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x24 Gethsemane 잡담

our town 2007. 5. 9. 08:19


  SCULLY: Mulder, the only lie here is the one that you continue to believe.

  MULDER: After all I've seen and experienced, I refuse to believe that it's NOT true!

  SCULLY:Because it's easier to believe the lie. Isn't it?

  MULDER: What the hell did that guy say to you, that you believe his story!?

  SCULLY: He said that the men behind this hoax... behind these lies...
                    gave me this disease to make you believe.


  - 4x24 Gethsemane




  미국에서의 방송 시기에 주목해 크리스마스 에피를 집어낼 수 있게 되기까지 아주 오랫동안 나는 겟세마네가 4시즌 크리스마스 에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 4시즌 크리스마스 에피는 Musings of CSM 존재의 저편.) 그건 스컬리 식구들이 명절상처럼 잘 차린 식탁 앞에 모여 앉은 모습을 에피 초입에 봤기 때문이기도 했고, 멀더가 자기가 걸어온 길을 반추하게 되는 설정이 연말 분위기에 맞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맥락에서 멀더가 자살을 결심하는 결말이 그리 뜬금없지만은 않다 받아들였던 기억이다. 그렇다고 충격받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연말엔 사람들이 지나온 삶 - 단순히 그 1년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 - 을 정리하는 심리상태가 되는 것도 당연하고, 그러다 보니 멀더가 그런 일을 맞닥뜨리고는 자살을 결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생각했던 것 같다.


  게다가 멀더가 자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느꼈던 것이, 나는 그 직전에 크리취고가 전한 '멀더를 이 일에 붙잡아두기 위해 스컬리를 암에 걸리게 했다'는 말과 그 말에 보인 멀더의 반응에 이미 먼저 심장이 내려앉은 상태였다. 남겨질 스컬리를 생각한다면 말도 안 되는 선택이지만, 그런 진실을 알고 나면 죽고 싶어지는 것도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창고에서 스컬리가 그 결정적인 말을 멀더에게 했을 때 멀더의 표정을 보고, 그가 방금 전까지 그토록 확고하게 'refuse to believe'했던 것을 그 말을 듣고서는 더 이상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알았다. 크리취고가 스컬리에게 한 말이 사실이건 아니건, 거기엔 진실이 한 자락 들어 있었고, 스컬리가 알았듯 멀더도 그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스컬리의 납치나 뒤에 이은 발병, 멜리사의 죽음 같은 사건들이 도의적인 의미에서 멀더의 책임이긴 하지만, 크리취고의 말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스컬리의 암을 멀더의 책임으로 만드는 것이고, 그건 그 누구라도 감당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도 사람들은 살아나가고, 결국 멀더도 그렇게 됐긴 하지만, 4시즌 전반에 걸쳐 멀더의 심리상태를 한쪽으로 정교하게 몰아간 걸 모르고 띄엄띄엄 우리말 방송을 봤던 나는, 겟세마네의 결말을 그 긴 세월 누군가의 손에 놀아나 자신도 모르게 기만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걸 알게 된 환멸에 뒤이은 것으로 보기보다는, 그에 더해 전혀 새로운 차원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자의 선택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문장 좀 보게-_-) 물론, 아까도 말했듯이, 그렇다고 그런 시각이 충격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됐던 건 전혀 아니다. 솔직히 이 스토리라인에 대해서는 KBS에서 5시즌 방송할 때까지 내내 멍한 상태였다.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몰랐다는 뜻.) 다만, 멀더에 대해서만은, 그 충격이 곧 끔찍하게 슬픈 감정으로 이어졌었다.


  아이러니컬한 건, 그 날 저녁(맞겠지?) 총을 멀더 손 안에 놀게 한 것도 스컬리에 대한 감정이었고, 결국 그 총을 내려놓게 만들었던 것도 스컬리에 대한 감정이었다는 것이다 - 당시 내 해석을 따른다 해도 말이지. 그러니, 리덕스 연작에서 멀더가 스컬리를 '되돌려받'은 것은 '최소한의 인간적 배려'라는 worry님 말씀이 정말 맞다. 1013, 픽션이라고 주인공을 - 그리고 클리프행어에 걸린 우리 시청자들을 - 이렇게 학대해도 되는 거였냐-_-;;




  MULDER: If only the tragedy had been mine alone, might it be more easy tonight to bring this journey to its end.

  - 5x02 Redux I






  정worry 님^^의 4x24 Gethsemane, 5x02&3 Redux I, II 리뷰


Posted by Iphinoe

  MULDER: Be honest, Scully. Doesn't that propane tank bear more than just a slight resemblance to a fat, little, white Nazi stormtrooper?


  (He points to a small white propane tank with a black top on it. They start towards it.)


  SCULLY: Mulder, the human mind naturally seeks meaningful patterns and configurations in things that don't inherently have any. Given the suggestion of a particular image, you can't help but see that shape somewhere. If that tank weren't there, you'd see it in a, in a rock or in a tree...


  MULDER: Did you answer my question?
  (↑ 죽인다 :D)


  (They stop walking and stare at it.)


  SCULLY: Yes, it looks like a fat, little, white Nazi stormtrooper but that only proves my point.


  MULDER: He named the specific body of water the victim would be found in.


  SCULLY: Mulder, that only implies that he was the one who put her in there.


  MULDER: I don't believe he's the killer.


  SCULLY: I don't believe he's psychic.


  MULDER: Well, if he's not, then how did he know where the body would be found?


  SCULLY: Maybe he's just lucky.


Posted by Iphinoe

MULDER:    She just fell back to sleep.


이제 막 잠들었어요.




DOGGETT:    I just wanted to check to see how she's doing.  Anyways, I'm here with this other thing.  We, uh, we caught this killer, Jeb Dukes. He's in the ICU.  He may not make it.


괜찮은지 궁금해서 들렀습니다. 아 참 그리고 그 젭 듀크라는 용의자 방금 잡았어요. 응급실에 있는데 죽을지도 몰라요.




MULDER:    And now you're wondering if there really was a connection. You know, when I, uh... I first came to work at the FBI, I worked at Violent Crimes, and I saw, I saw the worst of humanity.  I saw monsters and I wondered how they became that way, how these men became so evil. I know there were psychological explanations - victims of their environment, victims of their parents - but the scientific explanations were never truly satisfying.  And I began to think about evil like, like a disease. You know, that it goes from man to man or age to age. Most of us walk around thinking we're incapable of any acts of evil and we are.You know, we can stifle that momentary urge to kill or to hurt. We have some kind of immunity to it.  But I think it's possible that there's... an occurrence in somebody's life, a tragedy or a loss that leaves them vulnerable, hurts their immunity to evil, and all of a sudden at that point in their lives when they're weakened, they're open to evil and they can become evil.


과연 아드님의 사건과 관련이 있는 걸까 궁금하신 거겠지요. 제가 맨처음 FBI 일을 시작했을 때, 강력계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인간 말종만 상대했는데, 그야말로 괴물들이었죠. 궁금하더군요. 어쩌다 그 꼴들이 된 건지. 물론 그렇게 된 거에 대해서는 제가 알기로...심리학적 해명은 가능하죠. 메마른 환경에 가학적인 부모. 하지만 어떤 과학적인 해명도 만족스럽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생각을 했어요. 악마성도 전염되는 걸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든 악마로 돌변할 순 있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자기는 결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죠. 물론 보통은 충동은 억제하죠. 남을 다치게 한다거나 죽이고 싶어도 일종의 면역 체계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살다보면은...어, 일이 생기고, 어떤 이들은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나 손실을 견뎌내지 못하거든요. 그때 면역체계가 깨지는 거죠. 그리곤 한순간에 일생에서 가장 약해진 바로 그 순간에 악마성에 노출되고, 악마 그 자체가 되는 거죠.




