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x Krycek'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8.11.17 산도발과 크라이첵
  2. 2007.04.21 혼란
  3. 2007.04.14 결속
  4. 2007.04.10 "He is angry, yes." + original plan?

산도발과 크라이첵

our town 2008. 11. 17. 13:05




  Earth: Final Conflict 4시즌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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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내가 Earth: Final Conflict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전적으로 산도발 때문일 것이다. 원래도 모순된 캐릭터들이 흥미를 끌었거니와, 우연히 지나가다 마주친 4시즌의 한 에피소드에서 산도발이 굉장히 크라이첵 과로 보였기 때문이다. 크라이첵은 처음에 성우 때문에 내 눈길을 끌었고 (사람의 취향이 그렇게나 일관된 것일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그 다음에는 그 캐릭터의 단호함과 모호함이 나머지를 채워준 케이스인데, 나는 그의 driving force, 즉 그가 움직이는 동기가 불분명하다는 것 때문에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었다. 내가 보기에 그는 이기적인 캐릭터가 아니었고, 그 자신만의 생존을 노리고 움직이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가진 정보의 전모가 전면에 드러난 적이 한 번도 없고, 따라서 겉보기에 양쪽 진영을 모두 오가며 상황에 따라 말바꾸기를 비굴할 만큼 쉽게 하는 모습에 걸맞는 논리를 찾기가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EFC의 로널드 산도발은 이 시리즈에서 가장 명백한 악역 중 하나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는 2-4시즌까지 시리즈의 명실상부한 메인 악당이었던 조올Zo'or을 능가하는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조올이 인류에 대해 행하는 사악한 짓은 일견 나 또는 우리가 아닌 남에 대한 것이지만, 산도발이 조올의 행동대장으로서 그걸 돕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에 반하는 행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외계인인 Taelon들의 경호원이자 조력자들(Protectors)은 그런 윤리적 판단을 무력화시키고 오로지 Taelon에 대한 충성심만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장치를 머리에 이식하고 있으므로, 따지고 보면 그게 전적으로 그의 잘못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산도발이 조올을 돕는 데 있어 유독 철저했고 그 과정에서 그 스스로의 권력욕이 단 한 번도 경시된 적이 없기 때문에, 그의 가혹함이 유달리 돋보였던 것이다.


  그 구도가 일탈하기 시작하는 게 4시즌 후반부이다. 테일런이 인류를 돕는 척하면서 뒤에서 착취하고 있는 진정한 이유가 밝혀지면서 조올은 단순한 인류의 적이 아니라, 테일런과 인간 모두를 버리고 혼자 살아남으려는 이기적인 존재로 자리매김을 한다. 테일런은 단순히 자리디언이라는 적과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 에너지 소스의 부족으로 인해 멸망할 위기에 처해 있었고, 조올은 인류를 통해 존속의 희망을 찾으려는 테일런 의회의 노력을 이용해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고 있었다. 그는 사라지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산도발의 비밀이 밝혀지는 것은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인데, 이 시리즈의 주인공이 (당연하게도) 산도발이 아닌 고로 자세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 이래서 팬픽 쓰는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것이겠다.^^ 그러나 밑그림은 주어진다. Companion Protector로서 머릿속에 이식했던 문제의 장치가 고장나면서 자신이 해온 일의 진정한 의미와 결과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된 산도발이 - 그리고 인류와 테일런 양쪽에 대해 숱한 음모를 획책해 온 조올의 오른팔인 그가 모든 진실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 테일런들을 등뒤에서 배반하여 그들과 전쟁 중인 적 자리디언들과 손을 잡고는 상당한 기간 동안 이중 스파이 노릇을 해왔던 것이다.


  이 정도 되면, 내가 왜 크라이첵과라고 했는지 이해할 것이다. 테일런은 인간들을 이용하고 있었고 조올은 그런 테일런들의 노력까지 이용할 마음이 있었으며 산도발은 테일런에 대해 무조건적인 헌신과 충성을 세뇌시키는 장치를 이식받아 그런 조올의 음모를 전적으로 돕고 있었다. 그러다 테일런들의 본질을 깨닫고는, 그동안 해온 일을 바로잡으려 노력한다. 다 좋다. 그런데 이 자가 취한 해결 방식이 지극히 자기중심적인데다 근시안적이어서, 그 점이 재미있달까 흥미있달까 그러했다.


