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오인은 일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캐스팅이 전반적으로 좋은 편. 이 드라마를 쓸데없이(;;) 진지하게 보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 물론 제일 크게는 드라마가 진지하니 그런 거지만. 그리고 금주의 번호들이 거진 다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보니 캐릭터가 좋은 경우도 많고. 특히 좋았던 사람들이 좀 있어서, 에피소드 가이드를 만들다 자연스럽게 정리를 하게 됐다. 내친 김에 포스팅으로 만들어 보았다^-^;


내가 느끼기에 팬들 사이에 많이 회자됐던 케이스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어서 내 맘대로 분리해서 썼고, 순서는 무순이긴 한데 대강 등장 순서를 따라가는 것 같다. 4시즌 말까지 포괄하고, 원래는 이주의 POI 중심이었지만 각잡고 목록 뽑다 보니 나중엔 시즌별 조연들도 많이 들어갔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스포일러밭이에요^^




얘기 많이 안 되는 POI 에피소드 게스트 중에 좋아하는 사람:


배우가 좋았던 경우, 캐릭터가 좋았던 경우, 이야기가 좋았던 경우가 다 섞여 있다^^ 모 내맘이니까.
위의 링크를 다시 누르면 글이 닫힌다.




메간 틸먼 Megan Tillman


퍼오인 극초반부의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에피 1.04 Cura Te Ipsum의 번호. 배우 이름은 Linda Cardellini.


(이하 사진들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에피소드 내용도 내용이지만, 연기가 좋았기에 리스트업했음. 에피는 인구에 회자되는 퍼오인의 초기 걸작이고 이래저래 자주 언급된다만, 배우 얘긴 별로 들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캐릭터 이름은 매우 여기저기서 자주 언급된다 ㅋㅋ 왜냐면 핀치가 의사 이름을 들먹여야 할 일이 생길 때마다 이 사람 이름을 대니까! 1.17 Baby Blue가 시초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최근 에피로는 4.16 Blunt에서까지 계속된다. 그런다고 말이나 해주고 써먹는지 매우 궁금. 게다가 성별도 다른데! 핀치가 거침이 없어=_=



대학 새내기였던 동생을 성폭행해서 결국 자살에 이르게 한 남자를 죽일 목적으로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가다가 번호로 나온 사람으로 직업은 응급실 의사. 도서관팀은 초반에 메건이 남자를 스토킹하는지 남자가 메건을 스토킹하는지 몰라 잠깐 헤맨다. 위에 쓴 시그니처 사진이 남자를 스토킹하던 때의 캡쳐.




남자를 감시하기 위해 밤마다 이렇게 차려입고 외출하여 바에서 새벽까지 긴 시간을 보낸다.




이건 차려입고 외출할 때가 아닌 평상시의 모습. 도입부에 핀치가 응급실로 내원했을 때의 모습을 캡쳐하고 싶었는데, 표정이 좋은 게 영 안 나와서 이걸로 골랐다. 리스가 메건을 따라다니다 범죄 피해자와 가족 서포트 그룹 모임에 갔을 때로, 이 캡쳐에서 등을 보이고 서 있는 게 리스다 ― 팬들이야 다 알아보시겠지만^^. 리스는 여기서 메건과 안면을 터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메건의 경계를 누그러뜨리는 데 써먹는다. 그리고 이 때 형성해 둔 라포rapport가 메건이 복수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고.


좀 이야기가 앞서갔는데, 결국 메건은 남자를 납치해다 차에 싣고 사전에 마련해둔 장소로 향하지만, 리스가 중간에 개입해 마음을 돌리도록 설득하고 남자의 신병을 양도받아 간다. 다이너에서 둘이 마주보고 앉아 일생일대의 결정을 다시 되돌리라는 내용의 대화를 나누는데, 오가는 말들도 치명적이지만 겉으로 건조하기 짝이 없는 두 배우 연기가 정말 좋았다. 이 때만 해도 리스는 아직 자기 자신을 포기하고 있던 때라 두 사람의 대화에서도 그게 드러나는데, 이게 마지막 씬으로도 이어지지. 마지막 씬의 몬탁 별장이 쓸데없이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



마지막 씬은 여러 의미에서 압권인데, 배우들 연기도 좋지만 리스가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알려주지 않는 각본이 끝맺음을 제대로 해주었다. 이 시리즈에서 스카페이스/앤소니 마르코니를 연기한 데이빗 발친(이 이름 어떻게 읽냐. David Valcin인데)도 이 에피 정말 좋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출연 계약서에 사인한 뒤에 뭐하는 드라만가 하고 TV에서 봤던 게 이 에피소드였다고. 마지막 장면이 정말 좋아서 드라마가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기꺼운 마음으로 촬영하러 갔더니 엔리코가 자기 상대역(?)이어서 엄청 좋아했다나.



에피 좋고, 캐릭터 좋고, 배우가 잘 살려줘서 삼위일체^^였던 케이스. 뒤에 한 번쯤 등장해 줘도 좋았을 테지만, 외과의가 필요해서 그랬는지 1.11에는 나오지 않았다. 3.10에도. 4.12에도.
(↑ 다 리스가 총에 맞은 에피. 연례행사구나 얼씨구).





라일리 카바노 Riley Cavanaugh


일라이어스와 핀치의 역사적인 첫 만남에 계기를 제공한 2.04 Triggerman의 번호. 배우는 Jonathan Tucker.



웃으면 ↓이런 얼굴?


이긴 한데 이건 캡쳐로만 보면 무서운 표정이고 실제로는 눈치를 보는 표정이다.^-^



여긴 원래 관심있는 배우였던 경우. 어디서 봤나 기억은 안 나는데 분명 전에 여기저기서 봤었다. 근데 정말 어디서 봤지?? 화이트칼라에서 본 건 기억하지만 그때도 이미 낯이 익은 얼굴이었는데. The Practice부터 시작해서 CSI나 Law and Order, Six Feet Under, Criminal Minds 같은 데 에피소드 게스트로 얼굴 많이 비춘 모양이니, 지나가다 이래저래 봤던 것이겠다. L&O Criminal Intent에 나왔을 때도 연기 정말 좋았었다. 필모그라피를 보니 아마도 L&O SVU에서 처음 봤던 모양이지 싶다. 이 사람을 본 기억이 나는 건 아닌데, 에피소드 가이드의 내용이 반쯤 기억이 나.



목소리랑 말투랑 표정 등등 연기할 때 특유의 스타일이 있는데 ― 말할 때 음색이나 입모양도 특이하지만, 약간 멍때린다고 해야 할지;;, 묘하게 detached된 태도로 연기하는 게 있다 ― 이 때문에 보면 기억에 남는다. 캐나다 배우 중에 그런 식으로 연기하는 사람들을 가끔 봤는데 (주로 밀레니엄에서 봤다. 영화 말고 드라마) 이 배우도 약간 그런 스타일이라서 매우 신기. 여긴 미국 동부 출신 같은데;



핀치의 납치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던 시절이라 리스가 현장으로 나와 달라고 협조 요청을 하면서도 조심스러워하는 걸 볼 수 있다. 1.02에서는 대놓고 너님도 동참해줘야 일을 할 수 있삼 하고 반 강제하던 양반이^-^ 여기서는 일단 의중을 떠 보고, 답을 듣기도 전에 퍼스코를 부르겠노라고 대안을 제시한다. 그렇지만 또 에피 중반에 일라이어스의 도움을 구해야 할 상황이 되자 그때는 매우 세상 자연스럽게 알아서 잘 해보라고 떠넘겨 버리지. 1.17 Baby Blue 때는 본인이 버선발로 뛰어가더니만, 뭐가 달라진 것인지(는 웃자는 말이고, 그때와 다른 점은 1.17에서는 번호를 이미 빼앗긴 상태였던 반면 2.04에서는 거리를 떠도는 번호를 밖에서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리스와 핀치는 다 그들 주변 사람들이 희생된 것에 대한 죄의식을 갖고 있지만, 그 근원은 약간 다르다. 리스의 경우는 내가 제때 지켜 주지 못해서 사람을 떠나보낸 것이지만, 핀치의 경우는 벗이 죽게 된 데에 자기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이 에피에서 라일리가 놓인 상황은 양쪽이 중첩되어 있다. 라일리는 보스의 명령으로 조직의 일원을 죽였고, 그 미망인과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이제 그 사람만은 살려보려고 분투하고 있다. 리스가 그 책임을 면피할 수 있을 것 같냐고 비난할 때 라일리가 하는 대사들("She doesn't deserve any of that."; "No. I know what I am.")은 모두 주옥같다. 루트가 심고 간 'bad code' 이야기가 이 에피에서 나오지. 조금 너무 어… 민망할 만큼 직설적으로 다루긴 했는데, 그럭저럭 먹히긴 한다. 사안에 따라 번호를 구하는 데 리스가 열의를 보이지 않을 때가 있고 핀치가 유보적인 태도를 취할 때가 있는데, 어느 쪽이건 작가들이 좀 너무 쉽게 가려 한다 싶을 때가 많았다.




