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는 위키피디아.



Kate Fansler mysteries:


-- In The Last Analysis (1964)
-- The James Joyce Murder (1967)
-- Poetic Justice (1970)
-- The Theban Mysteries (1971)
-- The Question of Max (1976)
-- Death in a Tenured Position (1981, Nero Award winner)
-- Sweet Death, Kind Death (1984)
-- No Word From Winifred (1986)
-- A Trap for Fools (1989)
-- The Players Come Again (1990)
-- An Imperfect Spy (1995)
-- The Collected Stories (1997) - most are for Kate Fansler, but not all.
-- The Puzzled Heart (1998)
-- Honest Doubt (2000)
-- The Edge of Doom (2002)


Posted by Iphinoe

  아만다 크로스의 단편집이 있길래 몇 달 전에 사두었다가 오늘 소개글과 첫 번째 단편을 읽었다. 작품은 크로스의 스타일 그대로였고, 소개글을 통해 들은 작가의 목소리는, 글쎄 살아 있었다면 한 번쯤 만나 보고는 싶지만 막상 만나면 다쳐서 올지도 모르는 유형의 사람이었던 것 같다.^^


  예전에 팬슬러 시리즈는 케이트 팬슬러의 개성을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썼었는데, 그 때는 그게 얼마나 정확한 말인지 몰랐었다. 오늘 보니 크로스 본인이 아예 이렇게 썼구나. "...I thought these stories might be of interest to some readers who had found themselves attracted to Kate Fansler and the life she leads and has led."





  방금 말야, 위 영문에서 딱 한 글자 오타를 냈다. 탈자가 있었다. 그게 빠지니 문장이 이렇게 되더라: "...I thought these stories might be of interest to some readers who had found themselves attracted to Kate Fansler and the lie she leads and has led."뭐 꼭 문법적으로 맞는 표현이라는 건 아니지만, 그렇더라는 거다.^^


Posted by Iphinoe

  'In the Last Analysis(1964)'는 Amanda Cross의 데뷔작으로, 그의 탐정인 Kate Fansler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완역본이 출간된 적은 없고, 고려원에서 93년 출판된 '세계 여성작가 서스펜스 걸작선'을 통해 작품 일부를 접할 수 있습니다.


  Amanda Cross의 본명은 Carolyn G. Heilbrun으로, 콜롬비아 대학에 오래 몸담은 영문학 교수입니다. 추리소설을 쓰기 위해 선택한 필명이 아만다 크로스였고요. 1960년대만 하더라도 아카데믹한 환경에 종사하는 사람이 추리소설을 쓴다는 것이 안 좋게 비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필명을 통해 익명으로 남으려 했다고 하더군요. 작가가 누구인지는 한 팬이 저작권 등록에 대한 기록을 추적하면서 알려졌다고 합니다. 교수직으로부터는 93년에 은퇴했고, 2003년에 사망했습니다. 아만다 크로스의 장편은 모두 14편으로, 전부 케이트 팬슬러가 아마추어 탐정으로 등장하는 추리소설입니다.


  작품 세계는 작가가 익숙한 환경들에 주력하는 것 같습니다. 케이트 팬슬러의 캐릭터부터 뉴욕의 한 대학 영문학 교수라는 점에서 작가와 유사하고, 영문학에 대한 또는 그와 관련된 언급이 무시로 등장하며, 그가 민감하게 느끼고 평생 정치적으로 발언해 온 페미니즘의 이슈가 작품 구석구석에 깃들어 있습니다.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Death in a Tenured Position'은 아예 그 주제에 천착한 작품이고, 다른 작품들에도 여성주의적 고찰의 흔적은 곳곳에 배어 있지요.


