 은근히 많이 발견한 것이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B급 SF인데, 기본 설정이나 캐릭터들의 성숙도 때문에 성인 시청자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물론 내 취향과 비슷해 보이고 길지 않은 작품들만 취사선별해서 읽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원래 드라마에선 아주 가끔 꼬리를 드러냈던 기묘한 아름다움을 증폭시킨 팬픽들을 간간이 만날 수 있다.

  그 덕분에 시리즈 자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고, 그러다 어제 드디어 내가 이 드라마를 몇 편 녹화해 둔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0-; 잊고 있었다. 오매불망 다시 보고 싶어하는 단 하나의 에피소드는 녹화를 못 했었지만, 원래 시리즈가 어땠었는지 거진 잊어가고 있던 터라 어제 한 번 다시 걸어봤다.

  어설프긴 좀 많이 어설프더라 ㅎㅎ. 원래 이렇게 내놓고 미래세계인 SF는 스타트렉처럼 아예 배경이 다르거나 아니면 돈을 많이 붓지 않는 이상 티가 나기 마련인데, 파이널 컨플릭트Earth: Final Conflict는 돈 없어 보이고 배경도 지구인 데다 트와일라잇 장르적인 성격이 섞인 터라서 화면이 구린 건 어쩔 수 없었다. 좀 과하다 싶을 만큼 형광톤이 되는 것도, 그 때 볼 때는 잘 몰랐는데, 그 뒤에 다른 것들 보다 보니 어설픈 특수효과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 같거든. 배우들도 연기의 맥을 잘 잡지 못해 어설픈 것이 눈에 보인다. 4시즌이면 할 만큼 해왔고, 2-3년 이상 레귤러였던 배우들도 수두룩한데 연기하면서도 다같이 조금씩 어색해 하는 것 같았다OTL..



  원래 EFC는 드라마 그 자체보다도 그 설정에서 오는 가능성 때문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라서, 그 어색함에 몸이 근질거려 가면서도 재미는 있었다. 그런 시리즈들이 좀 있다. 다크 엔젤Dark Angel도 그랬고, 로스웰Roswell도 그랬었고. Roswell은 원작이 소설 시리즈였고, DA는 잘 모르겠지만 EFC는 뒤에 소설로도 좀 나온 모양인데 그건 기회 되면 읽어보고 싶다. 소설로는 훨씬 근사하게 뽑혀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서. 전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이 묘사되기 때문에, 무대를 조금만 바꾸어도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고, 담길 수 있는 이야기도 많다.




  3.   중요한 건 가장 마지막에. 엑스파일에 대한 생각은 신기하게도 최근 줄어들었다. 나 자신의 원인도 있겠지만, 아마도 큰 부분은 I WANT TO BELIEVE 탓이 아닌가 한다. 이 영화의 존재가 은근히, 의식 못하는 사이에 많은 것을 바꾸었다.

  M&S에 대한 묘사 때문일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영화가 closure이긴 한데 - 후속편이 나오고 아니고를 떠나서 말이다 - proper closure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이건 내 문제일까? 내 문제일지도 모른다.


Posted by Iphinoe

  아마 내일쯤이면 대부분의 극장에서는 엑스파일을 내릴 것 같은데, 컴퓨터가 여름이라고 상태 오락가락해서 자제하느라 하고 싶은 얘길 다 못 쓰고 있다. 사실 지금 좋은(=정리된) 글이 나올 수 있다 생각진 않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고 싶은 거니까.



  아래에서 감상적인 줄 알면서도 홀딱 반해버렸다고 썼던 마크 스노우의 스코어, 오늘 다시 듣다 XF답지 않다 느끼면서도 내가 무장해제됐던 진정한 이유를 깨달았다. 아니 매번 알기는 했었는데 메모를 안해두었더니 역시나 영화 끝나고 나선 까먹었었다-0-. 문제의 줄기세포 시술 장면에서 이 스코어가 첼로 선율로 시작한다. 아니 첼로 소리를 좋아하긴 하는데, 내가 이리도 단순한 생물체였단 말인가;;



  찾아보다 이젠 귀찮아서 목록 만드는 걸 중단했는데, 아무래도 이 새 영화에 나오신 분들은 아만다 피트와 이그지빗 빼고 다 1013 작품에 한 번은 출연했던 분들 아닌가 싶다. 리스트가 끝없이 길어-_-;; 아닌 게 아니라 대사건 설정이건 소품이건, 가끔은 심지어 그... 씬의 디자인(미장센이라고 하던가)까지 자기인용이라 느껴지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보면 볼수록 이 영화가 여러 층위로 이루어져 있고 그게 다름아닌 제작진의 의도라는 걸 점점 더 확신하게 된다. 내 가설은 세 층인데, 이건 앞으로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물론 제작진도 요소 요소에 XF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참여했는데, 그건 정말 반갑고 안심이 되었던 사실.