이건 라일리가 간접적으로 자긴 이 상황을 모면할 마음이 없으며 애니만 살려 보내면 된다고 말하는 대목. 리스는 이 말을 듣고도 ― 어쩌면 들었기 때문에 ― 어떻게든 두 사람을 다 구하려 하지만, 작가가 그런 결말을 허락하지 않았다^^;;;;; 여운을 남기기 위해서도 있겠고, 마지막 기차역에서 애니와 리스 사이에 오간 대화("결국 그 사람을 달라지게 하진 못했군요" / "당신 덕택에 그가 알던 유일한 세계를 버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겁니다")를 위해서도 있었을 것이다. 이 에피 작가는 Erik Mountain인데, 크레딧에 이름 올린 걸 보면 다 기둥줄거리를 다루는 에피소드만 손을 댔고 이것만 유일하게 단독 에피소드 작품이다. 그 문제의 1.21 Many Happy Returns를 이 사람이 썼다. 원안 크레딧은 놀란하고 공동으로 받았지만.




마지막 사진. 이건 캡쳐한 게 아까워서^^;. 자기들을 뒤쫓아오는 리스가 현상금 사냥꾼인 줄 알고 총을 쏘기 직전이다. 마른 체격에 좁고 날카로운 얼굴을 해가지고는 말투나 목소리는 어디 나사가 풀린 것 같이 특이해서 볼 때마다 신기한 사람.





시맨스키 형사 Detective Bill Szymanski




HR이 득세하고 일라이어스를 비롯한 마피아들도 세력을 뻗친 복마전 뉴욕 시경에 얼마 안 남은 (것으로 묘사되는) 강직한 경찰 중의 한 명. 조직범죄반 소속으로, 일라이어스가 고개를 내미는 1.07 Witness 에피에 더불어 첫 등장하여, 2시즌 중반부에 퇴장할 때까지 네 개의 에피소드에 출연. 정말이지, 겨우 네 에피 나왔다는데, 이 시리즈에서 수행한 역할의 비중이 있어 더 많이 나온 줄로만 알았다. 나올 때마다 거진 굵직굵직한 역할을 해주고 가셔서 실제 등장 빈도에 비해 존재감이 컸던 케이스. 내 개인적으로는 칼 비처가 그렇게 살해당하기 전까지는 그보다도 더 큰 비중으로 느껴졌었다(사실 그래봤자 꼴랑 두 에피 차이지만). 배우는 Michael McGlone.


실은 이 캐릭터는 퍼오인의 작가실을 엿볼 기회를 제공하는데, 1.07 Witness에 첫등장하여 2.18 All In에서 퇴장하기까지 이 캐릭터는 각기 다 다른 작가의 손을 거친다. 그중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건 1.17 Baby Blue와 2.18 All In 이렇게 두 에피고, 1.07 Witness에서는 사건이 크게 터져 경찰이 여럿 오가는 와중에 시청자들과 인사하는 한 명일 뿐이며, 특히 위의 2.04 에피에서는 누가 해도 이상하지 않은 자리에 그냥 이 사람이 서 있는 정도다. 각 에피 내에 꼭 필요한 존재이긴 한데, 이게 다 같은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별로 없는 것이지. 협업보다 분업 체제가 강하게 자리잡은 드라마들의 경우 작가들이 조연 캐릭터들을 재등장시킬 때 자기가 만든 캐릭터 위주로 데려다 쓰려는 경향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렇게 뚜렷한 극중 역할이 없는 조연캐가 (심지어 일라이어스 스토리라인의 일부로 등장해서 HR 스토리라인의 일부로 퇴장했다) 2년에 걸쳐 시리즈 전반에 흩어져 배치되는 건 작가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활발하거나 아니면 작가들을 빡세게 관리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의미이기 쉽다. 여력이 안 돼 제작진에게까지는 관심두지 못하지만, 흥미로운 건 사실.



사진은 2.04에서 뽑느라고 마땅한 걸 한 장밖에 못 건졌다. 여러 에피에 나오셔서 오히려 손해본 케이스.^^;;;; 배우는 이 드라마에서 처음 본 분인데 왠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었다. 2.04 에피에서 경찰 월급으로는 죽지도 못한다고 조크하며 나타날 때 무척 반가웠다. 1.17에서 워낙 심하게 다친 걸로 나와서 난 그대로 퇴장인 줄 알았거든.





신원불명 POI



처음 얼굴을 비출 때 이름은 앨런 페히 Alan Fahey인데, 에피소드가 진행되어 간 내용을 보면 아마도 본명은 알렉스 데클란 Alex Declan이었을 듯. 물론 아닐 수도 있어. 배우는 Luke Macfarlane.


기계가 데시마가 업로드한 바이러스 때문에 맛이 가고 있던 시기에 나온 번호. 태풍이 휩쓰는 뉴욕 인근의 섬에 고립된 채 연쇄살인마의 본모습을 까발려야 한다는, 다분히 김전일스러운 퍼오인 에피소드 2.17 Proteus의 POI다. 자기 신원을 디지털상에서 싸그리 삭제하는 바람에 기계가 위험을 알리기 위해 여섯 개의 번호를 동시에 뱉어내는 기염을 토해야 했다. 막상 그 바람에 리스와 핀치는 기계가 맛이 갔나 걱정했더랬지. 적당한 사람이 나타나면 죽이고 그의 신분으로 갈아타는 방식으로 살아온 캐릭터로 묘사된다.



이 양반은 연기랑 연출이 정말 좋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좋으니까 열심히 본 것도 있겠지만 연기 지도나 연출이 섬세했던 게 드러나거든. 이 에피 작가는 4시즌 들어 (시즌 1로 캔슬된 듯한) Stalker로 가서 안 보이는데, 퍼오인에 있는 동안 좋은 에피 많이 썼다. 전직 슈타지 스파이가 나오는 1시즌 Foe도 이 사람 작품이고, 다짜고짜로 리스 옷 재단해주는 핀치로부터 시작하는 ― 그래서 원작이 하는 짓 좀 보라고 여럿이 비명을 지르게 만들었던 ― 1.16 Risk도 이 사람 작품.





연출이 좋은 건지 각본이 세세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캐릭터를 살려내는 터치들이 굉장히 섬세한 게 있다. 핀치의 안경이 비에 젖자 손수건을 건네준다던지(정작 다른 말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건네주고 받아서 신경 안 쓰고 보면 의식도 못한다), 해롤드에게 순수하게 호기심을 드러낸다던지 하는 거. 너도 나 같은 사람이냐고 물어볼 때는 약간 반가운 것 같기까지 했다.




아래는 핀치의 안경을 벗겨 자기가 쓴 것. 그는 다른 사람들, 특히 연방보안관 행세를 하고 있는 리스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고 섬을 탈출하기 위해 핀치 ― 이 때는 아마추어 스톰 체이서 해롤드 걸 ― 의 신분을 훔치려 한다. 핀치가 굉장히 드물게 역겨움을 드러내는 장면. 아 물론 자기 아이덴티티를 훔치려 한다는 데 그런 건 아니고, 이 사람이 '언젠가 내게 맞는 설정이 나타나면 그땐 정착할 수 있을 거야'라 했기 때문.



에피 중반까지는 똑똑하고 미숙하지만 열의에 넘치는 FBI요원으로 보였고 그렇게 행동했는데,





하필 리스도 없을 때 핀치에게 갑자기 정체를 들켜서 진짜 깜놀했었다. 특히 핀치가 어둑한 방에서 자기 추리를 확인하는 순간 번개가 치면서 뒤에서 그림자 속에 묻혀 있던 그가 드러나는 장면은 진심 공포스러웠다. 퍼오인 화면이 드물게 공포영화스러웠던 때. 처음 볼 때 소름이 좍 돋았음. 그래서 캡쳐는 없다.^-^ 스포일하는 데도 분수가 있으니까.



워낙 깨알같은 순간들이 많은 에피인데 ― 처음에 우산 하나 받쳐쓰고 베어까지 데리고 영화보러 간 거, 마지막에 작살에 겨냥돼 본 건 처음이냐니까 리스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요'하고 대꾸한 거, 문제의 그 작살 쏜 어부한테 연쇄살인마 잡으러 왔다가 잔챙이 마약상이나 잡게 됐다고 진심 짜증내는 리스("아, 대답 안해도 돼. 내 말이 맞으면 그냥 피나 흘리고 있어" 대사!), 경찰서에는 어딘가 꼭 술병이 있노라는 칼 비처, 아 핀치도 깔끔떨 것 같은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의 휴대용 술병에서 술을 나눠 마신다, 도로가 끊겼는데 어떻게 가냐니까 비행기 운전면허가 있다는 핀치 - 그리고 정말로 경비행기를 운전해 갔다!! 리스가 위험하다 싶으니까 물불을 안가린다! 그래서 수갑도 찼다! ― ,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정말 인상에 깊이 남았던 번호였음.





피터 콜리어 Peter Collier


3.02 Nothing to Hide에 첫 등장했던 3시즌 게스트. 성은 가명으로 본명은 피터 브랜드 Peter Brandt다. 배우는 Leslie Odom Jr.




(3시즌 피날레 3.22 A House Divided에서. 이 캐릭터의 사상과 광기를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배경으로 한컷^^;)

이 양반 이야기는 다른 포스팅에서도 솔찮이 했었지. 사마리탄 arc에 속하는 조연들 중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배우다. (나는 그리어를 안 좋아하고 마틴은 싫어해; 이상하지만.) 시즌별 게스트들이 많이 오가는 편인 퍼오인에서도 인상적인 조연 중 하나. 물론 2시즌에 리온 타오가 있어서 가장 좋다는 말은 안나오지만… (이 배우는 퍼오인에서 처음 봤지만 켄 렁은 원래 관심있던 배우.)




