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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윙 1시즌은 말재주 많이 부리는 이 시리즈에서도 특히 유치한 조크가 많은 편인데, 너무 심각할까봐 걱정해서들 그랬을 것이다. 풋 하고 웃음 나오는 것도 있고 진짜 빵 터지는 것도 있는데, 이건 그런 1시즌 초반부에서도 튀는 농담.


배경은 이렇다. 의원 한 명이 건수 하나를 잡고는 스캔들을 터뜨릴 목적으로 기자들을 불러다 놓고 백악관 직원들 중 1/3은 습관적으로 약을 하고 있다고 덥석 충격발언을 한다. 당연히 기자들이 신이 나서 CJ를 물고 늘어질 것이니까 대응책을 논의하러 senior staff들이 비서실장실로 모이는데, 이게 조쉬가 들어오면서 친 농담. 뒤에 반응샷은 잘랐는데 맨디만 빼고 다들 - 심지어 리오까지 - 웃는다.


익스플로러상에서는 자동재생. 아래 음악도 익스플로러상에서는 자동재생이라 일단 한번 접었다. 아래 거 끄고 켜세요^^ 번거로워서 죄송.



클릭


Josh: 안녕! 방에 백악관 직원이 다섯 분 계시네. 그중 약에 취해 있을 1.6명한테 내가 하고픈 말은 - 이제 나눌 시간이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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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phinoe

자투리 둘

our town 2009. 10. 11. 15:37

  1-2년쯤 된 팬픽 소재 둘.



  1. 'Law & Order: 범죄의 의도'와 엑스파일의 크로스오버. 멋있지 않냐!! 사실 둘은 구도가 굉장히 비슷하다. 직관이 앞서고 어딘가 핀트가 어긋난 남자 파트너와 똘똘하고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여자 파트너. 남자 쪽은 키가 크고(멀더는 거구는 아니지만) 여자는 체구는 작지만 다부진 느낌을 주는 것도 유사하다. 참고를 안 했다면 솔직히 내 손에 장을...;; 게다가 먼치(John Munch. Homicide에 있다가 Law&Order:SVU로 간 캐릭터. Homicide 시절 캐릭터로 엑스파일에 에피소드에 게스트로 나온 적이 있다)가 양쪽 세계를 이어주고 있으니 그리 뜬금없지도 않다.


  스컬리-이임스야 일로 얽히면 바로 좋은 동료 관계가 될 것이고 (솔직히 이 구도는 여자동료들끼리 남자동료들 뒷담만 해도 재밌을 듯), 이 구도는 남자들이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화학작용이 썩 재밌을 것 같다. 멀더나 고렌이나 다 자기 영역에 민감한 수컷 기질들이 있어서... 그리고 용의자(=탐구대상)로서라면 몰라도 같이 일해야 하는 입장에선 고렌이 멀더의 황당한 소리들을 못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은근히 든다.


  문제는 L&O:CI는 (겨우) 2001년에 시작했다는 것. XF는 9시즌이었을 시기인데 이러면 도저히 시공간을 왜곡하지 않고는 끼워넣을 도리가 없다. 멀더가 더 이상 FBI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난 민간인 멀더 - 형사 고렌 그런 interaction은 싫어서. 아예 민간인들 사이에서 뛰는 거라면 모르지만 수사관들 사이에 있으면 멀더의 제한된 위치가 더 부각되어 보이니까.



  2. 예전에 - 이건 좀 더 됐다 - 웨스트윙과 엑스파일의 크로스오버도 재밌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특히 조쉬가 등장하면. 멀더와 조쉬는 붙여놓으면 불꽃이 튈 조합이라고 늘 생각했었다. 둘 다 입씨름 좋아하고 지기 싫어하고, 말발 세고 논리운용에 강한 데다 성격이 세면서도 여리다. 게다가 조쉬는 또 스컬리에게는 쉽게 호감을 가질 것이니까 (똑똑한 여자 좋아한다). 멀더는 자기도 연방정부 공무원인 주제에 힘 있는 자들에게는 의혹과 반항의 태도로 일관하는 녀석이니까 조쉬와는 당연히 사이가 좋을 리가 없다. 게다가 조쉬나 멀더나 기본적으로는 'cut the crap and get to the bottom of it'의 태도라서 외계인 얘기가 나오면 불꽃깨나 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마주치면 십중팔구 다나가 멀더에게 호기심의 눈빛을 보낼 것 같은데 조쉬는 그러면 항상 싫어한다.^^



  둘 다 깊이 생각할 필요 없이 떠오르는 소재들이라 분명히 어딘가에 올라와 있을 것 같은데 아직 발견을 못했다. 찾으신 분 계시면 연락 좀..(__);





  찾긴 찾았다. 검색의 문제였구나. 사람은 역시 참 다양하다.; 세상에 Skinner/Josh의 조합이 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을... 목욕재계하고 읽어야 하는 것인가 OTL



Posted by Iphinoe

  웨스트윙 4시즌을 본격적으로 보았고, 2-3시즌은 드문드문 보고, 5-6시즌은 에피소드 가이드로 채우고 7시즌은 존 스펜서가 출연했던 때까지만 보고 1시즌을 매우 느리게 보고 있는 나로서는 모든 시즌을 다 뒤섞어 캐릭터에 대한 인상을 형성했던 것 같다.