  데뷔작인 'In the Last Analysis'는 60년대만 해도 비교적 낯선 소재였던 정신분석/정신치료를 가져왔습니다. 뉴욕의 한 대학 교수인 케이트 팬슬러는 자기 학생인 재닛 해리슨이 믿을 만한 정신과의를 추천해 달라 부탁해 왔을 때 절친한 벗이고 명성 있는 정신과의인 이마뉴엘 바우어를 소개해 줍니다. 그리고 7주 뒤 재닛 해리슨은 바우어의 진료실 소파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죠. 바우어는 자연스럽게 용의자로 떠오르고, 모종의 책임감을 느낀 케이트는 이 사건을 해결하는 일에 뛰어듭니다. 그는 전부터 알고 지내 왔고 개인적인 일로 자신에게 빚을 지기도 한 지방검사실의 리드 암허스트를 통해 경찰 쪽의 동향을 얻고, 사건 조사를 위해 조수로 고용한 제리가 물어오는 정보를 그 스스로 알아낸 사실과 더해 사건을 풀어나갑니다. 아마추어 탐정으로 움직이는 만큼 사건의 수사는 법정에 내놓을 수 있는 증거보다는 손에 들어온 것들을 엮어내는 케이트의 직관력과 상상력에 의존하여 풀려가는데요, 기회와 수단의 요소가 모두 바우어 의사에게 불리했기 때문에 일차적으로는 이 문제가 커 보이지만, 나중에는 이야기의 중심이 기회&수단으로부터 동기로 옮겨가면서 주변 인물이었던 사람 하나가 서서히 중요한 존재로 부각됩니다.


  발표된 이듬해 에드가 상의 Best First Mystery 부문 후보작입니다만, 빼어나긴 해도 사실 이 소설이 만장일치로 추리소설 독자들의 감탄을 살 만하다 싶은 구석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사건은 센세이셔널하지만 그 자체로 매혹적이지는 않으며, 플롯이 특별하다거나 범인이 특별하다거나 하진 않아요. 확실히 의외기는 하지만. 묵직한 사회적 함의가 있다거나 하지도 않지요. 이 이야기를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느냐 아니냐의 여부는 등장인물의 성격, 작가의 문체나 개인적 성향 등의 개성이 취향에 맞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제 제한된 지식 내에서 감히 말한다면, 아만다 크로스가 추리소설계에 한 기여는 상당 부분 케이트 팬슬러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그리고 추리소설계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아 온 여성주의 이슈에 대한 주목이라는 점에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는 확실히 'Death in a Tenured Position'이 가장 탁월하지요. 그러므로 이 소설은 팬슬러에 대한 워밍업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안 좋은 평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드는데요, 잘 써진 좋은 소설이고 전 엄청 좋았어요.^^)


  이 책에 대한 나머지 이야기는 좀 다른 방향으로 나가게 되는데, 그건 전적으로 고려원의 '세계 여성작가 서스펜스 걸작선' 때문입니다. 전 팬슬러의 첫 번째 활약상을 이 발췌본으로 먼저 읽고 그 다음에 원작을 구해 읽었는데, 덕분에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전 이런 화제를 간단히 부르려고 '정보전달의 문제'라 이름붙였습다만, 아마도 이 이슈가 학문적으로 연구되는 분야들에서는 - 기호학이나 문학이론 같은 - 정의가 명확한 전문용어가 있겠지요.


  고려원의 발췌본은 짤막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모두 1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15장부터 다루고 있습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앞뒤로 붙어 있어요. 쓸데없이 낭비할 시간이 있던고로 15장부터 일대일 대조를 해봤는데, 주로 대화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후반부 스토리에 호흡을 주기 위해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반응을 번역자가 덧칠해 넣은 것을 제외하면 내용 추가는 따로 없었습니다. 약간의 윤색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대로 번역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상황이 이러하니, 고려원의 발췌본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부분에 이르면 등장인물들은 이미 사건을 중반 정도 겪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바쁜 사람들이라 자기들이 이미 아는 정보를 구구절절히 다시 설명하지 않아요. 특히 케이트의 정신없는 화법은 다른 등장인물들에게도 따라가기 힘든 수준이라, 이따금 다른 캐릭터들이 불평을 토로할 정도지요.


