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확실히, 오랜만에 돌아온 엑스파일의 이 새 이야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에는 이 에피소드를 어디에 포지셔닝하느냐가 결정적인 것 같아요. 어제 엑스파일에 그다지 관심없는 친구와 얘기하다 깨달은 건데요 (역시 안에 있으면서 바깥의 시선을 가늠하기가 쉬운 게 아니군요), 제가 영화 같이 보러 갈 마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 말이, 극장판 1편을 못 봤는데 2편을 봐도 될까 하더군요. 그 친구에게 새 엑스파일 영화는 예전에 나온 '미래와의 전쟁'의 다음 편으로서 존재하는 거예요.


  그 얘길 듣고 나서 생각하니, '나는 믿고 싶다'를 엑스파일 영화로 보느냐, 혹은 엑스파일 후속 에피소드가 극장에 걸린 것으로 보느냐의 간극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는 더 나아가 1993년부터 2002년까지 존속했던 쇼의 연장선상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그와 이질적일 수 있는 또다른 무언가로 보느냐의 문제도요.


  저는 이걸 '엑스파일 새 에피소드가 나왔다!'로 생각하는 쪽입니다. :) 기대치를 낮췄기에 나오는 말 아니냐고 하신다면, 그럴지도 모르지요. 그동안 8시즌 전개와 화해하려고 무지하게 애썼던 게 한 역할 한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가톨릭으로서의 스컬리라는 이슈가 '나는 믿고 싶다'에서 엄청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그걸 이해하거나 적어도 인식이라도 하기 위해서는 드라마 전개를 따라오고 그 지난한 여정을 소화하려고 애썼던 전력=_=이 있어야 하고요. 멀더와 스컬리의 사생활에 대한 묘사가 팬픽이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노골적으로(으흠) 바뀌어 나타났음에도, 팬서비스라는 티를 팍팍 내며 크고 작은 웃음과 향수를 안겨주는 요소 요소의 장치들에도 불구하고, 다름아닌 바로 이 점이 새 이야기가 기존 시리즈와 연장선상에 있노라고 받아들이게 만들었어요. 그와 더불어 크리스 카터 참 끈질기다고 한탄도 한 번 해주고요. 그 일관됨을 알아줘야 할지 집착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입니다.



  아래로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 조셉 신부는 그 자체로는 그리 흥미롭지 않았어요. 극장판 1에서 커츠바일 박사가 흥미롭지 않았던 것과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이 둘은 기존 캐릭터(커츠바일의 경우는 멀더, 조셉 신부는 스컬리)와 얽혀들면서 그들에게 원치 않는 영향을 끼친다는 점 때문에 중요한 거니까요. 캐릭터 그 자체를 파고들 여지는 그다지 많지 않죠. 조셉 신부가 사건에 도움을 자청하는 동기가 애매모호한 것은 그 캐릭터에 대해 여백을 남기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를 바라보는 스컬리의 시선에 불명확한 공간을 남깁니다. 스컬리는 신부가 자신에게 끼치는 영향력("Don't give up")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를 명쾌히 하기 위해 그를 직면하는 거고요.


  그리고 엑스파일의 전통에 따라, 결말에 이르러 조셉 신부와 대량살인 간의 연결고리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당연해 보이는 공범설과 초자연적 가설(범인 중 하나가 과거의 피해자로서 조 신부와 이어져 있었다), 이렇게 두 가지의 가능성이 대두되지요. 현실^^의 사람들은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전자를 택하고, 역시나 전통에 따라 멀더는 후자를 고집합니다. 스컬리는 여전히 혼란스럽고요. 믿고 싶었고 어느 순간 믿기로 선택했고 그에 따라 행동했다지만 설사 믿기로 한다 해도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조 신부의 메시지는 누구에게서 왔으며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었을까요? 스컬리와 맞대면할 의사가 없었던 조셉 신부는 스컬리의 거듭된 추궁에도 답을 주지 않고 피해갔으니까, 그 메시지에 의미가 있었는지조차도 지금 와서는 알 수 없게 된 거지요.


  사실 별 뜻 없이 한 말일 수도 있는 '포기하지 말아요'에 스컬리가 이렇게 집착하게 만드는 건 스컬리 자신입니다. 조셉이 스컬리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스컬리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스컬리가 이 흔한 충고에 흔들리고 거기에 뭔가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지금 힘든 시술과 죽음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어린 환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마지막에 멀더가 포치까지 스컬리를 따라나와 '조셉 신부의 그 말은 우리 인생 전체에 대한 발언이 아니었겠느냐'고 하는 것은, 스컬리가 그 아이의 치료를 계속할 것인지의 여부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하건, 조셉 신부의 말은 그에 대한 계시가 아니었을 거라는 의미인 거죠. 답이 이미 조셉 신부를 통해 주어졌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겁니다. 스컬리의 선택을 주어진 답에 대한 해석의 문제로 만들지 말라는 거죠. 그 뒤에 이어진 '조금이라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수술을 취소해요'의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건 그것이 스컬리의 선택이 되게 하라는 것, 다만 더 나은 길에 있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고 그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말라/말자는 것입니다.


  제가 어제 소화한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격인지도 모르죠 =) 팬들에게 윙크하는 식의 농담을 군데군데 하도 많이 박아놓아서, 영화 전체가 '즐겁게 보고 웃읍시다'로 느껴지는 게 커요. 기본 골격이야 어찌됐든 미스터리 스릴러고요. 그에 뭐 그리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더냐고 하신다면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3.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 주제는 이미 드라마로 여러 번 얘기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5시즌에 All Souls가 있었죠. 바로 이 점 때문에 결정적으로, '나는 믿고 싶다'가 극장에 걸리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엑스파일 시리즈의 새 에피소드라는 판단을 하게 된 것입니다. 새 독립 에피소드요. 농담을 아주 많이 깔아넣긴 했지만, 그래서 스릴러의 외피를 벗겨내면 코미디라고 받아들이게 되지만 (특히 클라이막스에 그 농담을 스키너와 멀더를 갖다놓고 연출하다니 오해의 여지가 없어욧), 카터의 뚝심있는 일관성이건 집착이건 간에 이 영화의 주제는 - 제가 받아들인 대로는 - 시리즈 전면에 흘렀던 기묘한 낙천적/희망적/긍정적 기류의 연장선상에 서 있어요. 그래서 묘하게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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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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