이 캡쳐는 3.19 Most Likely To…에서 온 것.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이 블로그에서만 한 세 번째 얘기하는 것 같은데 워낙 좋았던 장면이라^^;. 배우가 연기를 정말 잘한다. 무시무시할 때부터 약간의 따스함을 드러낼 때까지. 광기와 상냥함을 둘 다 표현할 줄 안다. 뭔가 덕질할 구석이 별로 없는 쪽이 자경단이라 우리나라 팬덤에서 많이 얘기되지는 않는 것 같은데, 난 이 배우의 연기가 훌륭해서 별로 현실성 없는 자경단의 설정이 살아났다고 생각하고 있다.





(3.02 Nothing to Hide. 별로 중요하지 않은 단역 2 정도로 슬쩍 등장했다가 마지막에 본색을 드러낸다. 여긴 '광기' 부분.)



나는 특히 이 드라마가 순전히 배우의 delivery에 의존하여 콜리어의 캐릭터에 입체성을 불어넣은 점이 재미있었다. 같은 말도 얼마든지 다르게 전달(=발화)할 수 있는 법인데, 콜리어는 핀치를 잡아 억지로라도 입을 열게 하고 싶어하면서도, 핀치의 인류애적인 활동과 그 스탠스에 대해서는 별로 적대적이지 않다. (애초에 똑같이 '자경단'이기도 하고….) 궁극적으로는 핀치를 죽여버리고 싶어하지만 핀치 개인을 증오하거나 미워하진 않아. 의외로 담백하게 대하고, 비웃거나 증오를 드러내거나 하지 않는다. 타인을 우리편 아니면 적으로 구분하는 테러리스트 조직의 간부답지 않은 태도이다. 전에 썼던 글에서도 언급한 장면인데 CIA 인사업무를 하던 공무원의 금고를 털러 왔다가 핀치와 마주쳤을 때, 핀치가 여느 때의 조심스런 표정을 벗고 평소에는 잘 안 드러내는 차가운 태도로 '퍼스코를 해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하려 할 때, 콜리어가 엷게 웃으면서 "Please." 하고 핀치의 말을 끊는다. 당신이나 나나 당신이 누군가를 해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 않느냐고. 당신은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지 해치는 사람이 아니라고. 먹히지 않는 허풍은 떨지 말라고.


그런데 그 때의 표정이 정말 일품이었다. 뜻인즉슨 먹히지도 않을 bluff는 하지 말라는 ― 즉 시간낭비하지 말자는 ― 말인데, 비웃거나 조롱하는 톤이 전혀 아니다. 그 미소는 다른 뜻이 전혀 스며 있지 않은 100% 그냥 미소였다. 핀치에 대한 비난도 미움도 증오도 없는 미소.


내가 그런 걸 좀 좋아했지. 약하다. =)







마지막으로, 이건 콜리어의 과거사가 드러나는 3.22 A House Divided에서의 예전 모습. 이 순간까지는 나름 정부를 믿고 시스템을 믿는 순수한(?) 청년이었다^0^





매튜 리드 Matthew Reed




3.19 Most Likely To…의 두 번째이자 메인 번호. 배우는 Nestor Carbonell.


퍼오인은 오프닝이 매 회 조금씩 달라지는데, 핀치가 '피해자건 가해자건 당신의 번호가 뜨면 우리가 당신을 찾겠다'고 말할 때 비춰주는 사람이 대개 그 회의 중심이 되는 POI다. 번호 자체는 에피에 따라 두 번도 나오고 세 번도 나온다.




맨하탄에서 일하는 검사로 동창회를 맞아 자길 평생 괴롭혀 온 사건의 결말을 보려 하는 캐릭터. 덕분에 졸지에 리스와 쇼가 자경단과 일전을 치러야 할 시기에 깡촌으로 소환당해서는 고교 동창회라는 평생 한 번도 너무 많은 이벤트에 남의 이름으로 참가해야 했다. 쇼가 아주 머리를 쥐어뜯지.


이분도 원래 연기 잘하는 분. 어디 나왔더라? 이 에피는 처음부터 끝까지 포인트가 너무 많아서 진짜 깨알같이 재미있는 에피고, 무대가 둘로 나뉘어 진행돼 시선 분산도 좀 있고 해서, 그런 만큼 번호가 묻히기 쉬운데 이 분 덕에 아니었다. 선량한지 악한인지 잘 모르겠는데 그런 채로도 이 사람에게 뭔가 공감이 가게 하는, 그런 쉽지 않은 연기 톤을 잘 잡아준 양반. 제작진 중에 누가 점찍어 맡긴 거 아닌가 싶은 그런 캐스팅이었다 - 실제로는 어땠는지 쥐뿔도 모르지만.




이제 보니 이분도 Lost alumni구나. 나는 Day Break나 House, MD 정도에서 봤지 싶은데...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 몽크가 있었다. 그리고 앨리 맥빌도. 그리고 로앤오더도! 외모 품평을 하자는 건 아닌데 볼 때마다 눈의 윤곽선이 저렇게 또렷해서, 아이라인 그리고 다니시나 어느 민족 출신인가 진심 궁금한 분.





안드레 쿠퍼 Andre Cooper


작가들이 작정하고 퍼스코를 데리고 재미봤던 4.03 Wingman의 번호. 배우는 Ryan O'Nan.



이게 첫등장하는 장면인데, 연애코칭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하여 핀치가 이틀 일정으로 퍼스코를 도우라고 고용해 옆에 붙인다. 약속장소인 바에 저렇게 등장해서는, 내 클라이언트가 누군가 하고 사방을 둘러보다 퍼스코를 발견하고 급 표정이 썩는 게 정말 웃겼다. 지원군으로 거리를 두고 지켜보던 쇼가 매우 즐거워한다.



여긴 배우의 연기인지 타고난 매력인지, 캐스팅이 정말 좋았던 케이스. 주는 거 없이 호감 갖게 하는 사람이었다. 꼭 퍼스코가 맹활약을 해서가 아니라 금주의 번호가 퍼스코와 공감대를 형성할 사연을 가진 번호였다는 점에서 이 에피는 퍼스코의 에피였는데(물론 팬들 입장에선 이그렛 씨가 시선강탈이지만), 퍼스코와 투닥거리면서 호감을 쌓아 가는 것도 그렇고, 옳은 일인 줄은 알아도 마음을 나누었던 벗들로부터 등을 돌리는 건 어렵다고 토로할 때 보면 어느새 이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 있다. 이거 나만 그런 거 아니지?



나머지는 이 캐릭터가 주는 호감이 혹시 웃을 때 드러나는 선량한 표정 때문인가, 그게 전부인가 싶어 캡쳐해본 것. 약간 처진 눈매나 힘없는 입매, 가는 목소리 때문에 선해 보이긴 한다. 이거하고 비슷한 시기에 블랙리스트에도 그주의 범죄자(=즉 레딩턴의 목록에 이름을 올릴 만한 거물)로 나왔다던데 보고 싶더라. 딱히 연기력이 필요한 역이었을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긴 한데…. 블랙리스트는 좋은 배우들을 데려다 설정이 극단적인 캐릭터들을 연기시키면서 연기할 기회는 제대로 안 줘. 매우 이상한 드라마.


여담이었음.










엠마 블레이크 Emma Blake


쇼 추적을 일단락짓고, 루트가 떠난 상태에서 다시 2인조로 돌아간 리스와 핀치 그리고 퍼스코의 (간만에 정통적인) 이주의 번호 구하기를 묘사한(길다), 4.14 Guilty의 POI. 배우는 Blair Brown.



배우가 입매 때문에 표정이 안 좋아서, 굳어 있지 않을 때도 좋은 캡쳐가 별로 없었다. 내가 가진 파일이 해상도가 낮기도 하고. 이것도 클릭해서 보면 윤곽이 흐릿한 게 보인다.



전부터 이 시리즈에는 핀치와 리스의 입장에서 공감하기 쉬운 번호들이 많이 나왔었는데, 이 에피가 그 중 유난히 튀었던 것은 배우가 연기를 잘해서 핀치와 진짜 감정의 교류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올려보았다. 뒤에 언급하겠지만 3.15 Last Call의 POI도 핀치와 공감대를 형성할 구석이 많은 캐릭터에 연기도 무난했지만, 이 에피에서처럼 정말 두 사람이 유대를 쌓았다는 생각이 들게 하진 않았다. 상황이 급박하고 데드라인이 분명한 건 양쪽 에피 다 마찬가지라 그게 차이점이라고 할 수도 없고…. 기둥줄거리 막 몰아치다 간만에 찾아온 정통 POI 에피소드라는 점에서도 위치가 비슷한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 감정적 몰입도가 달라서 그 이유가 뭔가 궁금하게 만들었다. Last Call도 충분히 재미있게 보았고 좋아하는 에피소드라 아래 리스트에도 올려두었는데, 이 에피는 그 정도가 아니라 에피의 내용과 그 완성도에 감동을 받았거든. 의도적으로 1시즌의 구도를 가져다 처음과 마무리를 연출한 수법하고도 무관하지 않지만, 배우가 연기를 잘하셔서 핀치와 진실로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게 해서 그런 것 같다.