  따라서 이 발췌본의 미스테리이자 독자들이 풀어야 할 수수께끼는 범인이 누구인가 (어차피 독자들이 푼다는 것은 불가능한) 보다, 사건 그 자체가 무엇인가입니다. 좋은 예가 하나 있군요. 정신과 의사 이마뉴엘 바우어가 경찰 눈에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낙점된 것은 피살자 재닛 해리슨이 바우어 가족이 사는 집에 있는 이마뉴엘의 진료실에서, 그것도 소파에 누운 채 살해되었기 때문입니다. 살해 도구는 바우어 가의 부엌에서 가져온 칼이었지요. 동기만 분명했다면 이마뉴엘은 그 즉시 체포되었을 거라고, 담당자는 아니지만 케이트 때문에 사건에 관여하게 된 지방검사 리드가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피살 장소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그런데 고려원 발췌본을 보면 이 정보가 얼마나 지나서야 나올까요? 3분의 1은 지나서입니다.


  소설에서의 정보 처리, 정보 전달 과정은 꽤 흥미로운 주제인데요, 추리소설에서는 당연한 이유로^^ 이 부분이 더 흥미로워지는 경우가 상당한 것 같습니다. (노파심에 덧붙이면, 이는 흔히 서술트릭이라 불리는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저는 이 주제에 비교적 꾸준히 관심이 있는 편인데, 한 편의 소설에서 앞 4분의 3 좀 넘는 분량이 통째로 잘려나가자 어떤 일이 생기는지 볼 수 있었던 것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아만다 크로스가 쓴 대로의 수사담은 사건이 일어난 시점에서부터 시작해, 정석적으로 수사의 과정을 밟아갑니다. 케이트가 사건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자신의 알리바이를 조사하기 위해 사건 다음날 찾아온 경찰의 방문을 통해서라는 정도가 신선한 양념이랄까요. 그러나 발췌본에서는 독자들이 케이트의 수사를 따라감과 동시에 놓친 정보들을 따라잡아야 하고, 이것이 색다른 묘미를 제공해줍니다. 그 와중에 다분히 번역자의 의도라 느껴지는 대로 리드 암허스트를 사건 담당 검사로 착각한다던지 하는 옆길새기는 있습니다만 - 제 경험입니다 - 흥미진진한 독서였습니다.


  물론 이건 고려원 '세계 여성작가 서스펜스 걸작선'의 번역이 반드시 고맙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니, 실은 좋았어요. 미사여구를 좀 덧붙이긴 했어도 따로 각색하지 않고 원본의 후반부만 가져다 놓은 것이다 보니, 한 가지 이야기(문자 그대로)를 두 가지 방식으로 읽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게 해주었으니까요. 한쪽은 우리말 번역이라는 점을 감안하고도 말입니다. 그러나 이 판본이 발췌본이라는 점을 책 그 어디에도 명시하지 않은 점은 - 그리고 좀 찾아본 결과 이 작품 말고도 적어도 한 편은 더 발췌본인 것 같더군요 - 심각한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허락을 받았는지도 의심스럽고요. 아, 그리고, 프롤로그 부분의 번역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In the Last Analysis'는 묘사나 진술의 비중이 뒤로 갈수록 줄어, 마지막 몇 장은 맨 처음의 한두 문장을 제외하고는 전부가 등장인물이 주고받는 대사로만 이루어져 있을 때도 있습니다. 케이트의 추리는 바로 이런 대화들에 기반합니다. 케이트의 검경찰 측 정보원인 리드 암허스트도 담당자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을 뿐이며, 케이트의 수사 보조를 해주는 제리도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돌아다니는 것으로 정보를 얻거든요. 대화의 비중이 이렇게나 높기 때문에, 제가 위에서 이야기하는 '정보 전달의 문제'가 부각될 수 있는 것이지요. 서술은 매우 직접적인 정보 전달 방법이지만, 등장 인물들의 대화를 통한 정보 전달에는 간접적인 속성이 있으니까요. 물론 이렇게 전해지는 정보들 간의 개연성은 케이트의 머릿속에서 재구성되는 것이다 보니, 때론 듣기만 해서는 비약이라 느껴질 수도 있는 추론들도 케이트가 확신하면 당당히 한 자리를 얻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뭉뚱그려 결론삼아 말하자면, 작가와의 대결을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아만다 크로스의 스타일은 그다지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팬슬러 시리즈는 케이트 팬슬러라는 개인의 개성을 좋아하고, 그와 연결되어 작가의 이야기하는 방식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작품입니다. (i.e., 저요.)


