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

카테고리 없음 2009. 1. 5. 15:15

  1.   인터넷에 글을 쓸 때 애매한 것 중 하나는 포지셔닝이다. 아마 내 자신이 스스로의 위치를 애매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도 크게 작용할 텐데, 가끔은 어디까지, 어디서부터 글을 써야 할지 정리가 안 될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애초에 글을 두 버전으로 쓸까 하는 생각도 있는데, 그런다 해도 실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머뭇거리게 되는 것 같다.


  8이 뛰어나고 2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는 책에 대해 리뷰할 때 2에 집중하게 되는 것은 실은 안타까움에 그 원인이 있다. 하지만 계산을 정확히 하자면 리뷰에서의 분량도 8:2로 맞춰주는 것이 옳은 일이다. 그렇다 보니 글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쉽지 않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그건 해결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부차적인 것으로 보고.



  하지만 정말이지, 타이밍 죽인다. If it's some sort of a cosmic joke, I don't appreciate it. At all.




  2.   르 귄의 소설을 읽으면서 난감하게 느끼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문체다. 르 귄은 신기하게도 우리말로 번역되면 문체가 부드러워지는 것 같다. 이건 번역자가 누구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서, 그게 신기한 점이다. 이윤기 씨가 번역한 에코처럼 번역자 자신의 개성이 반영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일 수 있다는 얘기. 원문으로 읽으면 담담한 문체인 것이 번역으로는 동화스럽기도 하고 (바람의 열두 가지 방향에 실린 몇 단편에 쓰인 존대어 쵝오=_=d), 전체적으로 더 부드럽다. 원문은 대체적으로 건조한 스타일인 것 같은데.


  난 그게 르 귄의 소설 면면에 흐르는 강한 우화성 때문이 아닌가 하는데 아직 확신은 가지 않는다.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




  3.   작년부터 눈치채 가고 있었지만 올해 들어 확신하게 된 사실이 있으니... 유머가 없으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싱거운 유머라면 더더욱 좋다. 한국 드라마를 잘 안 보게 되는 것도 8할은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미국 드라마도 유머가 아예 거세될 거라면 정말 아주아주아주 잘 만들어야 한다. Carnivale 보다가 포기한 것도 결국은 유머의 부재 때문이었던가 생각하게 된다... 아니, 그 황량한 잿빛에 숨막힐 것 같기도 했다구.


  난 deadpan humour라 불리는 시치미 뚝 떼고 하는 유머에 약한데, 그런 것치고는 또 노골적인 말장난에도 약하다. 이 두 가지가 다 초특급인 드라마는 웨스트윙인데, 여긴 또 시니컬한 조크도 일품이라, 역시 나한테는 보고 있으면 재치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 그러려면 몇 가지 눈감아야 하는 요소가 있지만, 이 드라마를 한 회 한 회 보면서 내가 킬킬거리는 빈도를 생각할 때 그 정도는 지불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엑스파일을 매우 진지하게 보았던 기억이다.; 역시 이 드라마는 내 성향에 매우 일치하는 듯하면서도 모든 걸 일탈하는 구석이 있다. (모든 화제가 엑스파일로 귀결된다 - 전형적인 팬 증상.)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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