  엑스필로 짐작되지 않는 관객들과 영화를 볼 때 관찰한 사실인데, 드러미 요원이 "His sister was abducted by E.T." 하는 부분에서 어김없이 꼭 웃음의 잔물결이 인다. 이해가 아주 안 가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완전히 이해가 가는 것도 아니라. 엑스필들이 실소하는 부분은 대개 스키너와 스컬리가 주고받는 "He wouldn't do anything crazy." - (스컬리 본다) - "Well, not overly crazy." 이 대화다. Not ashamed to say, 나도 솔찮이 낄낄댔다^^


Posted by Iphinoe


    오늘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잡설을.^^



  1.   그러기엔 까메오 이름들의 이야기가 제격. 멀더가 사건의 단서를 넘겨짚는 곳인 동물 관련 잡화점 이름 Nutter's Feed(데이빗 너터 - 감독), 멀더의 휴대폰 주소록에 Bowman(롭 보우만 - 감독), Gilligan(빈스 질리건 - 작가&프로듀서), Shiban(존 쉬반 - 작가&프로듀서) 등등 줄줄이 출연한 걸 보면서 왜 킴 매너스 씨는 없냐고 했었는데, 있었다! 중간에 장기이식을 위한 수술 하는 병원 이름이 Manners-Colonial Hospital이더군. 무슨 뜻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야든둥 나오셨다. 하나 더 의심가는 게 있긴 한데 그건 확인이 되면 그 때.
  (↑ Howard Dimsdale 이야기)


  2.   전부터 생각했는데 자꾸 쓰는 걸 까먹었었다. 스컬리 귀고리 스타일이 바뀌었다. 전에는 대개 귀에 붙는 형이었는데, 이제 늘어지는 스타일이더라. 하긴 영화 거의 전체에 귀고리 하나를 고수하긴 했다. 긴 머리에 예전 스타일도 잘 어울렸을 텐데, 여튼...... 질리언 앤더슨이 나이 들면서 얼굴이 더 입체형이 되는지 엑스파일 1-2시즌 때는 완전 동글동글 귀여운 얼굴형이었던 게 지금은 너무 입체형이 돼서 길어보일 지경인데 가뜩이나 머리칼도 길게 늘어뜨리고 귀고리도 길고...... (몰라;;)


  3.   휴대폰 자동응답 메시지, 원하는 내용으로 녹음도 가능한지 몰랐다. 스컬리는 스컬리답게 '스컬리입니다' 하고 시작하는데, 멀더는 '나예요'-_-+   니가 전화했냐? 자동응답에서까지-_-;



  +   이번 극장판에서 내게 가장 직접적으로 생경했던 건 뜻밖에도 음악이었는데(실은 살림차린 모드인 멀더와 스컬리도 그리 어색하지 않았고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았다. 나름 노로모였는데 말이다. 이 이야기는 깊이 들어가자면 별도로 해야 하므로..), 그게 좋으면서도 이상한 기분이라 분명히 하는 데 좀 시간이 걸렸다.

  전과 같이 마크 스노우가 작업한 '나는 믿고 싶다'의 스코어는 두 가지가 섞여 있다. 하나는 서스펜스용, 즉 긴장감과 긴박감을 뒷받침하기 위한 스코어이고, 다른 하나는 드라마용으로,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에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각각 1.멀더가 혼자 단서를 찾으려 범죄현장을 둘러볼 때 나오던 음악 그리고 2.스컬리가 크리스찬에게 줄기세포 치료 첫 시술을 할 때 나오는 음악. 첫 번째 부류의 음악은 엑스파일에서 자주 듣던 것이고 액션 스릴러 류의 영화에는 언제나 나오는 것. 엑스파일답고 여전히 좋았으나 특별히 새롭다는 느낌은 없었으니 여기서는 잠시 옆으로 치워두고, 바로 두 번째 부류의 음악이 내게 생경한 느낌을 안겨준 장본인이었다.