Posted by Iphinoe

  빌려놓은 채 해를 넘기게 될 것 같아, 근친 한 분께서 입원하셔서 수발을 들게 된 김에 들고 갔던 책입니다. 도무지 작정하고 달려들지 않으면 안 읽게 될 것 같아서요. 어려운 단어도 많고 말투는 배경이 대학 아니랄까봐 얼마나 까다로운지... 사실 읽으면서 많이 킬킬거리기도 했습니다. 하버드 영문학과가 배경이고, 나오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교수기도 하여, 다들 어찌나 현학적으로 sarcastic하던지(이 단어에 적당한 우리말을 못 찾겠군요) 도무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거든요.


  이 소설의 배경은 1970년대로, 하버드 영문학과에 아직(이겠지요?) 여자 교수가 하나도 없을 시절입니다. 여자 교수에게 tenureship(종신고용계약쯤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을 주는 조건으로 장학금 제의가 들어오는 게 사건의 발단이지요. 우리 나라는 대개 교수 등급을 조교수-부교수-정교수로 나누는 걸로 알고 있는데, 몇 년 단위로 계약을 맺어 교수를 고용/재임용하는 미국 시스템에서 tenured professor는 이변이 없는 한 그 대학에 정년퇴임할 때까지 눌러앉게 하겠다는 것을 말합니다. 정교수 중에서도 그동안의 학문적 기여를 인정받아 안정된 위치를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면 될까요.


  아직 여성 운동이 공공연하게 배척당하는 시기이고, 특출나게 보수적(이라고 책에서 묘사됩니다)인 하버드 내에서 이런 조치는 당연히 하버드 영문학과 교수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합니다. 그들은 고르고 골라서 미국 내 알려진 영문학과 여성 교수들 중에서도 여성 운동과 전혀 관련이 없고 그런 문화를 배척하는 사람과 접촉해서는 tenureship을 주고 들어앉히지만, 동료로서 인정하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은근한 따돌림의 분위기 속에서 당혹스러워하던 신임 교수는 곧 자기 평판을 위협하는 스캔들과 만나게 되고, 뉴욕의 한 대학 영문과 교수로서, 과거 이 신임 교수와 같이 대학원 생활을 했던 주인공 케이트 팬슬러는 이런저런 사연으로 여기 개입하게 되지요. 줄거리 소개가 너무 들쭉날쭉이군요.


  케이트 팬슬러는 이 소설(팬슬러 장편으로 읽어본 게 처음입니다)의 매력을 거의 혼자 끌고 나가는 것 같습니다. 머리도 좋고 유능하고 돈 걱정 없고 오지랖 넓은, 약간은 구식 세계 - 물론 1950-60년대에 대학을 다닌 연배의 사람인 만큼 이 '구식'을 미스 마플 같은 '구식'으로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만 - 에 머물러 있지만 자신의 편견에 대해 그것이 편견임을 인정하고 다른 편견들과 함께 대화할 만큼 열려 있는 사람으로 나오거든요. 편안한 수다를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아 여기저기 코를 들이밀기도 하고, 빨리 돌아가는 두뇌 탓에 늘 화제가 널뛰기를 해서 다른 사람들을 애먹이지만 주위 사람들을 물들이는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인물입니다.