  여기 희생자가 된 게 아무래도 샘 시본이지 싶은 것이, 나는 이 친구가 퇴장하던 시즌부터 제대로 보기 시작했던 것이다-0-; 따라서 나는 윌 베일리에 대해 상당히 빠르게 애정을 형성했고 (워낙이 아무때나 유머를 던져대는 geek스러운 똑똑한 캐릭터에 약하지 - 누구 떠오르시남요^ㅇ^), 그 캐릭터가 6시즌에서 맡은 역할에 많이 아쉬워했다. 반대로 샘 시본은 내게는 떠날 예정이었던 사람으로서 그 이전 시즌까지도 다소는 그렇게 돌아보게 된 감이 있다. 물론 나도 변명거리는 있다. 샘의 퇴장은 굉장히 길게 그려졌었다!! 그리고 웨스트윙은 이 시즌 저 시즌을 섞어서 섭렵한 탓에 내가 스포일러에 굉장히 관대했고, 따라서 세트 뒷이야기들도 이것저것 주워들었었다. 그 와중에 롭 로우가 떠나고 싶어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 그 정보가 이 드라마에서의 샘 캐릭터의 원래 비중과 퇴장 사유에 대해서까지 완벽한 정리를 한 탓에 1-3시즌의 샘 시본까지 그 아우라 아래에서 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난 오랫동안 내가 샘 시본에 대해서는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캐릭터 프로필을 이것저것 찾아보다 샘에 대해 내가 사전에 주워들은 정보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샘이 이상주의자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우 정치적인 사람이라는 얘기였다. 후자를 먼저 들었는데 공교롭게도 파일럿의 샘의 첫 대사가 후자에 가까웠던 터라 나는 후자를 앞서 기억했다. 그래서 내가 편견을 갖고 시본을 보고 있나 하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입장이고 (그리고 아마도 그게 사실일 것이다) 해서 샘에 대해서는 별로 판단하지 않으려는 편이었다. 게다가 1시즌 전반부의 샘은 매우 열성적인 이상주의자였으니까, 샘의 그런 면모를 사랑하는 팬들의 존재에 대해 딱히 할 말이 없기도 했다.


  사실 저렇게 말하면 반쯤 거짓말이다. 판단하지 않았냐 하면 실제로는 판단을 했으니까. 전에도 얘기했듯이 드라마 뒷사정에 대해 알게 되면 그게 픽션적 진실하고 뒤섞이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게 잘하는 짓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일단 알게 되면 피해갈 수가 없는 것이다. 두 층위의 현실이 분리가 잘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해서 나는 1-3시즌에서 노골적으로 수없이 변주되는 '샘 이상주의자'의 캐릭터플레이를 반쯤은 유리되어 뜨악한 기분으로 바라보았던 것 같다. 샘 시본이 싫다는 건 아니고 몰입이 되지 않았다는 정도인데, 주로 뜨악함은 샘의 그 이상주의가 너무도 고상하게 그려질 때 나왔다.


  요새 1시즌 14에피 Take the Sabbath Day를 하고 있다. 이 에피는 사형제도와 권력분립의 주제를 엮어서 다룬다. 연방대법원에서 연방법원을 통해 올라온 사형수의 상고 요청을 기각하자, 이 사형수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들 중의 하나가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샘에게 금요일 밤에 급히 연락을 취해서는 대통령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한다. 연방 죄수의 최종 사면권은 대통령이 쥐고 있으므로, 대통령은 사형이 예정된 48시간 안에 이를 중지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샘은 주말에 휴가를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 친구를 잠깐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토비에게 뒷일을 부탁하려 한다. 그런데 그 친구가 토비의 소재를 자꾸 캐묻자, 샘은 토비가 다음날 아침에 어디 있을 것인가를 말해버린다.