  산도발이 취한 액션을 보자. 그는 우선 지구정부와 접촉해서 사면권과 금전적 보상을 얻는 대가로 테일런들의 진실을 알리고자 했다. 그러나 자신의 진의를 사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모종의 배신감에 사로잡힌 것 같다. 이 계획이 불발되자 한 발 더 나아가 테일런들의 적인 자리디언과 뒷거래를 한다. 테일런들을 멸망시키고 나면 지구의 지배권을 넘겨달라는 것이다. 당연한 결과지만 그는 배신당하고 테일런과 인류는 함께 공멸의 위기까지 몰린다. 그럼 대안은 없었느냐? 있었다. 윤리의식이 모호하긴 하나 상황에 따라 손잡을 수 있는 좀 더 나은 테일런도 있었고, 활동 중인 저항 조직도 지구에 있었지만, 산도발 역시 다른 사람의 선의를 쉽게 믿지 못하고, 거기다 저항 조직의 능력을 의심한 터라 그는 자기 보기에 빠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뼛속까지 악당이라 선한 일을 하고자 하는데 방법까지 글러먹었다, 너무 재미나다.


  확실히, 테일런들에 대해 무조건적인 충성을 담보하게 하는 그 장치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이후의 산도발은 여러 측면에서 크라이첵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산도발과 크라이첵을 같이 놓고 보다 보니, 크라이첵의 선의에 대해 믿고는 싶었지만 그다지 확신이 없었던 내 그동안의 숙제에 서광이 비치는 것도 같다.^^


  크라이첵에게는 권력욕이 없다. 산도발이 궁극적으로 괴물이 되는 것은 그가 문제의 기계장치를 이식하고 저지른 짓들의 사악함 때문이 아니라, 그 장치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이 그동안 무슨 짓을 해왔는지 깨닫고서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취한 방식이 너무나 엇나갔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본인이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으나 - 자기파괴적인 성향이야 없더라도 에고가 강한 인물이긴 하다 - 그렇다 해도 이미 그 시점에 이르러 그것밖에 대안이 생각나지 않았다는 것은, 그리고 거기 지구의 지배권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건 이 캐릭터가 이미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다는 얘기인 것...ㅡㅡ; 5시즌은 보지 않았지만 5시즌의 산도발이 이미 제정신을 가진 캐릭터가 아니었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긴 5시즌에 이르러서는 시리즈 자체가 미친 상태였지만.


  하고자 하는 말이 내 안에서도 그다지 분명했던 것이 아니라 중언부연한 느낌이긴 한데, 어쨌든 이걸로 끗ㅡㅡ;







  P.S. 드라마 자체에 대한 첨언. 사실 그다지 좋아하는 시리즈도 흥미있어하는 시리즈도 아니었다만, 설정이나 산도발의 캐릭터 같이 당기는 요소들이 몇몇 있었다. 각 에피소드가 재미있다기보다는 전체 설정과 캐릭터 설정에서 보이는 가능성이 매력적이어서 관심을 가졌던 편이다. 그 가능성을 시리즈가 120% 다루어주진 않았기에 그 점이 아쉬웠으나, 전체적으로 B급 SF였던 터라 할 수 있는 한은 했다는 생각이다. 5시즌은 제외. 거긴 총체적 난국에 드라마에 대한 추억마저 (있었다면) 망쳤을 재앙이었다. 엑스파일 8-9시즌은 사실 여기 대면 명함도 못내민다.
  이 드라마는 주연급이 자주 교체된 편인데, 나는 르네 팔머 Renee Palmer, 리암 킨케이드 Liam Kincaid, 조올 Zo'or, 다안 Da'an, 로널드 산도발 Ronald Sandoval이 메인급이던 3-4시즌에 제일 익숙해 있다. 따뜻하고 넓은 마음씨의 휴머니스트 분 Boone 요원을 사랑하는 코어팬들의 존재는 알고 있지만, 정작 나는 분 요원을 잘 모른다. 내게 이 시리즈의 여주인공은 (릴리가 아니라) 르네이고, 남주인공은 모르겠다. 산도발은 전 시즌 출연한 유일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나도 양심이 있지 주인공이라 부를 수는 없고, 리암에 대해서는 좀 유보적이다.




  P.S. II.  쓰긴 했는데, 이 시리즈에 대해 관심가지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E 채널에서 방송은 했었다.


Posted by Iphinoe

혼란

our town 2007. 4. 21. 08:11

  8, 9시즌을 거친 지금에 와서도 mythology 줄거리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 불쑥 솟아오르곤 합니다. 대개는 궁금증이죠. 구멍이 송송 뚫린 플롯을 대하고 있자니 스스로 그 간극을 메꿔주고 싶어지는 게... 아마도 당연하겠지요....-_-;;


  어제 생각해봤던 건 바로 크라이첵의 머릿속에 든 '생각'입니다. 물론 하루이틀 품어온 의문은 아니었지만, 본격적으로 끄집어내본 건 얼마 안 된 것 같네요.