  주인공 케이트가 순간순간 머릿속에 떠올리는 생각들을 그대로 서술해주기 때문에, 소설은 저처럼 원서로 읽느라 진땀을 빼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불친절하게도 대화 중간에 다른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와 읽는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거나, 문화적 배경 없이는 이해할 수 없을 코멘트들이 아주 가볍게 스쳐지나간다거나 하는 식으로 끊임없이 덫을 놓습니다. 일부러 사전을 옆에 두지 않고 읽었는데, 만약 그랬더라면 모르는 단어 찾다가 시간이 다 갔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제가 놓친 소소한 재미들도 많았겠지요.


  추리소설로서는 사실 크게 '추리'할 만한 요소는 없습니다. 다 읽고 나서야 하는 말이지만 약간은 꽉 차 있는, 수다스럽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계에 던져졌다 나온 기분입니다. 주어진 배경이 배경인 만큼 양성 평등 문제와 사회적 계층의 문제, 편견과 갈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현실과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만, '하버드'라는 '무대'가 얼마나 이상하고 특수한 조그만 우주인지가 끊임없이 강조되다 보니, 약간은 초공간 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도 들거든요. 좋은 수다를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으로서는 약간 김빠지는 결말만 빼면 대체적으로 만족스럽습니다. 만족스럽다고 말하기에는 제 영어 실력이 너무 부족해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지만요.


  총평 : 꽤 재미있었습니다. 유쾌한 소설입니다만, 편견과 닫힌 생각이 얼마나 사람을 말려죽일 수 있는가,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한가, 사람들이 얼마나 이기적으로 무신경하게 남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가 등등에 대해서는 노골적일 만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부분도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는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영문학 하는 사람답게 문장을 끊어 쓰면서 중간중간 장식해주어, 영어공부 하는 입장에서는 재미있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더군요. 현학적으로 sarcastic했다는 건 꼭 강조하고 싶군요. 특히 프롤로그를 장식하는 세 통의 편지 - 하버드 영문학과에 여자 tenured professor를 받게 생겼다는 개탄조의 내용 - 는 거의 배꼽을 잡고 웃다 넘어갈 지경입니다.


  덧붙임 : 만약 우리나라에 번역본이 나온다면, 번역하실 분이 그 오묘한 느낌을 살리느라 꽤 애먹으실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가사 크리스티나 셜록 홈즈도 원서로 보면서 번역으로는 채 다 살리지 못하는 영어 특유의 재담을 자주 발견했었는데. 전 아무래도 언어유희에 약한 것 같습니다. 우리말로도 그런 언어유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작품이 있을까요? 문학 쪽에 약한지라 추천 부탁드립니다.




  추가분 : 1. 등장 인물들이 얼마나 '고상하게' 말하는지 직접 보시길 :
  "What did you think of her family? I've just met a brother, an experience not to be repeated."
  "Thought wasn't something I bothered wasting on her family, and I honestly don't think Janet did either."


  2. 스포일러
  결국 자살로 사건이 종결되는 게 조금 맥빠지긴 하지만, 그 사실이 되려 이 책이 집중했던 '사회적 살인'이라는 테마를 처절하게 부각시켜준 점을 고려하면 적절한 선택이긴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 전반에 걸쳐 묘사되는 여성 차별 문제가 단순한 시선 교란 트릭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여부를 궁금해하면서, 주인공이 '동기'에 매달리는 과정을 함께 따라갔던 저로서는 맥이 탁 풀려버리긴 했지만요. 사실 전, 처음부터 부각된 하버드의 여성 문제가 misdirection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전남편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아닐까 점찍었었거든요.



  (2004. 12. 19)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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