DOGGETT:    If that were true, then what you're saying is... is that this man we wheeled in here tonight is infected with evil, the same evil that killed my son. You really believe that, Agent Mulder?


그게 사실이라면, 요원이 말하고자 하는 건... 그 듀크라는 남자가 내 아들을 죽인 그 똑같은 악마에 전염됐다 그런 얘깁니까? 아니 진짜로 그렇게 믿는 겁니까?





MULDER:    Uh, I'm not really a good test for questions like that.  I'll believe almost anything, you know, but the, uh... the pisser is you may never know. It may be like Agent Reyes says.  It could be random and meaningless - who it affects, who it goes to.


아, 거 참.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네요. 하지만 제가 거의 모든 걸 믿는 편이긴 하죠. 흠, 그렇습니다. 뭐 찝찝한 건, 영원히 알 길이 없다는 겁니다. 레이어스 말처럼 악마가 누구를 목표로 삼든 간에 무작위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건지도 모르고요.




DOGGETT:    What if it isn't?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MULDER:    Well, then you'd be seeing something that I don't, Agent Doggett.


그렇다면 내가 보지 못하는 뭔가를 본 거겠죠.



Posted by Iphinoe

  (이 글을 쓴 건 모 엑스파일 동호회에서 Sein Und Zeit / Closure가 사만다 납치 플롯을 풀어나간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놓고 대화가 오고가던 와중입니다. 전 그 두 에피를 지지하는 쪽인데, 그런 사람은 엑스필 중에서도 소수랍니다. 그것도 꽤 드문 소수인 것 같아요.^^ 그래서 '사만다의 최종적인 운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를 Closure와 연결지어 제 의견을 밝혀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건 그렇게 해서 쓰게 된 글입니다.)




  엑스파일 7x10 Sein Und Zeit, 11 Closure, 4x08 Paper Hearts, 5x02-3 Redux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글 열어보실 분 치고 신경쓰실 분 안 계시겠지만...^^


  제 경우, 사만다의 최종적인 운명이 어떤 것이었는가와 7시즌 Sein und Zeit/Closure 에피가 주는 감동은 처음부터 전혀 별개였습니다. 앞에 한 얘기 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엎고, 하나의 사건에 대해 일치하지 않는 증언들이 마구 뒤섞이는 게 음모론과 관련되어 나오는 모든 이야기의 전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시기적으로 제일 마지막에 나왔다고 해서 7시즌의 두 에피가 암시하는 사만다의 마지막 모습이 반드시 진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본인에게 가장 다가오는 사만다의 마지막을 기억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많은 분들도 동의하실 것 같지만) 사만다의 결말로 제가 받아들일 수 있었던 유일한 건 Redux II의 결말입니다. 납치되어 가족과 떨어져 고통을 겪었으나,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와 자길 양육해준 이를 아버지로 생각하고 잘 자라나 이제는 자기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만다요. 7시즌에서 묘사되는 사만다의 운명은 좋아하지 않아요. 아무리 좋게 묘사해줬다 해도 결국 고통받다 죽었다는 얘기니까요.



  사실 2시즌에 처음 나온 복제 사만다 스토리라인을 인정한다면 - 이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같은 얼굴의 성인 사만다가 여럿 나왔던 것도 그렇지만, Colony에서 양봉 농장에서 멀더가 마주치는 그 많은 8살짜리 사만다들은 그 외에는 설명이 안되잖아요 - 7년에 걸쳐 여기저기 출몰하는 사만다가 모두 진짜였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경우에도 '진짜 사만다'는 CSM이 멀더에게 만나라고 데려온 그 사만다였을 거라고 믿고 싶고요. 7시즌의 사만다는 복제된 사만다들 중 하나였을 수 있겠죠.



  그래서 전 7시즌의 사만다 스토리를 받아들이는 데 전혀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제가 주목했던 건 그걸 소화하는 멀더의 태도였어요.



  5시즌 Redux 연작 이래로 사만다가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6시즌의 'Full Disclosure' 두 에피(Two Fathers/One Son) 후 전 Redux의 사만다가 진짜 사만다가 맞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Two Fathers/One Son 이후로 음모론이 (적어도 그 이전까지와 같은 형국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전혀 없어보이는데 사만다와 관련된 미스터리가 새삼스레 튀어나올 필요성을 못 느꼈거든요. 게다가 Redux에서의 남매 상봉이 너무도 사실적이었던 데다 그게 멀더에겐 가혹할지 몰라도 사만다를 생각하면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결말이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도 그게 진짜이길 바랐습니다.



  그렇지만 멀더 쪽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것이, Redux에서 멀더는 갑자기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멀쩡한 삶을 살았다며 등장한 사만다를 전혀 받아들이지 못해 보였거든요. 게다가 Redux에선 멀더의 목을 죄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 사만다의 이야기에 받은 충격을 정리할 틈도 없었고요. (CSM은 사만다를 만나게 해주자마자 - 분위기가 딱 그 다음날이었어요 - 'FBI 그만두고 나랑 일합시다'로 강펀치를 날리고, 멀더는 스컬리의 목숨이랑 자기 자유를 모두 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죠.) 멀더가 그 오랜 세월 찾아다녔던 사만다가 들려준 '난 멀쩡히 잘 살았어' 이야기, 결국 농락당한 셈이 된 자기 입장을 어떻게 정리했는지가 전혀 나오지 않잖아요. 언급이 전혀 없었죠. 2시즌 동안.



  그러니까 제가 보기엔 'closure'가 없었던 겁니다. 전에 다른 글에 썼었지만, 정서적 종결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고 봤어요. 물론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고 오프스크린으로 해결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만다 찾기가 사실 엑스파일의 직접적인 출발점이었던 만큼 그건 역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어주지 않은 거라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6시즌 마지막 에피인 Biogenesis 초반부에 정말 뜬금없이, 2시즌만에 갑자기 사만다가 멀더의 입에서 툭 튀어나왔을 때, 엄청 황당하긴 했지만(이미 찾았는데 뭘 또 찾아?) 제가 기다리던 내용을 다루어주려나보다 하는 기대를 살짝 하긴 했었습니다. 무려 3부작이었던 전개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중간에 길을 다 잃긴 했지만요.^^



  그래서 7시즌에 다시 사만다를 불러내야 할 필요성은 이해가 됐습니다. 정말 Redux의 그 신 하나로 끝냈으면 조금은 분개했을 거예요. 멀더가 사만다를 감정적으로 극복하는 과정이 하나도 나오질 않았으니까요. 진짜 사만다를 만났고, 그게 진짜 사만다였다고 인정한다고 해서 이야기가 거기서 그대로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Sein und Zeit/Closure는, 뉴에이지스러운 분위기와 Paper Hearts스러운 내용에도 불구하고 그거 하나만은 정말 제대로, 완벽히,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정말 개인의 취향차니까 난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뭐라 반박하거나 설득을 펼칠 수는 없지만, 그런 면에서 두 에피는 완벽했다고 봅니다. Sein und Zeit에서 아동납치 사건이라면 피해자와 남겨진 가족들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멀더가 어머니와의 통화를 통해 이 사건에 점점 개인적으로 말려들게 되는 걸 보여주면서 서서히 튜닝의 정도를 높여가다가, 한 주 간격을 두고 Closure의 오프닝 나레이션을 통해 그렇게 증폭된 멀더의 감정을 터뜨립니다. 그 나레이션은 화면도 화면이고 멀더가 읊는(?) 내용도 내용이고, 너무 몰입해버려서 숨죽이고 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사만다가 그 무덤 안에 있기를 정말 바랐다는 멀더의 말에 눈이 뻐근해지더군요. 사실 그 대사는 4시즌 Paper Hearts에서 로치가 사만다의 시체라고 알려준 유골이 사만다가 아니라는 걸 밝혀낸 직후 스컬리가 멀더의 판단을 확인해줬을 때(You're right, Mulder. It's not her), 그걸 받아들이는 멀더의 표정을 보고 제가 다음 대사가 그거일 거라고 거의 확신했었던 문장이거든요. 그 심리상태가 손에 잡힐 듯이 이해가 되더군요. 게다가 멀더는 어머니의 자살로 인한 충격과 죄책감까지 짊어지고 있었고요.