  멀더의 신념에 대해서는 드라마가 내내 설명해줬을뿐더러 시험대에 세우기도 수차례 했고, 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CSM에 대해서도 대립의 각을 세우기 위해 그만한 투자가 있었지만, 크라이첵은 mythology episode 내에서도 그만큼 대접받은 존재는 아니잖아요^-^ 뭐랄까, 기능적 존재에 더 가까웠으니까요.


  전 크라이첵이 순전히 자기 이득만을 보고 행동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를 움직인 동인(動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이 서지 않습니다. 크라이첵이 선택한 방식에 대해서는 납득이 가는데, 크라이첵이 정한 노선을 뒷받침하는 그 생각에 대해서는 아직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 열정이 이기심의 발로가 아니었다는 걸 믿고는 있는데 이유까지는 알 수가 없다보니, 크라이첵 편애(??) 모드인 사람이라 그 자리에 있지 않은 걸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요. ^-^;;


  요새 '사실'이란 어떤 것인가? 라는 문제제기에서부터 믿음의 문제, 믿는 방식의 문제에까지 나아가는 책을 보고 있어서 그런지, 누구 말마따나 이런 '생산적이지 못한' 의문도 왠지 정당화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런데, 정말로, 여러분들께서는 알렉스 크라이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2004. 01. 17)


Posted by Iphinoe

결속

our town 2007. 4. 14. 19:53

  크라이첵과 마리타의 결속은 어떤 것이었을까?


  멀더와 스컬리처럼 신뢰에 바탕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열정만이 둘을 맺어준 매개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러기엔 둘 다 지나치게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던 사람들이다.


  Requiem에서 둘이 공유하는 건 증오지만, 그건 절대 전부가 될 수 없다. 마리타는 제쳐두고라도 우선 크라이첵이, 누군가에 대한 증오에 몰두해 그걸로 움직이기에는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나쁜 뜻이 아니다)이니까.



  (2003. 02. 25)


Posted by Iphinoe

  오늘 Trevor와 크라이첵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다.


  그는 크라이첵을 '자기 이익을 쫓아 움직이는 남자'로 보고 있었지만, greedy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썼다가 바로 취소했다.)


  그리고 나서 그가 생각해낸 단어가 저거였다.


  "I think he's angry, yes."


  'angry at what?'이라고 물어보진 않았지만^-^ (난 꽤 착하다 ;-)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우린 함께 웃었다. 그 단어가 너무도 적절해서다.



  (2003. 0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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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이첵은 언제쯤 권력협회의 눈에 들어 발탁(?)되었을까? FBI에 들어오기 전일까 후일까? 연수원 시절일까 아예 그 이전일까?


  마지막 가정을 따라가 본다면, 크라이첵의 FBI 입사(?) 자체가 권력협회의 계획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멀더 하나 감시하자고 그런 수고를 할 사람들이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겠지) 보면, 당시 권력협회는 크라이첵을 자신들의 수하이자 앞잡이보다는 더 많은 쓸모를 지닌 인물로 보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훗날 제프리 스펜더에게 맡기려고 했던 역할 (뒤에서 선을 대줘서 고위직까지 승진시키는 것. 어쩌면 블레빈스도 그런 경우였을지 모른다) 이 원래 크라이첵을 위해 예정되어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연수원 시절에 발탁된 것과 FBI에 들어온 뒤에 발탁된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크라이첵이 FBI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게 자기 의사였느냐 권력협회의 뜻이었느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 (스토리상으로는 아니지만.)


  멀더나 스컬리에 비해 한참 green FBI로 보이는 것도 그렇고, 여러 모로 sleepless의 그는 멀더보다 한참 연배가 떨어지는 후배로 그려진다. 그러니까 FBI 이전에 달리 쌓을 만한 경력이 없었을 거라는 얘기고, 이건 내가 생각한 가정과도 맞아떨어진다. 도겟처럼 경찰이나 해병대 경력이 있었다면 아무리 파기하려고 애쓴다 해도 어딘가는 자료가 있어야 마땅하니까. (CGB 스펜더의 기록도 찾아내는 마당에 론건맨이 크라이첵의 기록이 있기만 하다면 못 찾아냈을 리 없다.)


  Yes, he must have become angry at some point....



  (2003. 03. 16)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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