  생각해 보면 엑스파일에는 저렇게 대놓고 감정선에 호소하는 음악이 드물었던 것 같다. 같은 마크 스노우의 1013 작업으로 조금 범위를 넓게 잡아 밀레니엄까지 포함한다 해도, 좋은 스코어야 많았지만 그 중 멜로드라마틱한 스코어는 매우 드물었다. 5시즌 이후로 시리즈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약간은 동화적인 분위기의 스코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감상적인 정도는 아니었다. 유일하게 전면으로 스코어를 끌어낸 시도가 8시즌에 도입된 스컬리 테마였는데, 그게 얼마나 끔찍한 실패였는지는 엑스필이라면 모두 공감하리라 믿는다. 나중에는 그 스코어가 나오기만 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리모콘을 찾을 정도였으니까=_= 그런데 'I Want to Believe'의 새 스코어는 매우 아름다웠다. 크리스찬의 첫 등장 때 잠깐 깔렸다가 그 첫 시술 때 본격적으로 흐르는데, 러닝타임이고 뭐고 싹 까먹고 여기가 클라이막스구나 싶었을 정도다. (과장 한 12%쯤.)

  (초기 시즌 이후로 나와주지 않은 스코어 앨범 때문에라도) 엑스파일의 스코어에 미련이 많았던 터라 새 영화 음악도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엑스파일의 스코어라고 내가 생각하고 있던 그런 경향의 음악은 아니었지만 그 자체로 너무나 좋았기에 좋았다.;; 문제는 사운드트랙이 국내발매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 구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Posted by Iphinoe

  1. 확실히, 오랜만에 돌아온 엑스파일의 이 새 이야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에는 이 에피소드를 어디에 포지셔닝하느냐가 결정적인 것 같아요. 어제 엑스파일에 그다지 관심없는 친구와 얘기하다 깨달은 건데요 (역시 안에 있으면서 바깥의 시선을 가늠하기가 쉬운 게 아니군요), 제가 영화 같이 보러 갈 마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 말이, 극장판 1편을 못 봤는데 2편을 봐도 될까 하더군요. 그 친구에게 새 엑스파일 영화는 예전에 나온 '미래와의 전쟁'의 다음 편으로서 존재하는 거예요.


  그 얘길 듣고 나서 생각하니, '나는 믿고 싶다'를 엑스파일 영화로 보느냐, 혹은 엑스파일 후속 에피소드가 극장에 걸린 것으로 보느냐의 간극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는 더 나아가 1993년부터 2002년까지 존속했던 쇼의 연장선상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그와 이질적일 수 있는 또다른 무언가로 보느냐의 문제도요.


  저는 이걸 '엑스파일 새 에피소드가 나왔다!'로 생각하는 쪽입니다. :) 기대치를 낮췄기에 나오는 말 아니냐고 하신다면, 그럴지도 모르지요. 그동안 8시즌 전개와 화해하려고 무지하게 애썼던 게 한 역할 한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가톨릭으로서의 스컬리라는 이슈가 '나는 믿고 싶다'에서 엄청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그걸 이해하거나 적어도 인식이라도 하기 위해서는 드라마 전개를 따라오고 그 지난한 여정을 소화하려고 애썼던 전력=_=이 있어야 하고요. 멀더와 스컬리의 사생활에 대한 묘사가 팬픽이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노골적으로(으흠) 바뀌어 나타났음에도, 팬서비스라는 티를 팍팍 내며 크고 작은 웃음과 향수를 안겨주는 요소 요소의 장치들에도 불구하고, 다름아닌 바로 이 점이 새 이야기가 기존 시리즈와 연장선상에 있노라고 받아들이게 만들었어요. 그와 더불어 크리스 카터 참 끈질기다고 한탄도 한 번 해주고요. 그 일관됨을 알아줘야 할지 집착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입니다.



  아래로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 조셉 신부는 그 자체로는 그리 흥미롭지 않았어요. 극장판 1에서 커츠바일 박사가 흥미롭지 않았던 것과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이 둘은 기존 캐릭터(커츠바일의 경우는 멀더, 조셉 신부는 스컬리)와 얽혀들면서 그들에게 원치 않는 영향을 끼친다는 점 때문에 중요한 거니까요. 캐릭터 그 자체를 파고들 여지는 그다지 많지 않죠. 조셉 신부가 사건에 도움을 자청하는 동기가 애매모호한 것은 그 캐릭터에 대해 여백을 남기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를 바라보는 스컬리의 시선에 불명확한 공간을 남깁니다. 스컬리는 신부가 자신에게 끼치는 영향력("Don't give up")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를 명쾌히 하기 위해 그를 직면하는 거고요.