  필라의 존재는 매우 거슬렸습니다. 사기꾼 심령술사 같은 태도도 그렇지만, 멀더를 흔들면서도 정작 중요한 정보는 하나도 얘기해주지 않아서, 작가들이 너무한다는 (멀더에게 너무하는 것만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요) 생각이 확 들었거든요. 그렇지만 필라의 덕분(?)으로 에이프릴 기지 안으로 들어가 손에 넣은 사만다의 일기 내용이랑 그걸 멀더와 스컬리가 검토하는 식당에서의 연출이 너무 슬프고 좋아서 지금은 필라의 사기꾼같은 증언도 그냥 참고 봅니다.^^ 작가들이 스펜더를 잊지 않았다는 것도 엄청 고마웠고요. 식당에서의 그 장면은 정말 좋아합니다. 사만다의 일기 내용도 너무 가슴아프고요, 그걸 읽는 멀더가 감정적으로 무너져내리는 것도 그렇고, 그걸 위로해줄 스컬리가 옆에 있다는 것도 그렇고, 그냥 다 좋았어요.



  멀더가 남은 기록을 따라 사만다의 마지막을 보(았다고 하)ㄴ 간호사의 집에서 소년의 환영에 인도되어 간 언덕의 장면은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이 에피가 제게 감정적으로 미치는 여파가 너무 커서 부러 잘 안 보거든요. 처음 볼 때 모비의 음악에 믿기지 않을 만큼 동요되었던 것, 달려와 오빠를 끌어안는 '사만다'의 유보 없는 환한 웃음에 같이 미소짓는 멀더를 따라 저도 활짝 웃었;;던 기억은 남아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전 멀더의 마지막 대사에 눈물나게 감동했습니다. 다른 단어가 아니라 'free'가 쓰인 건 정말이지 화룡점정이라고밖에는 설명이 안돼요. 그 오랜 세월 짊어져 온 짐을 벗는 것, 놓여나는 것, 자유로이 된다는 것이 어떤 건지 Closure는 완벽하게 전달해줬다고 느낍니다. 멀더의 그 대사가 거의 허탈하게까지 들렸던 것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동안 사만다의 납치와 실종으로 겪어왔던 그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이 완전히 빠져나간 진공 상태가 그 두 마디로 확 다가왔어요. 이 신이 너무도 완벽해서 뭔가 설명하려고 하는 게 편견을 갖게 하는 사족이 되네요.



  말이 안되는 장면이 많은 줄은 압니다. 연결 안 되는 내용은 물론이고, 거슬리는 뉴에이지풍 스토리도 그렇고, 사만다의 일기가 그 기지에 그 긴 세월 동안 그 순간 발견되려고 존재했다는 듯이 남아 있었다는 그 우스운 우연도 그렇고, 애들이 과연 그 말도 안 되는 승천이란 걸 했느냐 하는 문제도 있죠. 감상적인 분위기도 한 발짝만 물러서면 턱끝에 간질간질합니다. 하지만 사만다 문제를 되살려냈던 90년대 초부터 7시즌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체험한 모든 단계적 상태를 앰버 린과 필라와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다시 겪어나가는 멀더의 감정적 동요가 절 너무 몰입하게 해서,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더군요. 전 이 두 에피에 완전히 만족합니다. "I'm fine. I'm free."를 듣는 순간 이제 엑스파일에 사만다의 실종이 재론될 일은 다시 없으리라는 걸 납득했습니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들었기에 8시즌 향방을 모르지 않았지만, 이렇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에피를 통해 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 건 매우 만족스러운 종결이었어요.


닫습니다



  잘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에피를 바라보는 제 시각은 그렇지만, 물론 이 에피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건 알고 있습니다.^_^ 제 자신도 '말려버렸다'는 느낌도 어느 정도는 있고요.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기엔 감동이 너무 크지만요.


  제 긴 사설이 되려 역효과를 불러오는 건 아닌가 많이 두렵습니다. 처음엔 제 글 대신 April Fool 님의 글을 그냥 링크시킬까도 생각했어요. 에피를 볼 때만큼이나 감동을 받았던 리뷰이고, 현재 네띠앙이 문을 닫아 인터넷에서 그분 글을 찾아 링크시킬 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AF님께서 쓰신 리뷰와 Kevin Patterson이 쓴 리뷰를 합치면 Closure에 대한 완전한 설명이 된다고 생각해요 :) 케빈의 리뷰는 구글 검색을 넣어보시면 찾으실 수 있습니다. 물론 영어입니다;


  다른 분들의 말씀도 듣고 싶습니다. 이 에피를 좋아하시건 싫어하시건 아님 그냥 무관심하시건..^-^ 어떻게들 받아들이셨는지 늘 궁금하니까요.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6. 04. 09에 쓴 뒤 다시 올리면서 수정을 거쳤습니다. 본문에 언급된 April Fool 님의 리뷰는 현재 April Fool 님의 다음 블로그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클릭하시면 새창으로 열립니다.)


Posted by Iphinoe

  [XF] 시즌 6 삭제장면 음성해설


  최근 이런저런 곳에서 6시즌 DVD 이야기를 듣다 생각이 나서. 이 이야기는 혼자 많이 아껴둔 얘기이기도 하다.


  지금 보니 워리넷(위 링크)에 답글 달다 '정말'을 많이도 썼는데;;, 당시는 태풍이 한창이어서 TF/OS의 테마인 '눈앞에 다가온 종말의 시작'을 반영이라도 하듯 어둡고 꾸무룩한 날씨였다. Two Fathers 방송하고 내내 날씨가 이상했는데, One Son 방송한 바로 다음날 대전이 태풍 영향권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구름이 손에 잡힐 듯 빽빽하게 깔려 있었고, 덩달아 하늘이 낮아졌고, 바람은 아파트 빌딩 사이를 걷고 있으면 곧 휩쓸려 날아갈 것 같이 불었다. 태풍 직접영향권은 아니었지만, 근처에서 나무도 몇 채 쓰러지고 창문도 솔찮이 깨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습기찬 날씨였지만 이상하게도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아 물기가 허공에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당연히 해는 거의 비치지 않아 대낮인데도 어둠침침했다. 뭔가 초현실적인 기분이 들게 하는 날씨였다.


  덕택에, 나는 지금까지도 그 날을 현실이 XF를 따라잡았던 '세상이 뒤집힌 날'로 기억하고 있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정말 그 날을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아니지만, 드물게 TV 안과 밖이 일치했던 경험이었다. 그 뒤로는 그와 같은 일을 겪어 본 적이 없다. 덕분에, 많은 분들 말씀대로 화면 상반부를 알록달록 수놓았-_-던 수해모금자막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에피를 정말(!) 실감나게 보았다. 6년여의 mythology를 정리하는 두 에피의 그 아마게돈 서막스러운 분위기는 아마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다.