다만… 이건 이 에피를 막 봤던 때의 감상이고, 이 다음 에피인 4.15 Q & A까지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이 에피에 루트가 없어야 하고 4.15에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루트가 필요해서 에피 순서가 그렇게 된 건 알겠지만, 감정선을 생각하면 핀치가 쇼를 언급하고 그로 인해 자신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하는 게 이 에피보다 먼저 왔어야 한다는 거다. 이 에피는 collateral damage를 우려하는 마음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핀치는 자신의 퀘스트로 인해 여럿이 희생되어 가는 꼴을 봐야 했던 사람이고. 이 에피는 도망치지 않고 대결하기로 선택한 번호(와 핀치)의 선택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그로 인해 에마가 포기했던 자기 삶을 다시 찾기로 결심하며 희망적으로 끝이 난다. 그러면 Q & A가 이미 언급이 끝난 얘길 도로 가져오는 것처럼 보이게 되지. 시간 간격이 좀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그 다음 에피다.


카터가 퇴장했을 때도 그랬는데, 작가들이 이런 사건들이 리스에게 미칠 감정적 여파에는 굉장히 신경쓰면서 핀치의 경우에는 좀 덜 신중하게 다룬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감정선이 조금 뜬금없는 맥락에서 튀어나온다던가 하는 그런 거. 물론 이야기가 다 아귀가 맞으면 그러니까 픽션 소리가 나오는 거지만…, 애초에 핀치에 대해 위화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기도 하고……. 그러나 그 얘긴 지금 다 하기에는 너무 길다.





체이스 패터슨 Chase Patterson




타라지 헨슨이 오랜만에 재출연해 자리를 빛내;; 주신 4.20 Terra Incognita의 번호. 배우는 Zachary Booth.



이 에피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은데 그건 이 배우와 관계된 게 아니니 제쳐두고, 이 목록에 이분을 올린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배우가 연기를 너무도 잘했기 때문. 극 전개상 에피별로 비중이 높은 번호가 있고 아닌 번호가 있는데, 이 양반은 전혀 아닌 쪽이었지만 그런데도 연기가 너무 좋아서 기억에 아니 남을 수가 없었다. 조용하게 슬퍼하는 연기가 너무 절절해서…. 거의 얼굴 끝에서 끝까지 쳐서 클로즈업이 들어가는데 그럴 만하더라. 연극무대가 주력인 배우 아닌가 하는데 물론 확인할 길은 없다. Damages에도 망나니 아들 역으로 고정출연했다는데 그때도 연기가 좋았다고. 에피 전체가 방향이 '카터의 귀환' 쪽으로 초점이 맞춰진 탓에 번호가 별로 시선을 받을 일이 없었던 게 너무 아쉬운데, 그게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이분이 좋았다. 캡쳐하면서 새삼 다시 확인했는데 표정에 실제로는 변화가 거의 없다. 두 형사로부터 각각 취조받는 장면을 근 한 프레임에 한 장씩 300장 넘게 캡쳐한 것 같은데, 자세도 거의 고정이고 가라앉은 톤으로 차분하게 힘도 주지 않고 말하기 때문에 그 대부분이 실제로는 그냥 입모양만 다른 같은 사진이었다.; 오두막에 혼자 가서 뭐했냐는 카터의 질문에 "…relapsing,"하며 입술이 떨리고 그 직전에 표정이 흔들리던 것만 유일한 예외. 리스의 이어지는 심문에 못 참고 7년 전 카터 형사에게 이미 다 진술한 내용이라고 따질 때도 엄청 톤다운된 어조다. 근데 슬픔, 비통함, 자책, 체념 등등 그 모든 감정이 정말 투명하게 다 보여서 매우 신기했다.


아래는 캡쳐한 나머지 사진들. 블루톤 깐 게 과거 회상이고, 마지막 하나가 현재 씬이다. 상대역이 각각 카터와 리스니까 그걸로도 구분 가능하지만.^^









얘기 많이 되는 - 어쨌든 좋아하는 - 퍼오인 게스트들


일라이어스나 카라, 콘트롤 같은 고정 게스트는 너무 당연해서 뺐다. 사실 그러자면 도널리나 리온도 없어야 하지만 여긴 하고픈 얘기가 있엇^_^




레일라 스미스 Leila Smith



이 아가가 싫다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 있을 수가 없어…. 1.17 Baby Blue의 번호. 역대 최연소.



거짓말 안하고 1시즌에서 제일 많이 돌려보는 에피. 레일라를 연기한 아가는 아마도 이름 공개가 안 된 듯? 근데 정말 예쁘다. 분홍빛 뺨에 통통한 배에 꺄르륵거리는 소리에 웃을 때 정말 예쁘고……. 눈도 정말 연하고 창백하게 파랗다.




애를 납치하려고 조직폭력배들이 오자 어찌할 바를 모른 핀치가 일단 애를 데려오고 보는 바람에 졸지에 리스와 핀치는 애를 봐야 하게 됐는데, 핀치가 리스와의 대화는 뒷전이고 레일라한테 우유를 먹이려는 이 장면에서 정말 심하게 웃었다. 이건 사람 아기한테 우유를 먹이는 자세가 아니잖아^0^ 새끼고양이 우유 먹이는 자세지. 핀치 어디서 뭘 본 거야=0= 반려동물을 들이고 지낼 것 같지 않았는데 언제 고양이를 키웠나?!


모두가 다 아시다시피 이 에피는 귀여워 미칠 것 같은 요소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무리. 애 돌보는 거하고는 백만 광년쯤 떨어진 삶을 산 리스가 레일라가 삶은 닭과 자두를 좋아한다니까 '역겨운데요 disgusting' 하고 반응하는 게 제일 웃겼다. 그리고 레일라랑은 상관없는 포인트지만 도서관팀이 아기를 데리고 나가서 공원에서 카터와 접선할 때 보면, 레일라를 가슴 앞에 매단 리스가 카터 보고 다가갈 때 핀치는 뒤에서 목줄 없이 왔다 가는 개를 들여다보고 있다^0^ 아 이 아저씨들 너무 좋아.





최루탄 소품을 빨면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배 뽈록 나온 레일라로 마무리. 마지막에 리스가 작별인사할 때 리스 보고 코를 찡긋거리며 웃는 거 너무 캡쳐하고 싶었는데 막상 캡쳐하니 이상하고 움짤로 만들자니 일이라서 못했다.





어니스트 트래스크 Ernie Trask



1.11 Super의 메인 게스트였다. 배우는 David Zayas. 덱스터랑 오즈에서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ㅎㅎ. 그리고 그거 아니라도 여기저기 워낙 많이 나오셔서 알아보는 사람 많을 것. 나도 좋아한다!!!! 특히 마이애미 메트로 폴리스의 엔젤 바티스타 형사님.


그냥 이분 자체로 좋아서 뭐 보탤 말이 없네. 좋은 에피였다. ^^





니콜라스 도널리 요원 Special Agent Nicholas Donnelly



니콜라스라고 분명 이름이 엄연히 있는데 자꾸 까먹는다. 드라마 상에 안 나와서 그런가. 1.13 Root Cause에 첫 등장, 2시즌 중반까지 띄엄띄엄 출연하셨다. 배우는 Brennan Brown. 원래는 매우 재미난 분이신 모양으로, 유투브에 독립영화 쪽 클립들 보면 코믹한 것도 많고, 무엇보다 그 오렌지폰 광고에 정말 많이 나오신다! 되게 재밌어 이거. 예전부터 약 빨고 만드는 광고로 유명하여 익히 알고 있었는데, 퍼오인 보고 시작하고 얼마 뒤에 우연히 다시 보다 뒤늦게 얼굴(보다 목소리)을 알아보고 진짜 빵터졌더랬다.




이분이 출연한 오렌지폰 광고 하나. 내용은 다스 베이더가 오렌지폰 홍보부에 와서 다스 베이더 영화를 하나 더 만들자는 프로포절을 내놓는데, 오렌지폰에서 쿨하게 거절하는 것. 다스 베이더가 포스로 수락하게 만들려고 하지만 역시 쿨하게 씹는다.^^


오렌지폰은 이름처럼 핸드폰 회사로, 영화관에서 영화 시작하기 전 트는 극장 광고로 저런 짧은 광고들을 꽤나 만들었다. 대개 이름있는 영화인들이 이런저런 프로포절을 가져오면, 오렌지폰 사람들이 어떻게든 PPL로 핸드폰을 끼워넣게 줄거리를 뜯어고쳐 영화 내용이 산으로 가는 컨셉. 제인 오스틴 원작의 영화화라면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편지를 쓰지 말고 핸드폰을 쓰게 하면 어떠냐는 식이라서… 정말 저런 내용의 광고다. 이거에 나온 배우가 누구였더라? 저런 약빤 내용이 지나가고 나면 화면에 '핸드폰이 여러분의 영화 관람을 방해하게 하지 마라'면서 영화 시작 전 핸드폰을 끄시라고 메시지가 뜬다. 나름 공익광고;; 저게 한 10년 전 컨셉이었고 요새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몇 년 전 광고라면서 저 양반이 위키드의 초록 마녀 분장을 한 게 저화질로 유투브에 돌아다니는 걸 봤다^^;


저 동영상을 보면 도널리 요원의 목소리가 원래 배우의 평소 목소리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광고에서는 깔아서 이야기할 때만 저 음색이 나오고, 평소에 일상적인 어조로 말할 때는 훨씬 가늘고 높은 톤이다.