  그리고 엑스파일의 전통에 따라, 결말에 이르러 조셉 신부와 대량살인 간의 연결고리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당연해 보이는 공범설과 초자연적 가설(범인 중 하나가 과거의 피해자로서 조 신부와 이어져 있었다), 이렇게 두 가지의 가능성이 대두되지요. 현실^^의 사람들은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전자를 택하고, 역시나 전통에 따라 멀더는 후자를 고집합니다. 스컬리는 여전히 혼란스럽고요. 믿고 싶었고 어느 순간 믿기로 선택했고 그에 따라 행동했다지만 설사 믿기로 한다 해도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조 신부의 메시지는 누구에게서 왔으며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었을까요? 스컬리와 맞대면할 의사가 없었던 조셉 신부는 스컬리의 거듭된 추궁에도 답을 주지 않고 피해갔으니까, 그 메시지에 의미가 있었는지조차도 지금 와서는 알 수 없게 된 거지요.


  사실 별 뜻 없이 한 말일 수도 있는 '포기하지 말아요'에 스컬리가 이렇게 집착하게 만드는 건 스컬리 자신입니다. 조셉이 스컬리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스컬리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스컬리가 이 흔한 충고에 흔들리고 거기에 뭔가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지금 힘든 시술과 죽음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어린 환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마지막에 멀더가 포치까지 스컬리를 따라나와 '조셉 신부의 그 말은 우리 인생 전체에 대한 발언이 아니었겠느냐'고 하는 것은, 스컬리가 그 아이의 치료를 계속할 것인지의 여부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하건, 조셉 신부의 말은 그에 대한 계시가 아니었을 거라는 의미인 거죠. 답이 이미 조셉 신부를 통해 주어졌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겁니다. 스컬리의 선택을 주어진 답에 대한 해석의 문제로 만들지 말라는 거죠. 그 뒤에 이어진 '조금이라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수술을 취소해요'의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건 그것이 스컬리의 선택이 되게 하라는 것, 다만 더 나은 길에 있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고 그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말라/말자는 것입니다.


  제가 어제 소화한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격인지도 모르죠 =) 팬들에게 윙크하는 식의 농담을 군데군데 하도 많이 박아놓아서, 영화 전체가 '즐겁게 보고 웃읍시다'로 느껴지는 게 커요. 기본 골격이야 어찌됐든 미스터리 스릴러고요. 그에 뭐 그리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더냐고 하신다면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3.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 주제는 이미 드라마로 여러 번 얘기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5시즌에 All Souls가 있었죠. 바로 이 점 때문에 결정적으로, '나는 믿고 싶다'가 극장에 걸리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엑스파일 시리즈의 새 에피소드라는 판단을 하게 된 것입니다. 새 독립 에피소드요. 농담을 아주 많이 깔아넣긴 했지만, 그래서 스릴러의 외피를 벗겨내면 코미디라고 받아들이게 되지만 (특히 클라이막스에 그 농담을 스키너와 멀더를 갖다놓고 연출하다니 오해의 여지가 없어욧), 카터의 뚝심있는 일관성이건 집착이건 간에 이 영화의 주제는 - 제가 받아들인 대로는 - 시리즈 전면에 흘렀던 기묘한 낙천적/희망적/긍정적 기류의 연장선상에 서 있어요. 그래서 묘하게 만족스러웠습니다.


  닫기


Posted by Iphinoe

  정식 리뷰를 쓸 깜냥은 아직 못 되고, 오늘은 잡스러운 사방 잡담입니다. 아무래도 보고 나니 대나무 숲에서 떠들고 싶어져서 말이죠;



  당연하지만 스포일러 경고 (사실 중요한 내용은 없습니다만.)

  ― . 맨 처음 사건 시작하는 시각이 10시 13분 맞나요? 오프닝에 정신빼고 있느라 유념한다고 했는데도 놓쳤습니다;
  (→ 10시 23분이군요.)