  (2006. 01. 20)


Posted by Iphinoe

3x14 Grotesque 잡담

our town 2007. 4. 21. 08:15

  이 에피는 본방송 때 한 번 보고 며칠 전 처음으로 다시 본 것인데요, 이유인즉슨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는 엑스파일이 호러물이라지만 이상하게도 저한테는 볼 때에는 물론이고 보고 나서도 무섭다는 느낌을 주는 에피가 별로 없는데, 이 에피만은 한 번 보고 그 속에서 묘사된 광기에 영향을 받아버렸는지 다시 보려는 생각을 하면 좀 걸리더군요. 명희 님의 표현을 슬쩍 빌려오자면 '미친 파란색'이 에피 내내 절절 흐르는데, 정말 아름답고 그로테스크했습니다. 어둠을 이렇게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한 색채로 묘사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처음 볼 때는 몰랐었으니, 어쩌면 이제 와서야 이 에피의 미학을 조금이나마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도 모르죠.


  내용설명, 필요없지요?^^


  수사지원부(행동과학부는 멀더가 엑스파일에 들어오기 이전 시점에도 이미 이렇게 바꾸어 불렸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소속으로 멀더가 엑스파일에 빠져 떠나기 전에 속해 있던 팀 리더인 빌 패터슨이라는 캐릭터, 혹시 'He runs the investigative support unit out of Quantico.'이란 말이 그가 수사지원부 과장이라는 뜻은 아니겠지요...? 엑스파일 처음 만들 때 FBI 쪽 사람들과 만나 자문도 꽤 받았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자기들한테 자문해줬던 사람들을 홀랑 데려다가 벗겨먹은-_-;; 셈이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 사실 그 가능성을 생각하면서 혼자 내내 즐거워하긴 했습니다만.


  예전 직속 상관에 대해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는 멀더는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패터슨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멀더의 언급은 있지만... 저런 상태로 내내 같이 일하지는 못했을 테고, 아마도 특히 헤어질 때 아주 안 좋게 헤어졌던 모양이죠. KBS 더빙 때는 어떠했는지 기억나지 않고, 예술영화 자막에 따르면 패터슨이 멀더 이야기를 한 번 꺼냈던 것처럼 묘사되는데(패터슨 뒤에 따라다니던 부하 요원의 말입니다), 실제로 그가 한 말은 '술 몇 잔 들어가고 분위기 좋아지면 패터슨은 늘 멀더 요원 얘길 해요. 진짜 천재라고.' 정도의 뜻이었더군요. 패터슨이 멀더를 '훈련'시키고 있었던 것일까요.ㅡㅡa;;


  재미있는 대화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멀더의 과거 '잘나가던 요원 시절'이 나오는 에피들은 대화들이 찬란해서 정말 보는 즐거움을 주죠. 이번에 이 에피에서 찾아낸 부분은 멀더를 염려한 스키너가 스컬리를 따로 불러 멀더의 상태에 대해 묻는 장면인데, 스컬리가 경찰다운 의리를 지켜 파트너 보호에 집중하자(이 여자 정말 거짓말 못하는군요. 에이프릴 풀 님 말씀이 실감났습니다. 저라도 알아보겠어요.) "멀더가 걱정되나, 스컬리 요원?"하고는 스컬리가 "아뇨."하고 대답하자 "비공식적인(개인적인) 질문이었다면?"하고 다시 물어놓고 스컬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불쑥 "나도 그렇네.(나도 걱정돼)"라고 자답하는 장면이었어요. 이 사람들의 의사소통 방식, 진짜 경이롭지 않습니까^0^


  예전에 처음 봤을 때는 진흙으로 빚은 악마 부조 안에 시체 머리통이 들어 있었다는 내용이 제일 그로테스크하다는 심정이었습니다만, 안 본 사이에 머릿속에서 익숙해졌는지(좀처럼 이 설정이 잊히질 않았거든요)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패터슨이 멀더에게 면도칼을 휘두르는 장면에서 '앗 저 얼굴에 흠집이라도 나면 어쩌라고!!'가 먼저더군요. 9년(3-9시즌까지 7년, 종영 후 2년)여 동안 저도 변한 것이겠지요^^. 패터슨의 부하 요원은 좋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고, 나중에 또 등장시키면 재미있을 듯한 캐릭터였으나, 죽어버려서 안타까웠습니다.


  이 에피를 상당히 충격적으로 기억하고 있었긴 했지만, 의외로 스토리는 꽤 진부했던 것 같아요. 악마의 존재를 그렇게 직접적으로 다루겠다는 것도 요즘 잘 먹히는 선택은 아니고, 또 수사관이 범인으로 드러난다는 것도 그렇게 새로운 것도 아니고요 (전 패터슨이 범인으로 드러난다는 걸 잊고 있었습니다만, 놀랍지는 않더군요). 그럼에도 그 젖은 듯한 어둠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이 에피의 미덕은 그 아름다움인 것 같아요. 에미에서 촬영상을 탔었던가요? 그럴만한 작품이라는 데 백만스물다섯표 던집니다.



  (2005. 01. 31)


Posted by Iphinoe

혼란

our town 2007. 4. 21. 08:11

  8, 9시즌을 거친 지금에 와서도 mythology 줄거리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 불쑥 솟아오르곤 합니다. 대개는 궁금증이죠. 구멍이 송송 뚫린 플롯을 대하고 있자니 스스로 그 간극을 메꿔주고 싶어지는 게... 아마도 당연하겠지요....-_-;;


  어제 생각해봤던 건 바로 크라이첵의 머릿속에 든 '생각'입니다. 물론 하루이틀 품어온 의문은 아니었지만, 본격적으로 끄집어내본 건 얼마 안 된 것 같네요.


  멀더의 신념에 대해서는 드라마가 내내 설명해줬을뿐더러 시험대에 세우기도 수차례 했고, 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CSM에 대해서도 대립의 각을 세우기 위해 그만한 투자가 있었지만, 크라이첵은 mythology episode 내에서도 그만큼 대접받은 존재는 아니잖아요^-^ 뭐랄까, 기능적 존재에 더 가까웠으니까요.


  전 크라이첵이 순전히 자기 이득만을 보고 행동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를 움직인 동인(動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이 서지 않습니다. 크라이첵이 선택한 방식에 대해서는 납득이 가는데, 크라이첵이 정한 노선을 뒷받침하는 그 생각에 대해서는 아직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 열정이 이기심의 발로가 아니었다는 걸 믿고는 있는데 이유까지는 알 수가 없다보니, 크라이첵 편애(??) 모드인 사람이라 그 자리에 있지 않은 걸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요. ^-^;;


  요새 '사실'이란 어떤 것인가? 라는 문제제기에서부터 믿음의 문제, 믿는 방식의 문제에까지 나아가는 책을 보고 있어서 그런지, 누구 말마따나 이런 '생산적이지 못한' 의문도 왠지 정당화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런데, 정말로, 여러분들께서는 알렉스 크라이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2004. 01. 17)


Posted by Iphinoe

3x21 Avatar 잡담

our town 2007. 4. 21. 08:06

  로맨틱 로맨틱 로맨틱 로맨틱 로맨틱 로맨틱..


  스키너가 폭발하는 장면 굉장했다. 늘 담배맨과 맞장뜨던 장면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멀더가 '아무도 믿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똑같이 맞서 소리를 높인 것도.


  색이 묘하게 고운 느낌이 들었다. 똑같이 회색빛인 데다, 내내 비까지 오고 있었는데도.



  (2003. 07. 06)


Posted by Iphinoe

6x04-05 Dreamland 잡담

our town 2007. 4. 21. 08:05

  Dreamland 에피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내놓고 유머러스한 에피인데 - 처음 볼 때는 엑스파일의 색채가 변했구나 실감케 했었다 -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 이렇게 떠올려 보려면 슬픈 느낌으로 남는다.