일전에 이거 발견하고 어디 대나무숲에다 대고 소리치고 싶었는데, 이제 한 풀었네^-^v




어쨌든 퍼오인에서는, 마크 스노우가 1시즌 중반부에 왔다 간 뒤, 여즉 남들이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때 Man in the Suit, 일명 정장 입은 남자의 정체를 매우 왜곡됐지만 나름 진실에 가깝게 파악하고 체포하려 하는 FBI 요원이다. XF에서 언제 이거 가지고 조크한 적도 있는데 FBI는 원래 소속 요원들에게 그냥 다 '스페셜'을 붙여준다. 딱히 더 뭐가 더 스페셜해서 특별요원인 건 아니라는 소리.


이 드라마 상에서는 시종일관 매우 진지하시다.





이렇게.





이렇게.





또 이렇게.



어느 에피에서 이 언급이 나왔던가는 기억 못하지만, 도널리 요원은 CIA나 NSA 같은 정보기관과 방첩기관이 국내에서는 상대할 조직이 없는 능력과 연줄을 이용하여 미국 영토 내에서 활개치고 다니며 자국민을 대상으로 이런저런 공작을 하는 것을 굉장히 염려하고 있고, 양복 입은 남자가 전직 정보요원이라고 (옳게) 판단하여 그를 잡아들이는 것도 저 문제의 일부로 보고 있다. 퍼오인의 세계에서 정보기관들은 하나같이 개차반들인데 대표적으로 CIA는 국내외에서 마약 거래로 자금을 조달하여 대테러작전에 쓰고, 소속 요원들의 목숨은 파리 목숨 취급하는 존재들이라 도널리의 이런 현실 인식이 아주 어처구니없지는 않다. 다만 저 Man in the Suit가 범죄현장에 자주 모습을 보이는 걸 범죄조직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하고, 자경단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실은 그런 생각은 하는 게 더 이상하지만.^^


주인공들과 거리를 두고 있고, 적대적인 포지션에 서 있되 올곧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카터가 사실상 도서관팀과 연대하게 된 이후로는 독특한 위치를 홀로 점유한 조연이라 좀 더 오래 살아남아 주기를 기대했지만, 동시에 그럴 성 싶지 않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게 어이없이 죽을 줄은 몰랐지. 낮고 울림이 좋은 목소리에 카터를 대하는 호의적이고 정중한 태도도 좋았고, 능력있고 사명감도 있는 공무원이라 좀더 오래 봐도 좋았을 터인데, 퍼오인 제작진에게는 캐릭터를 죽여 플롯을 진행시키는 버릇이 있었다…. 이거 제발 하지 말라고.









리온 타오 Leon Tao



2.01 The Contingency에 첫 등장한 이래 2시즌에 걸쳐 서너 번 출연한 2시즌 게스트. 배우는 Ken Leung.


우리야 이 캐릭터를 더 보고 싶지만, 배우가 워낙 바쁘셔서^^ 딱 네 에피 출연했다. 나는 영화 Keeping the Faith 때문에 예전부터 얼굴을 알고 있고 좋아하는 배우인데 ― 연기 정말 잘함 ― X3에서 반짝 반가웠었다가 이 드라마에서 보고 더 좋아졌다. 퍼오인에서 옮겨간 Zero Hour에서는 가톨릭 신부 역할이었던 모양인데 매우 궁금! 진지하고 무거운 역도 잘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저 입매 때문인지 물에 빠뜨리면 입만 동동 뜰 것 같은 역할들을 워낙 많이 맡아서 말이야; 수다스런 신부라니 생각만 해도 재미있다.






문제의 입매.






2.01에 첫등장했을 때. 그냥 봐도 알 것 같다. 누구처럼 약간 돌출입이다.




다물고 있어도 수다스러운 저 입매.



한동안 중국계 회사로 추정되었던 데시마 때문에 좀더 숨겨진 비밀이나 역할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바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배우가 다른 프로젝트로 옮겨가서 더 안 나오는 게 아쉬움이 컸지. 그러나 그것도 시즌 3까지의 얘기고, 이제는 그쪽 스토리라인은 이미 색채가 너무 달라져서(=중국발 회사라는 이미지는 거의 벗어버렸고, 그 전에 데시마 테크는 해체돼서 아예 더 이상 존재를 안함), 이 양반이 짬이 난다 하여도 그쪽하고 관련돼서 재등장할 일은 거의 없지 싶다.



어쨌든 직업은 회계사. 컴퓨터도 곧잘 만지는 편이고, 머리도 좋아서 경기부진의 여파를 직통으로 얻어맞지만 않았으면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았을 거라고 본인은 말하지만, 어쨌든 현재는 사기꾼으로 살아가고 있다. 핀치가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오랫동안 아무도 따라오지 못했던, 3회 번호로 뜨기의 위업을 기록한 장본인. 에너지도 넘치고 유쾌한 캐릭터라 언제 봐도 즐겁다. 쇼를 만나보고 질겁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묘사하면 매우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비범인들이 넘쳐나는 퍼오인에 1회성 게스트와 배경인물 빼고 거의 유일한 일반인 캐릭터라 ― 핀치의 해킹을 돕고 범죄자들을 등쳐먹고 산다는 데서 이미 민간인은 아니지만서도 ― 모습 보면 반갑다.



그리고 베어랑 친하다!






라면도 나눠먹고




이렇게 나쁜 놈들에게 붙잡혀 배를 갈리고 머리에 창자를 뒤집어쓸;;; 위기에 처해 있으면 와서 구해주기도 하고 (반갑다고 침대로 뛰어올라와 얼굴도 막 핥는다).







리스와는 하필 리스가 딴 데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만나서 험한 꼴을 봤지만, 어쨌든 덕분에 목숨을 건졌고, 그후 제멋대로 유대감을 형성한 사이.^^ 리스는 아마도 리온을 제2의 퍼스코(=명줄 긴 곰팡이)로 보는 듯. 세 번째로 번호로 나왔던 2.18 All In 에피 때는 (수갑으로 침대에 매여 있는 위의 사진 둘이 모두 그 에피 출신) 한 번만 더 번호로 나오면 난 휴가 간다고 을르기도 했다.



(캡쳐해 놓으니 친해 보이는 사진아니야 원래 친해)



나머지는 그래도 멋있게 나왔던, 도서관팀이 갑부 역할을 맡겨 카지노에 들여보내던 때의 캡쳐. 화려하게 돈을 걸고 쓰며 시선을 끌라고 2백만 달러를 쥐어 보냈는데, 리스가 '그만한 돈을 리온에게 믿고 맡기는 거냐'고 묻자 핀치는 '그건 당연히 아니고 활동비라고 생각하는 수밖에…'라고 대답한다. 누가 스케일이 큰 건지 모르겠다;; 실은 대단히 멋있어 보이는 장면은 아닌데, 캡쳐해 놓으니 분위기가 제법 좋아서 아까워서;; 넣었다. 때리지 마세요







산드라 니콜슨 Sandra Nicholson



3x15 Last Call의 번호. 여긴 에피가 좋아서 많이 이야기되는 듯. 나도 배우에는 별 관심이 없고 캐릭터가 흥미로웠던 경우다. 그것도 캐릭터 자체가 흥미로웠다기보다도 오랜만에 정통 POI 에피여서 좋았고 핀치와의 패럴렐 구도가 좋았던 거니까 실은 에피가 좋아서 좋았다인 건데, 어쨌거나 오랜만에 긴장감 넘치는 정통 퍼오인 에피였기 때문에 매우 좋아하면서 봤었다. 나는 1,2시즌은 2시즌 피날레가 다 지나간 뒤 한꺼번에 몰아서 본 셈이라 사실상 3시즌부터 실시간으로 달린 거였거든. 근데 3시즌은 단독 에피가 많지 않고 시즌 중반부에 기둥줄거리가 비중이 컸었지. (4시즌은 더하지만.)


위에 말했다시피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 4.14 Guilty에 비교하자면 처지는 편이지만, 그건 굳이 비교를 한다면 그렇다는 것이고 두 에피 다 매우 좋았다. 오히려 긴장감은 Last Call이 더 잘 끌고 가기도 했다. 다만 4시즌 중반부 감정선의 흐름에 불만이 있다고 아까 썼는데, 비슷한 맥락으로 3시즌 중반부 에피소드 배열에도 좀 불만인 점은 있다. 이 에피가 어떻다는 건 아니고, 그 바로 전 에피소드인 3.14 Provenance가 왜 거기 놓여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 에피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재치도 있었고, 도서관팀이 범죄를 저지르는 걸 돕는다는 발상도 신선하진 않지만 나올 법하고 귀여웠는데(그러고 보니 4.14 Guilty도 발상은 새로운 건 아니었지), 기중줄거리가 마무리되자마자 캐릭터들의 감정적 여파를 제대로 보여줄 사이도 없이 코믹 에피소드가 뙇 하고 나와서, 이건 나뿐만이 아니고 많은 분들이 불만 내지는 어이없음을 토로했던 기억이 있다.


방담만 하게 돼서 미안한데, 어쨌든 3.15는 좋은 단독에피고 캐릭터도 좋았다. 나왔을 당시에는 오랜만에 정통 POI 에피라고 반가워했고, 3시즌을 피하지 않게 된 지금은 종종 다시 보기도 한다.