  ― . 맨 처음에 멀더가 스크랩하는 기사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초과학적 현상에 대한 연구를 위해 운영해 왔던 랩을 40여년(이렇게 봤는데 정확하진 않아요)만에 폐쇄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기사를 쓴 기자 이름이 Howard Dimsdale이었어요. IMDb의 '미래와의 전쟁' trivia란에 따르면 이 이름은 프랭크 스포트니츠와 존 쉬반이 American Film Institute에서 공부할 때 그들을 가르쳤던 분의 이름이라는군요. 이 분은 그 악명높은 매카시 시대 때 블랙리스트에 올랐는데, 당시 사용하던 필명이 아서 데일즈랍니다. '그' 아서 데일즈요. :) 이 분 이름은 '미래와의 전쟁'에서는 맨 마지막에 멀더가 읽고 있던 '텍사스의 한타 바이러스 진정 국면' 기사에도 기사 작성한 기자로 나왔답니다.
  (사실 전 Howard까지만 보고 Howard Gordon인가 하고 유심히 살폈었는데, Dimsdale이었어요^^)



  ― . 스컬리의 차 번호판은 SL8 326인데요, 중간에 한 번 뒷자리 숫자가 323으로 나오는 곳이 있습니다. 조셉 신부가 새 환영을 봤다고 해서 위트니가 멀더와 스컬리를 사건 장소로 다시 불러들이는 장면이요. 그리고, 멀더가 나중에 혼자 수사하느라고 사건 현장에 돌아갔다가 근처 도로를 달릴 때 (Nutter's Feed로 이어지는 씬) 보면 차의 뒷모습이 여러 차례 나오는데, 교묘하게 그 자리만 번호판이 눈으로 덮여 있어요. 나중에 차번호가 왔다갔다한다는 걸 알고 가렸다에 100원;



  ― . 멀더가 개를 해쳤어요!!



  ― . 이건 이 사소한 이야기 나열에서도 더 사소하다면 더할 수 있는 얘긴데, 스컬리가 경쾌하기 짝이 없는 어조로 나열하는 의학전문용어를 듣는 순간 엑스파일의 새 내용을 보고 있다는 게 정말로 실감이 났습니다. 제작진에게 순간 고마웠어요. 그리고 덧붙이자면 '스컬리, 데이나 스컬리' 피식 웃었습니다. 뭐 전매특허도 아니고, 제임스 본드만 그러라는 법은 없는 거지만요.^^



  ― . 부시 사진 뜰 때 거기 맞춰 깔리는 엑스파일 오프닝 테마, 뒤집어졌습니다. 이거 의도적인 거 맞죠? 그 곡이 거의 '미스터리 용 음악'과 동급으로 취급받는 것을 생각하면, 제게는 그게 꼭 '너 어떻게 당선됐니, 세기의 미스터리다' 하는 것처럼 들렸어요^0^



  ― . I WANT TO BELIEVE 포스터 구겨져 있던데, 설마 도겟이 수습한 옛날 그 포스터?



  ― . 멀더의 초반 구레나룻은 <캘리포니케이션> 때문이라는 데 백만스물다섯표.



  ― . 정말 작정하고 예전 XF 출연 배우들을 많이 기용했더군요. 칼럼 키이스 레니는 엔딩 크레딧 보고서야 출연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름과 XF과의 인연이야 알지만, 얼굴을 기억 못해서요... 하지만 "특수요원 포사" 사라 제인 레드몬드는 첫 등장부터 눈치챘고 매우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하쉬 렐름 때 금발이었던가요? 밀레니엄의 페브리칸트 박사도 반가웠습니다만 영어를 아예 안 하시더군요-0- 말 나왔으니 말인데 그 언어 어느 나라 말이에요?
  (→ 언어는 정황상 러시아어로 추정되는데^^ 알아들으신 분 계십니까. 그리고 두 번째로 납치된 아가씨, Supernatural에서 봤던 사람 같았는데 IMDb 찾아보니 무려 Rush의 채스티디; 납치된 FBI 요원도 PMP 에피소드에 출연했던 카페 종업원이었고, 화상회의에 나왔던 흑인 여자 의사는 Shadows를 비롯 복수 출연자셨고요. 그 외에도 목록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습니다.)



  ― . 침대 장면에서, 스컬리 옆 손탁자에 놓여 있던 책 제목이 'Beautiful Wasps Having Sex'였어요-0- 대체 왜 하필 그런 제목을;; 실제 책인지 궁금해서 아마존 찾아봤더니, 실제 있는 책이고 내용도 실하고 다 좋은데, 그 아래 엑스파일 관련 책 링크가 무더기로 걸려 있군요^^ 내용 전혀 관계 없던데;
  (→ 작가 Dori Carter가 크리스 카터 부인이랍니다;)



  ― . 멀더 휴대폰, 이번엔 스컬리 번호가 단축다이얼이 아니더군요! 맨 위에서부터 차례로 Bowman, Gilligan, Scully, Shiban이었고 반가웠고 다 좋았는데, 킴 매너스는 어디로?
  (→ 중간에 장기 적출 수술이 묘사되는 병원이 Manners-Colonial Hospital입니다. 그리고 혹시 스컬리 차 - 나중에 아작나는 그거 - 번호판 확인하신 분 계십니까?)