  결국은 해피 엔딩일 거라 알고 있으면서도, 그 '한 스텝 늘어진' 여유작작한 유머에 유쾌하게 끌려다니면서도 문득 슬픔이 잔뜩 밀려오는 순간이 있었다. 연출과 연기가 모두 탁월했던, 멀더와 스컬리가 처음으로 모리스/멀더인 채로 마주서는 장면. 잘 끝날 거라는 걸 아는데, 그 순간 두 사람 해바라기씨를 주고받고 서로 웃어주는 모습은 정말이지...


  (솔직히 어떻게 끝내자는 건지는 좀 황망했었다만.)



  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종영했기 때문일까. 8-9시즌 때문일까. 둘 다 아니면 이 에피에 깔린 정서에 그런 감정이 배어 있기 때문인가. 내가 그 자리에 없는 걸 상상하나.


Posted by Iphinoe

7x21 Je Souhaite 잡담

our town 2007. 4. 21. 07:52

  어제 갑자기 Je Souhaite를 보다 느꼈던 당혹스러움이 생각났다.


  엑스파일답지 않은 날씬함이라고 할까, 그 전형성에 놀랐다고 할까. 엑스파일다운 느낌이 아니었다. 특히 결말.


  달리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이지만, Je Souhaite의 결말은 엑스파일로서는 수상쩍기 짝이 없다. 결론을 내리기보다 대립과 모순에 치중하고, 편을 들기보다 모호한 색깔을 유지하는 엑스파일답지 않은 느낌을 주었다. (이게 엑스 파일의 정체성인지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이 많을지 모르지만, 그 '열려 있는 특성'이 확실히 엑스파일의 큰 요소였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물론 이것 역시 내 시각이지만.)


  이 에피에서 다른 어느 때보다도 엑스파일의 변화, 세월의 흐름을 느꼈었다.


  역시 너무 매끄러웠어.



  (2003. 07. 14)


Posted by Iphinoe

  생각해 보니, 난 도겟이나 레이어스에게는 관심은 있을지언정 그닥 애정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좋아하고 어느 정도 애정을 갖고 있긴 하지만, 멀더와 스컬리를 바라볼 때만큼 그런 강한 감정은 아니다. 심지어 다른 조연들, 론건맨이나 크라이첵, 더 나아가서는 CSM을 볼 때만한 감정도 없다.
  8시즌을 싫어했고, 9시즌은 거의 외전으로 간주하고 봤던 게 원인이다.
  매력적이고 충분히 친근하고 좋은 사람들인데... 가끔은 그렇게 두 사람을 알아가고 좋아할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게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다지.. 정은 가지만, 그리 크지 않다.


  하긴, 도겟을 이만큼이나 좋아하게 된 것도 대단한 발전이다. 처음 8시즌 초기에는, 도겟 띄워주느라 나날이 망가져가는 스컬리 캐릭터를 도저히 참고 볼 수가 없어서 매 시간 도겟을 저주했었다;;
  일단 출발부터, 그러니까 within, without에서 도겟은 충분히 사람 자극하는 캐릭터였다. (이 단어 정말 안 좋아하지만, 그래서 사람한테는 한 번도 쓰지 않았지만, '재수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도겟 성우로 김세한 씨를 쓰지 않았다면 도겟이 그렇게 빨리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으리라는 게 지금까지도 갖고 있는 내 생각이다 (내 경우 8시즌은 영어로 먼저 접했었다).


  레이어스는 아무 생각 없이 귀엽다고 생각만 할 뿐.. 엑스파일 전개 자체와는 무관했던 캐릭터였으니까.^^;; (도겟은 멀더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도입했으므로 존재 의미가 조금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난 요즘도 8, 9시즌은 손대지 않는다;; 유일하게 가끔 돌려보는 장면은 empedocles의, 스컬리 병실 앞 복도에서 멀더와 도겟이 나누는 '악'에 관한 대화...


  그 때 멀더는 마음줄에서 뭔가 뽑혀나간 모습이었다. 조용한 체념의 분위기... 드물게 상냥함과 따뜻함을 숨기지 않았던 그 때를 생각하면.. 아, 정말이지 8시즌 후반의 멀더는 나로서는......


  보고싶다.



  (2003. 04. 04)

Posted by Iphinoe

결속

our town 2007. 4. 14. 19:53

  크라이첵과 마리타의 결속은 어떤 것이었을까?


  멀더와 스컬리처럼 신뢰에 바탕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열정만이 둘을 맺어준 매개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러기엔 둘 다 지나치게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던 사람들이다.


  Requiem에서 둘이 공유하는 건 증오지만, 그건 절대 전부가 될 수 없다. 마리타는 제쳐두고라도 우선 크라이첵이, 누군가에 대한 증오에 몰두해 그걸로 움직이기에는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나쁜 뜻이 아니다)이니까.



  (2003. 02. 25)


Posted by Iphinoe

  방금 우연히 생각나서 fire 대본을 훑어보고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에피를 통틀어 피비는 멀더의 이름을 딱 두 번 부른다. (멀더는 충분히 수시로 부른다.) 그리고 그 두 번 다 "멀더"다.


  물론 1시즌이라, sqeeze에서 설정해 놓은 멀더 캐릭터에 충실하려는 것이었겠지만, 훨씬 더 나중에 사귄 애인일 다이애나 파울리가 멀더를 꼬박꼬박 폭스라 부르는 것과 비교하면 묘한 느낌이 난다.


  멀더가 피비 그린을 '피비'라 부르는 걸로 봐서 (그리고 둘이 사귀었으니 당연히), 피비가 멀더를 '멀더'라고 부르는 건 멀더가 그렇게 불러달라고 말했기 때문일 것이고, 파울리가 멀더를 '폭스'라 부르는 건 (그가 '멀더'로 불리는 걸 선호한다는 걸 파울리가 몰랐다면) 멀더가 내버려두었거나, (그걸 알았다면) 멀더가 '폭스'라 불러달라고 했거나 파울리의 시도를 받아들였기에 변화가 생긴 것일 터이다. (복잡도 하다)


  음, 멀더는 영국 시절 꽤 피비에 깊게 빠져있었던 것 같고, fire의 분위기는 완전히 끝난 관계라고 보기엔 멀더가 너무도 긴장해서 뻘쭘해 있는데 (물론 피비의 캐릭터가 워낙...ㅡㅡ;; 그런 데도 원인이 있지만, 멀더가 그런 성격이라고 쉽게 휘둘릴 사람이 아니다 보니), 꽤 흥미로운 현상이 되었다.



  (2003. 02. 15. 이것도 언제 제대로 써야 하는데.)


Posted by Iphinoe

interval

our town 2007. 4. 13. 05:38

  끝이 끝이 아니라고 느껴졌던 것은 끝이 도무지 끝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 편이 더 나았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감동적인 파이널이었다면 그대로 절망해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끝이잖아! 내 마음에 그렇게 지우기 힘든 흔적을 새겨놓고 bye bye~하고 손흔들고 사라진다니!! 그렇게 생각했다면 감당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유는 몰라도 나는 그저 무덤덤하기만 할 뿐이라는 거였다. 한동안 그 이유를 생각해보고 나는 결국 그 이유는 '우리가 보고 있지 않더라도, 그들은 어디에선가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었다. 파이널이 도무지 파이널답지 않았던 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었는지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정말로 그들을 살아 있는 사람들처럼, 캐릭터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시대를 호흡했던 인물들로 기억하고 있을 거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건 썩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건 추억이 아니겠지?


(2003. 01. 22)
Posted by Iphinoe

  오늘 Trevor와 크라이첵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다.


  그는 크라이첵을 '자기 이익을 쫓아 움직이는 남자'로 보고 있었지만, greedy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썼다가 바로 취소했다.)