릭 딜린저 Rick Dillinger



3.16 RAM에 단 한 번 나왔던…… 누구라고 해야 하나. 리스의 전임자. 그게 제일 맞는 표현일 듯. 배우는 Neil Jackson. 에피의 번호는 다른 캐릭터지만, 사실상 이 에피의 메인 게스트는 이쪽이다.



출연 소식 듣고 정말 기뻤던, 혼자 햄볶았던 케이스. 원래 배우를 Blade 때부터 좋아했다. 그래서 트위터에서 퍼오인 출연 소식을 먼저 듣고 신났었다. 기대도 컸고, 그 기대가 어긋나지 않았더랬지^-^ 막상 에피소드는 다시 잘 안 보지만 그건 닐 잭슨과는 전혀 무관한 이유로 결말이 느무 슬퍼서. Alexander에서부터 기억에 남았었고, Blade The Series 때 연기 못하는 주연들 사이에서 혼자 극을 감당하고 있는 데다 그 역이 돋보이는 역이었기에^-^ 이 사람하고 샬롯 캐릭터 보자고 그 드라마를 챙겼었다. 사실상 그 드라마는 이 사람 혼자 이끌어나갔다는 게 내 생각..이긴 한데, 너무 재미도 없고 연기들도 못해서 건성굴레로 봤기 때문에 단정지어 말은 못하겠다 ㅎㅎ. 여튼 젊고 꽃다울 때 미모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차갑고 멋진 역을 맡아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쉽진 않았다. (난 아직도 슈내 1시즌이 그렇게 flat하게 우중충했던 게 너무 아쉬워. 젠슨 미모가 아깝지.)








다만 이번에도 슬플 결말 때문에 캡쳐하려고 꺼내놓고도 다는 못 보고, 카라와 리스 콤비가 등장하는 데까지만 갔다가 껐다. 배우 때문에 아직 등장하지도 않은 캐릭터에게 정을 붙이면 이렇게 된다=0=. 그리고 화질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도서관 안에서의 장면은 거의 건질 수 있는 게 없었다. 표정이 계속 바뀌어서 멀쩡한 샷이 잘 안 나오기도 하고.



이젠 의미없는 얘기지만, 나는 퍼오인 1시즌 초반부를 볼 때는 당연히 리스의 전임자가 있었으려니 생각했다가, 나중에 두 사람의 과거가 어떤 식으로 기계에 엮여 있는지(그리고 두 사람 각각의 과거가 아니라 두 사람의 과거가 얽힌 채로 엮어들어가 있는지)를 알고 나서는 리스 전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 맞겠다 하게 된 것 같다. 그런데 내가 포기했을 시점에 갑자기 루트가 리스의 전임자 떡밥을 던졌고, 그리고는 서너 에피만에 리스의 전임자를 다루는 에피소드가 나왔다. 게다가 배우가 닐 잭슨. 얘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걱정이 됐던 것은 당연한 수순인데 ― 심지어 나는 걱정할 이유가 나변에 없어도 걱정한다 ― , 다행히 이야기는 정말 좋았다. 다시 돌려볼 수가 없을 뿐=_=.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if…삼아 하는 얘기지만, 핀치가 딜린저에게 조금만 마음을 열었더라면 딜린저가 그 노트북을 팔아넘기는 결말에 이르지까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팬들이 많다. 리스는 안 그러지 않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핀치는 리스에게 적어도 기계에 대해서는 터놓고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에게서 지속적으로 거부당하는 건 그 사람과 내가 맺고 있는 관계가 어떻건 좋을 수 없지. 게다가 보면 딜린저도 리스 못지않게 외로운 삶을 사는 것 같았으니. 그러고 보면 핀치는 리스에게는 빚이 있어 냉담하게 굴 때도 은근히 선이 있었다 ㅋ.



여튼, 관심이 있다 해서 챙기진 않아서 블레이드 끝난 뒤로는 어디서 뭐하시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배우가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에 비중있는 역으로 등장한대서 기대 반 불안 반이었는데, 에피는 좋았으나 그 후로 한 번도 다시 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 이건 그러니까 해피엔딩인가 새드엔딩인가.


그래도 릭이 등장하는 팬픽션들은 무리없이(?) 읽고 있다.





베어 Bear



마지막은 역시 우리 베어. 정말이지, 개 이름이 곰이라니 이름 누가 지었냐고. 연기하는 배우;; 이름은 보커 Boker.


캡처는 2.04 Triggerman의 한 장면으로, 아마도 핀치가 밖에 나가야 하는데 선뜻 못 나가고 있는 타이밍에 옆에 있던 베어를 내려다보는 장면으로 기억한다.


보커 NG도 개그릴에 들어 있는데, 보면 되게 웃긴다. 몇 시즌이었더라 - 라고 해봤지 2 아니면 3이겠지. 보커가 서 있는 배우한테 온몸으로 달려들어 같이 넘어져버리는 통에 NG가 난 거였다. 그리고 지금도 운영하는지 모르겠지만 3-4시즌 휴방기에 제작진이 운영하던 블로그에 촬영 뒷이야기가 쏠쏠하게 올라왔었는데, 베어에게 핀치가 쥐면 소리나는 쿠션 장난감을 사줬다가 곤혹스러워하는 에피 - 뭐였더라 - 뒷이야기도 재미있다. 2.03 아니면 2.05 에피였던 것 같은데, 처음 그 장난감을 보커에게 주자 보커가 거짓말 안 보태고 '정말? 진짜로? 진심이야?' 그런 얼굴로 올려다봤다고. 그러고는 그걸 덥석 물고 그 길로 촬영장을 뛰쳐나가 버렸단다^-^. 그 에피 내내 도서관에서 핀치가 리스를 지원하는 씬이 나오면 뒤에서는 베어가 그 장난감을 갖고 신나게 놀고 있는데, 실제로도 하도 신나게 가지고 놀아 걸핏하면 솔기를 다 튿어버려서, 그날 소품부에서 테이크 사이에 했던 주요 일 중 하나가 그거 다시 솜 채워넣어 바느질하는 거였다고.







에 그래서... 이걸로 끝. 올리고 싶으니까 시작한 포스팅이었고, 즐겁기도 했는데, 3박 4일 쓰고 나니 내가 뭐하자고 이걸 시작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올리지 말까 싶기도 하고... 무슨 새로운 얘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올려놓고 나중에 다른 생각 나면 후회할 것이고... 그렇지만 들인 공력이 억울해서 발행하겠음.^-^ 어차피 티스토리는 전반적으로 조용한 데다 여긴 변방 중의 변방이니까.


덕분에 재미있었습니다. 꾸벅.





Posted by Iphinoe


제대로 된 포스팅을 해본 지가 백만년이라 태그 먹이는 거 다 까먹었다. 퍼오인 3시즌 중반부 스포일러 있으니 알아서 주의하시라. 즉 방송을 실시간으로 따라오신 분들이라면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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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가 3시즌 중반에 확 죽는 바람에 여럿이 멘붕한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만, 이 에피 나가고 얼마 안돼서 CBS 방송에 출연한 타라지 인터뷰를 최근에 봤는데 매우 새로운 내용이 있다. (물론 나한테 새롭다는 거... 현지 팬들이나 POI 소식 빠르신 분들이야 다 알고 계셨을듯?)





처음 해봐서 이게 먹힐지 잘 모르겠네.;; 2분 15초 정도서부터 문제의 이야기가 나온다. 요약하면, 타라지는 POI 출연 계약할 때부터 이 캐릭터가 죽음으로 퇴장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거.=0=;;;;;; 동료 배우들한테 비밀지키는 게 힘들었다고 한다.



우아 멘붕. 조나스가 자기들은 장기방송 기록 세우는 데 관심 없다면서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할 때 알았어야 했건만. 파일럿 찍을 시점부터 예정되어 있었다니 놀랍다. 그리고 카터 캐릭터의 인기 나아가 카리스 지지자들의 존재를 씹고; 예정한 대로 이야기를 끝냈다는 게 더 놀랍다.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을 뿐 뭘 증명하거나 강변하려는 게 아니라는 포인트는 알겠는데, 주연급으로 이만큼 좋은 유색인종 여성 캐릭터가 워낙 드물어서 너무너무x100 아쉽거든. 이 드라마를 길게 보고 있지 않다 하여도 너무 일찍 퇴장한 감이 있다.


나는 카리스 파는 아니지만 - POI의 히로인은 핀치 - 카터 역이 정말 드물게 곧고 선하면서도 도그마틱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희생자로 끝난 결말이 많이 씁쓸하다. 그리고 테일러랑 정말 좋았단 말이다. 테일러가 졸지에 엄마 잃은 아기새;;;가 된 게 생각만 해도 슬픈데, 이게 다 제작진이 원래 생각했던 HR 스토리라인이 마무리가 돼서 카터의 캐릭터의 쓸모가 다했군, 이래서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하면 좀 더 슬퍼진다. 자꾸 XF 얘기 꺼내서 미안한데, XF 중반에선 아예 별다른 맥락 없이 캐릭터들을 뜬금포로 죽였기 때문에 이들이 스토리텔링에 봉사하는 도구로서가 아니라 냉혹한 현실에 대한 반영으로서의 상징성을 획득하게 됐었다. (예외는 멜리사 스컬리 정도...? in retrospect, of course.)


