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이 책을 대하는 불특정 다수에 대해 충고를 할 수 있다면, 디아스포라에 대한 이야기는 많고 다양한 방식으로도 할 수 있는데 왜 하필 유대인이어야 하느냐는 생각 - 그런 생각이 마음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다면 - 만 접어두면 좋겠다. 추측했던 대로 작가는 유대인이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었을 뿐이다. 뿌리뽑힌 사람들에 대한 그리고 매우 보편적인 감수성에 대한 이야기여서, 역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런 식의 발언을 시작한 김에 하나만 더 해 보면, 추리소설은 수수께끼 풀이이고 그것이 이 장르가 지니는 개성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뵈면 종종 당황스럽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어' 말하는 게 아니라 추리소설이면서 범죄 해결이 아닌 다른 것을 이야기하는 소설은 매우 많다. 두 가지를 함께 하는 소설도 매우 많다. 분류하자면 '유대인 경찰연합'은 전자에 속한다.


  내용 소개는 쓰기 어려우니 생략하고...;


  나는 이 소설이 추위에 대해 직접적이지 않지만 꾸준히 시선을 두고 있는 점이 제일 마음에 닿았다. 알라스카의 겨울 이미지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싯카와 이 이야기 자체의 뒤에 둘러진 거대한 배경인데, 이게 공동체의 소멸을 앞두고 있고 그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구성원들의 조용한 체념이 면면이 배어 있는 소설의 분위기 속에 흐르듯 녹아들어 쉽게 잊히지 않는 애잔함을 남긴다.


  그 와중에 인간들이 어떤 헛된 희망을 품었건, 그것이 어떻게 이용당했건, 이 이야기의 핵심은 거기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대체세계지만 어차피 우리네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이권을 노린 암투는 어느 세계에서나 마찬가지였을 뿐이다.


  p.s. 추천 감사합니다. 눈에 띄는 제목 때문에 관심이야 있었지만, 덕분에 당겨 읽었어요.^^


Posted by Iphinoe

사이드바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