  그리고 나서 그가 생각해낸 단어가 저거였다.


  "I think he's angry, yes."


  'angry at what?'이라고 물어보진 않았지만^-^ (난 꽤 착하다 ;-)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우린 함께 웃었다. 그 단어가 너무도 적절해서다.



  (2003. 0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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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이첵은 언제쯤 권력협회의 눈에 들어 발탁(?)되었을까? FBI에 들어오기 전일까 후일까? 연수원 시절일까 아예 그 이전일까?


  마지막 가정을 따라가 본다면, 크라이첵의 FBI 입사(?) 자체가 권력협회의 계획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멀더 하나 감시하자고 그런 수고를 할 사람들이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겠지) 보면, 당시 권력협회는 크라이첵을 자신들의 수하이자 앞잡이보다는 더 많은 쓸모를 지닌 인물로 보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훗날 제프리 스펜더에게 맡기려고 했던 역할 (뒤에서 선을 대줘서 고위직까지 승진시키는 것. 어쩌면 블레빈스도 그런 경우였을지 모른다) 이 원래 크라이첵을 위해 예정되어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연수원 시절에 발탁된 것과 FBI에 들어온 뒤에 발탁된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크라이첵이 FBI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게 자기 의사였느냐 권력협회의 뜻이었느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 (스토리상으로는 아니지만.)


  멀더나 스컬리에 비해 한참 green FBI로 보이는 것도 그렇고, 여러 모로 sleepless의 그는 멀더보다 한참 연배가 떨어지는 후배로 그려진다. 그러니까 FBI 이전에 달리 쌓을 만한 경력이 없었을 거라는 얘기고, 이건 내가 생각한 가정과도 맞아떨어진다. 도겟처럼 경찰이나 해병대 경력이 있었다면 아무리 파기하려고 애쓴다 해도 어딘가는 자료가 있어야 마땅하니까. (CGB 스펜더의 기록도 찾아내는 마당에 론건맨이 크라이첵의 기록이 있기만 하다면 못 찾아냈을 리 없다.)


  Yes, he must have become angry at some point....



  (2003. 03. 16)


Posted by Iphinoe

JOSH EXLEY:  I tell you, when I saw that baseball game being played this laughter just... it just rose up out of me. You know, the sound the ball makes when it hits the bat?
  어느날 우연히 야구 경기를 보게 되었어요.
  사람들 웃음소리가 내 가슴을 강하게 때렸죠. 그리고 공이 방망이에 부딪히는 소리... 마치 음악 소리같았죠. 그리고 잔디 냄새, 가죽 글러브 냄새... 내 인생 처음으로 멍청한 짓을 했고 그 순간 사랑에 빠졌어요. 멍청한 짓이 그렇게 신난다는 건 처음 알았죠.


YOUNG ARTHUR DALES:  (smiling) Yeah.


JOSH EXLEY:  It was like music to me. You know, the smell of the grass, 11 men-- first unnecessary thing I ever done in my life and I fell in love. I didn't know the unnecessary could feel so good. You know, the game was meaningless but it seemed to mean everything to me. It was useless, but perfect.
  사실 야구라는 게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사는거지만 내겐 인생 그 자체죠. 멍청하고 쓸데없는 짓이죠. 하지만 아름다와요.


YOUNG ARTHUR DALES:  Yeah, like, uh... like a rose.
  마치... 장미처럼...


JOSH EXLEY:  Yeah, yeah, yeah, like a rose. See? You get it, Arthur. You're a fan.
  내 말을 알아듣는군요. 야구 팬 맞죠?


YOUNG ARTHUR DALES:  Uh-huh.


JOSH EXLEY:  Tell you, from that moment on I just couldn't fix myself to go home.
  야구를 접한 바로 그 순간부터 도저히 집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어요.



뱀발

  결국 그까짓 드라마 하나에 그렇게 매달리느냐'라는 말을 한두 번 들은 게 아닌데, 두 사람의 이 대화를 보거나 읽을 때마다 위의 말이 떠오른다. 이 에피소드를 좋아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단연코 이 대사도 들어간다.


  (난 DD 팬은 아니라 DD에 대해서 아는 건 없다는 걸 전제하고) DD가 6시즌부터 지친 기색을 드러내며 엑스 파일을 떠날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지만, 결국 이 드라마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이 에피소드를 볼 때마다 언제나 느낀다.


Posted by Iphinoe

  ...Jump the Shark에서의 론건맨의 어이없는 죽음 (그리고 그 에피 자체가 그것만을 위해 쓰였다는 점), William에서의 스펜더 캐릭터의 추락이 내게 불러온 격한 분노 그 자체에 대해서는 다음에 정리해 보기로 하고, 오늘은 막 떠오른 생각인 '나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던 제프리 스펜더 캐릭터가 망가진 것에 왜 분개했는가'를 시도해 보겠다.


  일단 다른 분들께 그동안 말했던 내용을 다시 반복하면, 난 스펜더를 좋아는 안 할 망정 동정하고 안타깝게 생각했다. 이번에 스펜더 캐릭터의 망가짐에 쇼크먹고 그가 나타났던 예전 에피들을 돌려보다가 다시 확인한 사실인데, 내가 처음 이 캐릭터가 참 안됐다고 생각했던 것은 6시즌 The Red and the Black에서였다. 여기서 스펜더는 멀더의 권유로 퇴행 최면을 받은 스컬리를 일부러 X-files 사무실로까지 찾아와, 자신이 열한 살 때 찍은 퇴행 최면 테잎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용당하지 말라고 말한다.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말야...... 그 비디오를 보여주다니.)


  여기서 나는, 자신에게 치부이자 숨기고 싶은 (그리고 사실 출세에 지장받고 싶지 않다면 당연히 숨겨야 되는) 비밀인 그 테잎을 스컬리를 생각해 들고 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스펜더가 본질적으로 나쁜 사람이 아니구나...하고 느꼈다. 그 전편 Patient X에서는 "인사고과나 걱정하며 어머니를 부끄러워하는(April Fool 님 표현)" 모습밖에 보지 못해서 그닥 인상이 좋지 않았는데, 이 행동에 나는 스펜더가 정말로 보통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본질적으로는 선한 사람이고, 욕심도 있고 남을 생각해 주는 마음도 있는 그런 지극히 평범한 사람 말이다.


  그리고 스펜더에 대한 내 동정심을 자극한 부분은, 그 테잎을 틀어주는 모습에서였다. 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애써 냉담하게 보이려 하며 play 버튼을 누른다. 하지만 그리고는 화면이 나오자 방 한켠으로 가서 반쯤 뒤돌아서서 서류를 만지작거리다가, 화면 속 꼬마(자신)의 진술이 클라이막스에 이르자 불편한 표정으로 다가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화면을 꺼버린다.


  정말 안쓰러워 보였다. 그래서인지 그 뒤에서 스펜더가 계속 멀더에게 딴지놓고 태클걸고 그의 일을 방해하고 스키너에게마저 방자하게 굴며 (요건 사실 참아주기 힘들었지만^^) 다닐 때에도 파울리만큼 나쁘게 보이지 않았다. (하긴 파울리의 경우는 다른 이유들도 이만저만 많은 게 아니지만.)