아니 근데, HR 스토리라인 끝났다고 퇴장해야 한다면 그건 퍼스코 쪽 아냐...? 이 캐릭터의 운명이 어찌될지 갑자기 겁이 더럭 난다. 3시즌 20에피였나 21에피였나에서 핀치가 워싱턴 원정가는 데 퍼스코랑 동행해서는 꽁냥꽁냥하길래 몹시 웃었는데, 마음놓고 즐거워할 일이 아니었나.


그러니, 드라마를 보면 보는 거지 왜 이렇게 마음을 졸여야 하느냔 말이다.^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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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XF를 볼 때도 스토리 진행의 측면에서 만듦새에 감탄해 본 적은 많지 않은데 - 순수하게 이야기 자체에 감탄한 적이야 매우 많지만 - POI는 어허허, 오늘 이야기 진행하는 거에 감동했다. 이렇게 쭉쭉 뽑아나가는 드라마라니;; 그러면서도 말이 되고 긴장감 유지하고 심지어 작품성까지 일관되게 지켜가고 있어. 엄청나다. 다들 장인들인가. 이렇게 날롬 봐버리기가 미안할 정도다. 아니 기계의 비호 아래 irrelevant numbers 구출이라는 premise로 시작한 드라마가 3시즌만에 그 전제를 깨버렸어;; 어쩌겠다는 거야 이거… 근데 입이 벌어지고 감탄만 나와. 그냥 닥치고 멋있어.



옆길로 잠깐 새서. 아무래도 배우가 배우다 보니 숙부님에게 다들 감탄하는 모양인데, 나는 한 시즌짜리 소모품(;;)이었으나 콜리어 역의 배우가 정말 잘 해주었다고 생각이 든다. 사실 제일 얼척없기 쉽고, 가뜩이나 소화하기 어려운 대사들만 한 시즌 내내 잔뜩 받았는데, 엄청 말이 되게 소화해주었다. 우리네 세상에 데시마보다도 존재하기가 어려운 게 자경단이고 - 마지막에 그럴듯한 설명이 따라붙긴 했지만 - , 자경단의 구호, 이념은 너무 순진하게 직설적인 데다 이 드라마의 기본 시선이 도서관팀에게 맞춰져 있는 터라, 자경단 쪽의 입장은 straightforward하게 풀어내기 어려울 정도인데 그걸 그만큼이나 설득력 있게 만들고, 특히 도서관팀과 데시마팀과 맞설 만한 하나의 축으로까지 올려줄 수 있었던 것은 7-80% 이상이 콜리어 역 배우의 연기 덕이었다고 본다. 이를테면… 음… 이런 데 끌어다 쓰기 미안하긴 하지만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의 패틴슨(이름 맞나)이 이 역에 붙었다고 상상해 보면, 웃음만 나올 것이다. 특히, 이건 제작자들이 연기 톤을 제대로 잡은 거기도 하지만, 콘트롤처럼 강강강 일변도의 캐릭터가 아니라 핀치, 쇼와 상대할 때 인간임이 엿보이게 연기한 것이 매우 마음에 드는 선택이었다. 목표 외에 다른 건 보지 않는 미친 사람이 맞긴 한데, 웃을 때는 정말 사심없이 웃어서, 그 점이 매우 좋았다. 이를테면 금고 털러 왔을 때 핀치가 퍼스코를 해치지 말라고 협박조로 말을 꺼내자 "please," 하면서 '너나 나나 당신이 개미새끼 한 마리 해치지 못할 사람이라는 걸 알지 않냐. 당신은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다'고 미소로 말할 때, 그때 정말 hidden agenda 없이 웃어 놀랐었다. 그 타이밍엔 '넌 절대 누굴 해치지 못해 ㅋㅋ' 이런 뉘앙스로 웃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게 아니라 그냥 웃는다. 핀치의 그런 면은 존중하고 좋게 본다는 듯이. 물론 그래놓고 1분도 안 지나서 다른 데로 끌고가서 가둬놓고 괴롭힐 것 같이 나오지만. ;) 특히 오늘 에피소드의 기본 세팅인 kangaroo court가 정말 매우 무리였는데, 작가들이 배우 믿고 질러버린 거 아닌가 싶다.^^ 사실 오늘 에피는 플롯만 요약해서 써놓고 보면 '어쩌라고' 소리가 나올 줄거리다. 이게 이렇게까지 설득력 있게 구현이 된 게 놀라운 거지. 그리고 설정이 품은 가능성을 (이렇게 일찍) 극한까지 밀고 가는 작가들의 미친 짓거리도=_=;;



10년만 전이었어도 이런 역은 닉 리가 정말 잘했을 텐데. 그리고 마스크는 너무 성마른 이미지여서 적절치가 않겠지만 크리스 오웬스도 시키면 잘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게 캐릭터의 효용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생각날 정도로 정말 좋았다. 나는 여기서 처음 보는 배우인데 앞으로 매우 기대된다. 미드는 스릴러나 서스펜스 계열이 많으니까 앞으로 좋은 역으로 여기저기서 볼 수 있을 듯.



그리고 The Practice랑 Ghost Whisperer 이후 오랜만에 보는 캠린 만하임. 만세다. 시리즈가 캐릭터에게 불친절하면 아무래도 배우의 연기에 많은 걸 의존하게 되는데, POI는 가끔 오늘의 POI 캐스팅에서는 헛발질을 할 때가 있어도 조연 캐스팅에 있어서는 실수가 없다. 루트를 보라!^^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기계와의 접촉을 배제한다는 원래의 대전제도 루트가 본격적으로 기계와 소통하고 활동하면서 진작 깨진 상태다. 그리고 이제는 핀치도 그런 상황에 이의가 없는 것 같고. 그렇다면 실은 핀치도 기계와 직접 접촉하려 할 만도 한데, 아무래도 핀치는 자신이 기계와 직접 의사소통하기 시작하면 빚어질 효과를 우려하는 것 같다. 자신도 기계를 오용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 자기로부터도 기계를 보호하려 했던 그 정신이 아직 어디 가지 않았달까. 정작 기계는 핀치를 보호하려 안달하는데.



플롯은 얼척없는 에피소드가 떡밥은 정말 많이 풀었다. 핀치의 부상이라던가, 핀치와 리스가 떨어진다던가 - 핀치가 육체적으로 얼마나 약점이 많은지 아는 리스로서는 어지간해서는 핀치와 떨어지려 하지 않았을 텐데. 게다가 베어가 당연하게 리스와 떨어져서 핀치와 함께 간다 - , 쇼와 루트 간의 노골화된 동지애라던가… 보통 이 정도의 내용은 시리즈 피날레에나 나오는 거 아니었나?! 쌍제이, 무서운 사람…….



다만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핀치는 기본적으로 목숨은 버리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동안 임해왔던 것 같고, 가능하면 오래 일을 계속할 수 있게 이 세상에 붙어 있기를 바라지만 딱히 죽을 자리를 고르는 성품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 그동안 자기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그다지 긴장하거나 안타까워한 적이 없었다 - , 무슨 생각으로 도서관을 버리고 거리로 숨어드는 길을 택했는지 궁금하다. 아 물론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닌 줄은 알아. 그러나 세상에 별 미련이 없는 사람인 것도 맞으니까. 다 뿔뿔히 흩어지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당분간은 번호 구하는 일은 하지 못할 것인데, 그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살아 있는 이유가 이것으로 날아간 셈이라서. 실은 그가 죽으면 리스나 쇼 선까지는 굳이 위협당할 필요가 없다. 그리어도 (루트도 있는데) 핀치만을 콕 집어 위협적인 존재라 점찍고 계속 저지하려 했고.





ps - 이 드라마, 캐릭터 죽일 땐 정말 가차없다. 유언을 하고 죽을 수 있었던 캐릭터가 정말 손에 꼽는다. 지금 생각나는 것으로는 - 마크 스노우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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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F CC/Emily는 좀 독특한 느낌이다. 보면 볼수록 7시즌까지의 에피들 중 이만큼 몽환적인 느낌의 에피가 드문 것 같아. 나는 비견할 예를 찾지 못하고 있다. 명절 장식들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CC의 꿈 시퀀스랑 Emily의 티저... 기타등등.


하여간, plot이나 plot device는 정말 마음에 안 드는데도 그 톤이랑 멀더가 여기서 보여준 태도 때문에 저 기억 너머로 묻어둘 수가 없는 에피다. Memento Mori와의 연계 때문도 있고... 사실 MM의 직접적인 후속편은 Gethsemane/Redux I&II 연작이지만, 내겐 특정 스토리라인의 자리가 너무 커진 관계로 요새 MM은 CC/Emily랑 묶어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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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방송 속도를 따라잡은 POI 잡담 좀 덧붙여서.



도서관'팀'이 잘 자리잡았다고 기뻐했다가 9에서 멘붕. 3시즌에 들어서면서 이래저래 양상이 많이 달라져서, 4시즌에서는 캐릭터들에게 얼마나 더 가혹해질 심산인지 벌써부터 걱정된다-0-;


최근에 새로이 든 생각인데, POI에서도 희생되는 사람들은 선한 사람들이다. 조금은 네이선도 그렇고, 카터랑 도널리가 그렇지. 리스나 핀치는 innocent하지 않으니까. 카터나 도널리, 네이선은 player이긴 하지만 innocent한 사람들이고. (비교하자면 Grace는 아예 player가 아니다.)