  나중에 토비가 샘에게 이 일을 추궁하는데, 샘은 이 이슈를 문제의 중대함과 옳고 그름을 논박함으로써 피해가려고 한다. 이게 내가 싫어하는 전형적인 패턴인데, 변명을 윤리적인 문제로 돌려버리는 것이다. 아주 간단히 말해서 목적이 옳으니 방법이 옳진 않아도 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런 자기 확신의 면모가 샘 시본의 캐릭터에서 간간이 보인다. 로리를 대하는 데서도 전형적으로 나타나지("You are trying to reform her(Josh)/me(Laurie)"). 윤리적인 문제와 방법상의 윤리의 문제는 같은 게 아닌데 드라마에서는 이런 샘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구석이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언급으로 보아 알 수 있듯 난 그런 거 싫어한다.^^ (어쩌면 비슷한 방식의 화법을 구사해서인지도.)


  여기서 샘은 앞서 말한 대로 사과를 피해가다 결국 '어쩐지 그 순간에는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고 실토하는데, 그 말에 토비는 "Okay." 하고 화제를 거기서 접는다. 분위기는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안하겠다는 톤이었다.


  물론 이건 내 편견이 먼저 베이스를 깔아놓고 그 위에서 맘에 드는 사실을 취사선택한 경향이 없지 않다. 애초에 샘 시본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유보적인 감정이었기 때문에 이 캐릭터를 묘사하는 드라마의 방식에서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을 찾아내고는 유레카를 외친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리되지 않는 얘기를 정리해서 쓰려니 머리에 쥐가 나네ㅇ_ㅇ;; 원래 하려던 이야기는, 가장 주인공스럽고 관객의 애정을 담보할 인물로 제시되었던 샘의 캐릭터가 드라마에서 빠진 것이 다른 캐릭터들에 끼친 영향에 대한 거였는데. 하긴 TWW 이야기는 하고 싶은 말은 분명한데 늘 잘 안 나오는 쪽이었다.


Posted by Iphinoe

소사

카테고리 없음 2009. 1. 5. 15:15

  1.   인터넷에 글을 쓸 때 애매한 것 중 하나는 포지셔닝이다. 아마 내 자신이 스스로의 위치를 애매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도 크게 작용할 텐데, 가끔은 어디까지, 어디서부터 글을 써야 할지 정리가 안 될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애초에 글을 두 버전으로 쓸까 하는 생각도 있는데, 그런다 해도 실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머뭇거리게 되는 것 같다.


  8이 뛰어나고 2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는 책에 대해 리뷰할 때 2에 집중하게 되는 것은 실은 안타까움에 그 원인이 있다. 하지만 계산을 정확히 하자면 리뷰에서의 분량도 8:2로 맞춰주는 것이 옳은 일이다. 그렇다 보니 글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쉽지 않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그건 해결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부차적인 것으로 보고.



  하지만 정말이지, 타이밍 죽인다. If it's some sort of a cosmic joke, I don't appreciate it. At all.




  2.   르 귄의 소설을 읽으면서 난감하게 느끼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문체다. 르 귄은 신기하게도 우리말로 번역되면 문체가 부드러워지는 것 같다. 이건 번역자가 누구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서, 그게 신기한 점이다. 이윤기 씨가 번역한 에코처럼 번역자 자신의 개성이 반영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일 수 있다는 얘기. 원문으로 읽으면 담담한 문체인 것이 번역으로는 동화스럽기도 하고 (바람의 열두 가지 방향에 실린 몇 단편에 쓰인 존대어 쵝오=_=d), 전체적으로 더 부드럽다. 원문은 대체적으로 건조한 스타일인 것 같은데.


  난 그게 르 귄의 소설 면면에 흐르는 강한 우화성 때문이 아닌가 하는데 아직 확신은 가지 않는다.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




  3.   작년부터 눈치채 가고 있었지만 올해 들어 확신하게 된 사실이 있으니... 유머가 없으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싱거운 유머라면 더더욱 좋다. 한국 드라마를 잘 안 보게 되는 것도 8할은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미국 드라마도 유머가 아예 거세될 거라면 정말 아주아주아주 잘 만들어야 한다. Carnivale 보다가 포기한 것도 결국은 유머의 부재 때문이었던가 생각하게 된다... 아니, 그 황량한 잿빛에 숨막힐 것 같기도 했다구.


  난 deadpan humour라 불리는 시치미 뚝 떼고 하는 유머에 약한데, 그런 것치고는 또 노골적인 말장난에도 약하다. 이 두 가지가 다 초특급인 드라마는 웨스트윙인데, 여긴 또 시니컬한 조크도 일품이라, 역시 나한테는 보고 있으면 재치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 그러려면 몇 가지 눈감아야 하는 요소가 있지만, 이 드라마를 한 회 한 회 보면서 내가 킬킬거리는 빈도를 생각할 때 그 정도는 지불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엑스파일을 매우 진지하게 보았던 기억이다.; 역시 이 드라마는 내 성향에 매우 일치하는 듯하면서도 모든 걸 일탈하는 구석이 있다. (모든 화제가 엑스파일로 귀결된다 - 전형적인 팬 증상.)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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