  One Son에서 진실을 (자기 몫만큼의, 그가 자신의 입장을 확고하게 결정짓기 위해 필요했던 만큼의 진실. 하긴 그는 그 이상 더 알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알고 난 스펜더의 행동과 그에 뒤이은 담배맨의 '처벌' (물론 정말로 그 순간 제프리가 총에 맞아 죽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은 나를 상당히 가슴아프게 했다. 그는 결국 철저하게 이용당했고, 숨겨둔 진실을 몰랐기에 서서는 안될 편에 서 있었다. (연줄을 이용해 승진하려 한 건 여기서는 논외의 문제다.) 그리고 진실을 알고 나자 그는 신디케이트 손에서 놀아났던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죄책감을 느꼈고, 일어난 일에 책임을 지려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돌려놓으려 했다 (그는 M&S에게 X-files를 돌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목숨을 잃었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다. (나는 그가 담배맨의 손에 죽음을 당했다고는 한 순간도 생각하지 않았다. 1013 스타일이 그랬고 - 파울리의 석연찮은 회생, 담배맨의 수차례에 걸친 화려한 부활을 보라. 그는 파이널에서도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 , 기실 컨소시엄으로서는 스펜더를 죽일 필요도 없었다. 그를 자신들의 꼭두각시로, 그들 손끝에서 춤추는 인형으로 삼았을 때조차도 그들은 스펜더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삶의 목적이었던 야망을 잃었고, 그것을 뒷받침해줄 기반도 잃었다 (설사 FBI 내에 그대로 남아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았다 해도 그가 더 이상 관리자급의 관료로 승진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사태에 책임을 지고자 했다. 그것이 FBI 내에서의 자신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모르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이건 이번에서야 One Son을 다시 보며 발견한 사실인데,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께로 가면서 스펜더는 멀더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나도 그 잠시 동안 거의 미쳐버릴 것 같은 심정이 되었다. 얼마나 불쌍한가 말이다. 그는 자신이 수행한 역할도 거의 없는 일에 - M&S는 어떻든 그 학살을 결코 막지 못했을 것이다 -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벌을 받고자 했다. 이미 자기 방식대로 자기 자신을 처벌하고 있는 거다. 그 순간 멀더의 표정이... 부드럽긴 해도 스펜더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쓰지 않는 듯 무관심해 보여서 더 가슴아팠다. 그는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유달리 냉담한 태도를 보인다. 크라이첵에 대한 멀더의 태도를 보라... 비록 그가 자기 아버지를 살해한 사람이긴 하지만, 결국 그걸 지시한 담배맨을 대하는 태도보다도 더 냉랭하다.)


  여기까지가 내가 이전에 해온 생각이고.. (물론 closure에서 내 동정심은 더해졌지만 그 이야기는 생략하고) 지금 막 든 생각은, 그러니까 유달리 스펜더에 대해 내가 그가 받을 만한 정도 이상의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스펜더가 너무나 평범한 보통 사람 (이게 맞는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이었기 때문에 역시 너무나 평범한 보통 사람인 나로서는 그의 캐릭터가 망가지는 것이 용납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동일시했다는 건 아니다. 공감? 그것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점이 작용한 것만은 확실하다.


  보통 사람 (음모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어찌보면 유일하게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친구다^^) 일 뿐 결코 악한은 아니었던 스펜더의 캐릭터를 완전히 망가뜨린 1013의 행위에는 정말 화가 치밀어오른다. 조연이라고, 자신들이 만들어낸 캐릭터라고 아무렇게나 손 안에서 가지고 놀아도 된단 말인가? 팬들은 뭐냐! 스펜더 팬은 글쎄.. (안전하게 표현해서) 거의 없는 줄 알긴 하지만 싫다. 이 안을 DD가 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는데, 카터도 아닌 DD가 그랬다는 말에 정말로 얼떨떨해 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 (DD에 대해 다른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라, 만들어진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입장이 아니라 연기하는 입장이다 보니, 작가나 제작자와는 또 다른 자세로 접근할 것 같아서다.) 배신감을 느끼기에는 DD의 멀더를 너무나 좋아한다. 오, 데이빗, 아무리 흥미롭다지만-_- 대체 왜 그런 거야... 왜 그 불쌍한 사람에게 그 잔인한 짓을......



  (2002년 12월 18일)



  이 글에는 뱀발이 달려 있다

  이 일기 중간에다가도 덧붙였던 건데, William과 Jump the Shark를 보면서 제일 격분했던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조심스럽게 조금씩 쌓아올린, 캐릭터들에 대한 팬들의 애정을 1013이 너무나 가볍게 보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이게 소설도 아니고 비주얼이 함께 가는 드라마인데, 아가사 크리스티가 그랬던 것처럼 '나 손뗀 뒤 다른 사람들이 쓰는 것이 싫어서' 캐릭터를 함께 데리고 갈 필요도 없는 일 아닌가. 이런 생각 때문에, William을 보고 난 후, '제대로' 보기 위해 스포일러마저 기피했던 그 동안의 신조를 버리고 파이널을 미리 봐버리기로 결심했었다.

Posted by Iphinoe

8시즌 푸념

our town 2007. 4. 6. 17:20

  제법 오랜 동안 팬픽 소스를 떠올리면 죄다 8시즌이라, 좋아하지도 않는 플롯에 왜 변명을 해주고 싶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에서야 그게 제 나름대로 8시즌 전개와 화해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노력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깨닫고 보면 무지 단순하고, 팬심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건데 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용납이 되는 것 같진 않아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건 8시즌의 앞 시즌 부정하는 내용 전개입니다. 이건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하나는 8시즌 전개가 7시즌 속에 깔려 있던 내용을 완전히 뒤엎으며 진행된다는 건데, 이건 무슨 의도로 깔아놓았는지 이해할 수 없거니와 멀더의 귀환과 맞물려서 제대로 매듭도 안 지어준 채 그냥 흐지부지되었다는 점에서 정말 맥락없고 쓸모없는 플롯이었습니다. 게다가 7시즌에서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보였던 멀더-스컬리의 감정 관계가 8시즌 넘어가선 멀더도 없는 판에 송두리째 부정되었다는 점이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그러나 이건 현실적으로 제작 환경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문제긴 합니다. 8시즌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폭스사와 DD의 협상에 달려 있었고 그게 어떻게 끝날지도 모르는 채 7시즌 피날레를 찍었다니 제작진(특히 작가진)의 혼란이야 따로 말할 필요도 없었겠죠. 플롯이 우왕좌왕하는 게 당연합니다. 8시즌 전체는 아무리 돈을 부어넣고 물량 공세로 찍었다 한들 날림공사라는 냄새를 강하게 풍겨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일 겁니다. '뇌의 이상으로 죽어가고 있던 멀더'의 스토리라인이 폼만 잔뜩 잡다 중간에 휘발된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스컬리 캐릭터를 망쳐버린 건 정말 용서가 안돼요. 그것도 새로 들어온 도겟을 띄워주느라 스컬리를 망쳐버렸다는 것. 믿는 자 멀더-회의하는 자 스컬리 역할분담을 도겟을 들여와서 한 칸씩 옆으로 옮기는 기계적인 재배치는 물론 멍청하고 한심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닙니다. (일단 M&S 궁합이 너무 좋았고 서로에 대해 정의된 입장이었기 때문에 멀더가 빠지면 스컬리도 위치가 흐려지니까요. 이건 그 누구한테도 힘든 일이었을 겁니다.) 게다가 '멀더가 없기 때문에 스컬리가 의식적으로 멀더의 시각으로 사건을 다루려 한다'는 식의 설명은 - 8시즌 중반에 나오죠 -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7년을 지나오는 동안 스컬리와 멀더가 고수하는 입장의 차이는 정말 그래서라기보다는 편의적인 것, 즉 사건 수사에 있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정도로 변해 있었으니까요.