그레이스가 다시 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루트가 그레이스의 존재를 알고 있어서 문제. 언제든 적으로 돌아설 수 있는 캐릭터가 상수패를 하나 쥐고 있는 셈이다. 핀치는 리스도 희생 못 시키는데 그레이스는 절대로 다치게 하지 못한다. 예전에야 그런 위기상태를 예상하고 이런저런 대비를 해두었다지만 지금은 players가 너무 많아져서 절대로 핀치가 모든 수를 내다볼 수가 없다.




내가 POI의 세계보다는 낙천적인 SG-1의 세계가 조금 편한 감이 있다. POI는 종말이 정해진 북유럽 신화의 세계 같아. 본인들도 인정한 바지만 그들은 borrowed time을 살고 있고 끝은 좋지 못할 거라 예상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스케일의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POI의 세계가 더 절박...하다기보다 절실해 보인다.





여튼... 3x15, 16, 17을 봐서 POI 진도를 따라잡았는데, 15는 비교적 오랜만의 정통(?!) POI 에피소드여서 좋았고 - 나는 이 드라마 mythology arc의 스토리라인은 대체로 좋아하진 않는다. 따라붙는 캐릭터들이야 좋지만, 너무 인공적인 느낌이라서.. 1시즌 초반에 설정놀음을 하지 않았기에 실은 계속 봤고, 그게 중요해진 이후에는 기둥줄거리가 characterisation하고 너무 밀접해져서 싫다고 대놓고 말을 못하게 되었다=0=;; - 16은 다른 건 다 제쳐놓고 델린저로 Neil Jackson이 나와줘서 다른 것은 안중에도 없을 만큼 좋았고(말이 그렇다는 거다. 2시즌에서 다 마무리한 줄 알았던 노트북 arc 더 해줘서 감탄했음. 그럼에도 아직 명쾌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다는 게 미칠 노릇이지만. 제작진들이 계산해서 떡밥을 깐다는 점은 다르지만 '일은 일을 벌여 마무리하고 질문에는 질문으로 답하는' 게 정말 XF 같아), 17은 루트의 에피여서 만세였다. 본인이 어떤 의미에서는 신세진(I mean, 친구의 시신을 수습해 제대로 묻어줘서 고맙다고 잊지 않겠다고 자기가 직접 말했다) 리스는 핀치의 애완동물 취급을 하면서, 쇼랑은 엄청 친근한 듯이 군다. 여기에 쇼가 진저리치는 것도 실은 재미있고. 같은 종자인데.;



17에피 초반부 호흡은 정말 죽인다. 에머슨이 로케이션 촬영을 버거워해서 기존 세팅이 지금의 모습으로 된 거라고 들었는데 실은 리스보다 핀치 비중이 더 늘었다^0^ 1시즌이 리스, 2시즌이 핀치의 이야기였다면 3시즌은 기계의 이야기가 될 모양인가 본데, 그 '자경단'의 존재는 그런 의미에서 이해는 된다. 스토리라인이 정말 여럿인데 직조하는 솜씨가 썩 괜찮다. 다만 시즌 말에만 가면 시청자들 멘붕이 심해지고, 시즌 피날레가 워낙 마무리!라고 도장을 쾅쾅 찍어주는 통에 앞질러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게 흠. 머리를 비우고 마음편히 느긋하게 보기에는 영 적절한 드라마가 아니다.





모 그래도 XF보단 낫긴 하지. 아직도 겟세마네의 멘붕은 믿을 수가 없어. 내가 대체 뭘 본 것인가 접수가 안됐던 것 같다. POI 3시즌 9에피도 반쯤 알고 봤기에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안 하던 트위터를 시작했을지도ㅡㅡa;; 하지만 그래도 The Crossing은 시즌 피날레도 아니었고 휴방기를 끼고 방영하지도 않았다! 지금도 겟세마네의 충격을 생각하면 원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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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샌 블로그를 정말 난잡하게 쓰고 있군. 생각을 정리할 겨를이 없으니 어쩔 수 없어.



Posted by Iphinoe

소사

카테고리 없음 2014. 3. 7. 21:00

POI 꿈을 꾸었다-0-


근데 리스는 안 나왔다; 그리고 (더 결정적으로는) 나도 없었다.;;



이거야 원.


Posted by Iphinoe

소사

afterwards/chitchat 2014. 1. 4. 01:10

퍼오인 3시즌 보기 시작했음.^^


퍼오인은 시즌별로 완성도도 높지만 이야기의 완결도도 높아서, 새 시즌 시작하기가 겁나는 점이 있는 드라마다;; 시즌 마지막에 떡밥 큰 거 폭발시키는 미드의 관습을 나름 이해가게 만들었달까. 그러고 보니 퍼오인 1시즌 파이널은 그런 예에 속하는군; 근데 왠지 그렇다는 기분이 별로 안 들어서...;;


여튼, 지금은 2에피소드까지 진행. 이전 시즌과 비교하여 현재까지의 가장 큰 특징은 팀플레이 같다. 도서관팀의 폐쇄성이 돋보였던 1&2시즌에 비하여, 드라마의 기본 설정이 재구성된 느낌이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들을 알고 있고, 자신들의 역할과 목적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 (쇼가 핀치의 뒤를 밟는 건 맥락이 다르니까.) 덕분에 이야기가 좀더 경제적이 되었고, 여러 사람이 각자 다른 공간에서 움직이니 역동적인 점도 있고... 다만 POI 1시즌에서 특정 요소 - 핀치와 리스의 관계의 (정서적) 폐쇄성 - 에 꽂혔던 사람이라면 어떻게 반응할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여기서 조이가 빠져 있는데, 바로 다음 에피가 Lady Killer니까 그것까지 마저 봐야지.^-^


무엇보다 카터나 퍼스코가 충실히 자기 역할을 해주면서 서로의 뒤도 지켜주려는 게 좋았다. 경찰서 쪽은 예전부터 도서관 쪽에 비해 지리한 느낌이 있었는데(나만 그런가) 이제 좀 안정된 느낌. 이전 시즌들에 비해 이 두 에피에는 일을 부탁하는 장면은 거의 안 나오고 일을 하는 장면만 나온다.


2화에 등장한 대립세력은 글쎄... 데시마 테크놀로지로는 불충분했던 거신가?! 비밀결사는 좀 그런데. 하지만 결국은 풀어내기 나름이니 아직은 좀 더 봐도 될 것 같고, POI도 대체로 게스트들이 좋은 편인데 이 에피에서 반전을 선사하는 악당(??) 역도 연기가 좋아서 그 얼척없는 대사가 그나마 그럴싸하게 들렸다.;


그리고 에이미 애커, b=_=d. 솔직히 에머슨보다 더 무서우심. 쇼는 아담한 키 탓도 있지만 뭔가 보들보들한 느낌인데, 이 언니는 정말 무서움. 정신병원 씬에서 곧 무슨 일 날 것 같은 분위기인 건 다 이 배우 덕이다.


Posted by Iphinoe

(3시즌을 볼 수 없어 욕구불만이라 쓰는 글. 3시즌 현재까지 내용 모름ㅠ_ㅠ)



POI는 강한 '언니들' 캐릭터가 많이 활보한다. 그 중에 미친 언니들(루트만 해도 입이 벌어졌는데 나중에는 쇼까지. 카라는 물론이고)이 좀 많긴 하지만, 내가 과문한 소치인지는 몰라도 카터만 해도 다른 데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고 - 게다가 그만한 비중으로는 - 조이 모건도 쿨하고 멋진 언니다.


근데 여기서 좀 재미있는 건, 과거의 여자들은 대개 수동적이고 '착한' 전통적 여성상인 반면 현재 시점에서 주인공들과 교감하고 interact하는 여성들은 다 '강한 언니들'이라는 거다. 재미있어. XF가 그랬듯 누구의 single mind가 뒤에서 작동하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하지만, 좀 웃긴다. 해서 실은 그레이스와 핀치의 삶이 앞으로 더 얽혀돌아가게 되면, 두 사람 사이에 그린 듯한 아름다운 이야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던가 하는 내용이 좀 더 있었으면 싶기도 하다. 제시카는 워낙 리스에게 있어 절대적이었던 존재라 그런 현실적인 존재로의 묘사가 좀 어려울 듯하고 위험도 더 크지만, 그레이스는 살아 있으니 핀치랑 계속 얽힐 여지가 있으니까. 그레이스에게 뒷얘기(내지 비밀)을 붙여달라는 게 아니라, 그 둘의 관계가 너무 이상적으로만 그려져서 현재로서는 그레이스가 거의 산(=실체가 있는) 사람 같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리스는 제시카랑 얽혀 있을 때만 해도 순수하고 순진한 면이 있는 셈이었지만 (실은 지금도 그렇다. 타고난 성격인듯) 핀치는 완전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애초에 그레이스가 loner라는 점 때문에 접근해볼 마음을 냈으니까, 두 사람의 관계가 그렇게 순백으로만 그려지는 게 좀... 웃긴다. 아무 것도 모르고 shell 속에서 보호받는 입장의 여자가 하나 정도 있는 것은 시비걸고 싶지 않지만, 주인공들의 과거에 유일했던 연인들이 둘 다 그런 캐릭터라면 좀 불쾌한 맛이 나서 말이지. 제시카의 경우는 리스에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고 목적이었으니 끝간 데 없이 미화된다 하여도 이해하겠지만, 그레이스까지 그러니까 좀 삐딱해지고 싶어진다.



이거 vent로군;;;;;;;;;; 3시즌 3에피가 Lady Killer라니까 생각이 나서.;;;;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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