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Q가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과 같은 트릭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아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었던가?), 그 작품이 진행중이었다면 어디까지 진행되었건 매우 보고 싶다. 비교가 되었을 것 같거든. 'Y의 비극'과 '비뚤어진 집'은 정말 비교가 된다.


2.  사람들이 이 소설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것 같진 않은데, 'Presumed Innocent'도 서술 트릭 작품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 작품의 흥미진진한 점 중 하나는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의 트릭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이 작품의 서스펜스의 상당 부분은 독자들이 화자를 믿을 수가 없게 한다는 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화자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기소되었고, 무죄를 주장하면서 법정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데, 정작 이자가 정말 살인범일 수도 있다는 의혹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피해자와 내연 관계였던 사실이 있다는 것을 3장에 이르기까지 숨기면서 짐짓 수사에 대한 이야기와 선거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 그런데 그게 꼭 의도적이지는 않을 수도 있는 것이, 누구든 자신에게 자명한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는다.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러니 그 생략이, 침묵이 의도적인 은폐인지 아닌지 독자로서는 영 판단이 안 서는 것이다.

이는 매우 subtle한 장치이고 효과라서 책을 처음 읽으면서 주의를 제대로 기울이고 있는 독자만이 그 뉘앙스를 잡아올릴 수 있고, 또 번역본으로 읽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판본에 따라 그 효과가 느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분명 거기 있다. 나로서는 터로가 과연 어느 정도 의도하고 썼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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