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멀더와 스컬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죠. :-)






  당연하지만 스포일러 경고








  지금은 벌써 어언 네 달 전이 되었는데, 극장에 가서 처음으로 I WANT TO BELIEVE를 보고 나오던 그 때의 느낌은, '새 엑스파일이 나왔다'는 사실과 관련된 감상을 모조리 제외하면 당혹스러움에 가장 가까웠을 겁니다. 가장 두드러졌던 요인은 스컬리에 대한 묘사였지만, 찬찬히 생각해본 결과 멀더에 대한 묘사도 그 못지않게 결부되어 있었고, 그렇다 보니 결과적으로 M&S에 대한 묘사도 한몫 하고 있었어요.


  먼저 해둘 말은, 침대를 같이 쓰는 멀더와 스컬리라는 설정에는 전혀 거부감도 낯설음도 이질감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 사실이 그다지 놀라울 것도 없었고요. 전 원래부터 멀더와 스컬리에게 좋은 결말이라면, 그러니까 두 사람이 행복하다면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었고, 그 두 사람의 관계가 어디로 수렴해 가고 있는지는 5시즌부터 명백했고 7시즌 이후로는 노골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norm으로서는 진작 수용했던 것 같아요. 제가 스스로를 노로모로 간주했던 건 상당 부분 드라마 내에서 그게 잘 그려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확신이 없고 불안감도 컸기 때문인데, 의외로 이 부분에 대한 영화의 묘사는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솔직히 멀더, 외계인에게 납치 고문당하고 군사법정에서 사형판결을 받은 탈옥수가 되더니 삶이 안정을 찾은 거냐 싶었지만 ㅋㅋ 어쩌겠습니까, 엑스파일에서 플롯의 개연성을 따지는 건 우물에 가서 숭늉 찾는... 쿨럭) 멀더와 스컬리의 로맨스가 드라마에서 직접적으로 그려지는 걸 꺼려했던 또다른 이유는 그것이 엑스파일의 형식과 전개에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는데, 이건 포맷이 TV 드라마에서 영화로 바뀐 지금은 더 이상 적용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I WANT TO BELIEVE를 보며 이질감이나 당혹감을 느낀 건 멀더 스컬리 로맨스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멀더와 스컬리라는 개인에 대한 묘사가 기대를 너무 벗어났기 때문이었어요. 새 극장판에서는 멀더와 스컬리의 단점이 비대하게 그려졌고 플롯 전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소화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을 뿐더러,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드라마에서도 간간이 그려졌던 거지만 스컬리는 특정 계층/부류의 사람들, 특히 법의 경계선에 걸쳐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종종 필요 이상으로 적대적입니다. 군인 가정에서 자랐고 현재 경찰직에 몸담은 사람의 편견의 산물이라고 이해하려고 해도 실은 그렇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전과자라고 해서 그런 태도로 다루는 건 다분히 감정적이니까요. 지금은 FBI를 떠났다지만 그 전부터도 그랬거니와, 인생이 뜻한 바대로 풀려가는 건 아니라는 걸 아는 나이에 이르러서도 그런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어 공격적이 되는 건 사람이 성숙하지 못한 거잖아요. 수사를 위한 전략적인 선택도 아니었고, 실제로 도움이 되지도 못했죠.


  이 편견과 대결하는 과정이 이 영화에서 그려졌느냐 하면 실은 그런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면 결말이 다른 방향으로 나거나 아니면 결말에서 적어도 언급이 있었어야 할 겁니다. 이건 그냥, 조 신부에 대한 스컬리의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로만 사용된 다음 (제가 보기엔) 휘트니 요원이 죽은 뒤 어딘가에서 그냥 영화 밖으로 사라진 것 같아요. 예전부터 스컬리의 그런 편견섞인 태도가 불편했던 터라 더 크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계속 거슬렸습니다. 피할 수가 없었어요T_T.


  멀더 역시, 다른 사람 특히 스컬리를 대할 때 자주 보이는, 대화가 안되는 먹통멀더^^의 모습으로 나옵니다. 멀더는 협상 내지는 적어도 설득을 해야 할 시점에서 삐지는 경향이 있어요. 이 영화 내내 그랬다는 건 아니고, 중간에 병원 탈의실에서 스컬리랑 이야기할 때 그렇습니다. 스컬리가 '더 이상은 돕지 못하겠다'며 수사협조를 거절하는 그 시점은 화를 내야 할 시점이 아닌데, 멀더가 "Good luck." 하고 돌아서는 걸 보면 벌써 알 것 같죠. 그리고 심지어 휘트니 요원이 죽고 조 신부를 찾아왔다가 복도에서 두 사람이 대화할 때도, 스컬리는 위로를 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 자식은=_=; 아직 화를 내고 있어욧 (사실 여기서는 화낸다기보다는 자기 나름대로 결론짓고 사실전달을 하는 거지만).


  그렇잖아도 둘 사이가 많이 안정되어 보여서, 멀더의 일상이 어떤 모습인지 어떤 일에 몸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 즉 그 안정되어 보이는 모습이 실은 모래 위에 쌓은 성일지도 모르나 - 그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려는 판인데 멀더가 또 토라지고 있으니 이건 멀더답다고 해야 할지 카터답다고 해야 할지 싶더군요. 다행히 그들의 갈등은 엑스파일답게 한쪽이 위기에 빠지자 다른 한쪽이 구출하러 오면서 승화됩니다ㅡㅡ;; 정말 패턴은 바뀌지 않았어요.





  이 글은 '멀더와 스컬리' 이야기도 섞여 있지만 그보다는 '멀더'와 '스컬리'에 대한 것입니다. 멀더와 스컬리의 관계에 대해 이 영화가 취한 입장에 대해서는 (문장 좀 보게) 독립적인 글로 쓸 생각은 아직 없어요. 극장판 2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생각나면 또 건드릴지 모르지만, 이것으로 일단락짓겠습니다. 많이 길었고 별로 영양가 있는 내용도 아니었고 걸리기도 오래 걸렸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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