  ― . 마지막에 멀더가 '추워요' 할 때 뒤집어졌는데, 그 뒤에 스키너가 멀더 끌어안는 거 보고는 폭소가... 1013의 농담하는 센스는 어디 안 갔더군요. 극장판 1 Fight The Future의 그 구도 그대로, 그거 그 순간에 웃으라고 넣은 거 아녜요-0-;;



  ― . 촬영 초기에 공개되었던 장면 (멀더가 건물을 나와 성큼성큼 걸어가고 휘트니가 부르며 따라가는), 스틸컷으로 공개된 그 악명높은; 낭만적인 풍경 앞의 멀&스 장면, 둘 다 어디갔나요;; 그리고 예고편만으로는 멀더가 'I need you' 하자 스컬리가 'That's what scares me' 하더만 그거 편집의 농간이었군요.





  잡담을 조금 벗어난 내용 (스포일러 경고. 이건 나름 중대할 수 있습니다.)

  ― . 결국 범죄는 초자연적인 것이 아니었고, 범죄를 풀어가는 방식에 초자연적인 개입이 있었다 ― 엑스파일을 모르는 관객들도 이 정도는 받아들이는 데 무리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싱겁다는 평이 나올 것을 염두에 두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거기 가톨릭이라는 요소가 끼어들면, 스컬리의 신앙과 그 신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는가의 문제가 시리즈에 몇 년에 걸쳐 야기했던 긴장을 모르는 채로 보기에는 이야기가 복잡해집니다. 조셉 신부에 대한 스컬리의 편견이라고도 볼 수 있는 적대감, 신의 뜻이 어떤 입을 통해 전달될 수 있겠는가의 이슈가 스컬리 개인에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등등은 스컬리에 대해 모르고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잖아요. 조셉 신부가 가톨릭이라는 설정이, 다른 그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넓은 관객층을 염두에 두지 않고 팬들을 향해 만들어진 영화라는 의사표현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처음 볼 때는 앞뒤 가리지 않고 '이 영화 보고 스컬리는 초나 치는 여자(AF님 표현)라 생각할 사람이 늘어난다면 크리스 카터 테러할 거야' 이런 마음이었습니다만.;



  ― . 아만다 피트와 이그지빗을 기용한 방식은 예상 외였습니다. 전 우선 두 사람이 파트너일 줄 알았고, 그 다음으로는 그 둘의 캐릭터는 극장판 2 이후를 보고 놓은 포석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일단 두 사람 관계가 상하관계였고, 휘트니는 죽어버렸죠. 실은 좀 놀랐습니다;; 죽일 줄은 몰랐거든요. 내용상으로 꼭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도 아직은 모르겠고요. 멀더가 자기 옆 사람이 죽으면 사건을 못 놓는 성향이 있긴 합니다만 설마 그걸 배려해 넣었을 리야...? 그 두 새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게 알려졌을 때부터, 반응이 좋으면 장기적으로(아주아주 희망적으로 생각해서요) 멀더와 스컬리를 대체하려는 거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는데, 그런 일은 없다는 의사표시라면 아주 확고하게 했긴 합니다만.



  ― . 어쨌거나 아만다 피트의 캐릭터, ASAC(Assistant Special Agent in Charge라는데, 아마도 특정 사건을 담당하기 위해 구성된 태스크포스의 팀장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어떤 급이 맡는 직책인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특히 공식적으로 도망자고 수배자인 멀더를 사면권을 보장하고 불러올 정도로 독자적인 행동을 할 만한 위치가 되는 인물인지가요. 멀더가 사건에 계속 관여하는 것에 대해 FBI 상부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에 대한 언급이 영화에 전혀 없는데, 경제적인 선택이긴 하지만 생각할 공간=팬픽의 여지를 많이 남긴 것 같긴 했어요) 다코타 위트니에 대한 묘사는 경제적이고 좋았습니다. 이그지빗은 좀 더 많이 조연이더군요. 두 사람이 직접적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영화에 한 씬도 등장하지 않았어요.^^



Posted by Iphinoe

사이드바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