  따라서 제가 받아들일 수 없는 건 사건에 대한 스컬리의 태도라기보다는 도겟에 대한 스컬리의 태도입니다. 둘 다 불편하지만 후자의 경우 반감이 더 커요. 제작진이 작정하고 띄워주는 게, 그리고 그 와중에서 스컬리의 캐릭터가 희생되는 게 보이잖아요. 그게 절정에 달한 게 로드러너였기 때문에 그 에피만 생각하면 지금도 헛웃음이 나면서 분노게이지 수직상승이라는 모순되는 반응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겁니다. 좋아해달라고 쓴 신이 도겟에 대한 호감을 늘이는 쪽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이 드라마에 염증을 일으키는 쪽으로 작동한 거죠. 그런 부작용을 모를 제작진이 아니었다고 보기에 왜 그런 이상한 만듦새를 보였는지 이해 불능입니다.


  왜 싫어했는지를 자꾸 되풀이해 말하는 것은 '아 나 정말 8시즌 싫어'를 강조하려는 게 아니고, 실은 일종의 심리치료입니다-0- 8시즌이 남긴 상흔을 씻어내고 완전소중 팬의 모드로 돌아가려면 어떻게든 이 상처를 극복해야 하는 거예요. 극복하고 싶거든요. 좋아한다구요. 8시즌과 좋은 관계에 있지까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어떻게든 화해는 해야 '추억'하는 입장에서 제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작업이 쉽지가 않군요.




  (2006년 12월 20일)


Posted by Iphinoe

2002년에 수룡님 홈페이지에서 했었던 이벤트 응모글이었습니다.^^ 이 글은 2003년 1월에 손을 본 두 번째 버전입니다.

글 접는 태그를 시험해보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군요. 이번엔 되려나...



길어서 접습니다


제 7시즌 최고의 에피는 연작 에피소드, sein und zeit와 closure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closure입니다. sein und zeit은 그 자체로는 별로...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에피소드로 기억합니다만..^^ 제가 이 에피소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멀더가 사만다를 *감*정*적*으*로*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Redux II 에서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만다를 보았던 게 우리가 사만다를 직접적으로 접했던 에피소드의 마지막이었고, 사실상 사만다를 다루었던 에피소드로서도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맞나요..?? ;;;)


사실 그 사만다 진짜이길 많이 바랬었습니다. 드라마 내러티브상으로도 괜찮은 설정이라고 보았고, 멀더가 사만다를 찾아다니면서 끊임없이 마주쳤던, 사만다가 이용당하고 고통받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사실이 아니길 바랬다는 점에서요.


사실 사만다는 멀쩡히 보통 인생을 살아왔던 겁니다!! DNA 뺏긴 다음엔 말이죠.. (사만다 클론은 있었으니.^^)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였는데, sein und zeit의 처음 한 20분 정도를 보아 나가면서, 열 좀 받았었습니다.


Paper Hearts의 재탕이잖아!!!!!!!!!!!!!!!!


원판의 그 복잡한 영어를 거의 반도 못 알아듣는 저의 머리로도 상황이 파악이 되었던 겁니다..^^


그리고 혼란한 산타 마을의 상황을 보며, 스컬리, 스키너, 무릎꿇고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용의자 위로 카메라가 떠오르며 끝없이 펼쳐질 것만 같은 둔덕들.. 무덤들을 보여주며 sein und zeit가 끝났었죠.


그리고 두근반 세근반 하면서 일 주일을 기다렸습니다.



closure에서 제가 처음 좋아하는 장면, 처음 시작 부분의 멀더 나레이션입니다.


서정적이고, 고아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영어로 보았으니 나레이션은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그 분위기와 그 아래로 펼쳐지는, 무덤을 하나하나 파헤쳐가며 시신을 수습하는 무거운 얼굴들, 밤이 되어 산 사람들은 물러간 공간에서 하나하나 떠올라 빛을 받으며 어디론가 향하는 아이들, 제가 감상적인가요? 아름답더군요.


그리고 다음으로 기억하는 장면은 사만다의 일기장을 발견한 멀더가 식당에서 스컬리와 함께 그 일기를 읽어내려가던 장면.



일기의 내용도 사람을 울렸지만 (네. 감상적입니다ㅡ.ㅜ) 그 순간 멀더의 복잡하고 슬픈 표정, 스컬리의 함께 슬퍼하고 위로해 주고자 하는 얼굴... (무슨 말이라도 해 주고 싶은데 할 말을 찾지 못한 표정으로 보였었죠)


모두 어우러지면서, 멀더의 슬픔이 진하게 다가왔고, 그만큼 비극성이 부각된... ^^ 그런 장면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은... 멀더가 소년의 영혼을 따라 빛의 언덕 (마땅히 부를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붙였습니다^^) 으로 인도되어 사만다를 만나는 장면...


정말 듀코브니 연기 잘하더군요. (식당에서에 이어 두번째로 감동먹음)

사만다의 밝은 미소, 그리고 반가워하고 안도하며 마음을 놓는 멀더의 표정...


사만다가 달려와 멀더를 끌어안고, 멀더가 손을 들어 사만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모습이 저로 하여금 절로 미소를 짓게 했답니다.


물론 이 부분에는 결정적으로, 모비의 음악이 작용했죠. 그 음악이 없었다면 그러한 감동을 받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정말 그 자리에 딱 들어맞더군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지막 장면.

스컬리의 괜찮느냐는 물음에 멀더가 "I'm fine."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I'm free.." 라고 했던 장면...


그 "I'm FREE" 에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Paper Hearts의 재탕에 가까운 내용, 멀더답지 않은 뉴에이지적 나레이션, 결국 사만다는 죽은 지 오래다는 사람 허무하게 만드는 결론) 기분이 되었습니다.


Redux II에서도 멀더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내러티브 속에 놓여 있는 사만다를 만납니다.


그러나 멀더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죠... 사만다가 두려워하고 겁내는 것을 알고 떠나보내긴 하지만, 마음 속으로 사만다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는 게 제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Biogenesis에서도 스컬리의 돌연한 (사실 말도 안 되는) 물음에 '사만다'라는 (역시 말도 안 되는) 대답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겠죠..


하늘을 올려다보며 "I'm free"라 한 멀더를 보는 순간 저는 이제 더 이상 엑스 파일에 사만다는 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물론 8시즌의 향방을 둘러싼 스포일러를 모르지 않았지만요)


멀더는 드디어 사만다를 놓아보낸 겁니다. 그 어둡고 암울한 기억, 자신을 저주처럼 사로잡고 있던 주문을 벗었던 겁니다..


물론 고통스러운 결말입니다만, 멀더를 위해서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I'm free"라 말하는 멀더의 기뻐하는 것이 아닌, 정말 '자유가 됨'을 드러내는 그 마지막 얼굴은 압권이었습니다.


(표현이 엉망이군요...-_-)




자... 그럼 미진한 감은 있지만 거기서 내버려 두고.. (더 잘 쓰기에는 능력이 딸리므로)


최악의 에피로 넘어가 보면,


제게 있어 최악의 에피는 둘입니다. 우열을 도저히 정할 수 없어 둘 다 쓰기로 했습니다.


둘 다 8시즌인데요, 하나는 roadrunner(종말의 신도들)이고, 다른 하나는 vienen(외계 바이러스)입니다.



'종말의 신도들'이 싫은 이유는 단연코, 스컬리입니다.ㅡ_ㅡ;;


그 에피 내에서의 스컬리에 대한 묘사가 저를 열받게 한 데다 그 전의 3주 동안 스컬리의 캐릭터화가 이그러지는 것에 내내 열받아오던 것이 절정에 달하면서 폭발했고 마지막으로, 저런 심란한 에피소드를 다른 사람도 아닌 빈스 질리간이 썼다는 데 있습니다.


스컬리는 분노할 수는 있어도, 비합리적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에 대해서는 그렇습니다.


도겟에 대해 스컬리가 분노했던 것은 절대적으로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그러나 도겟에 대해 비합리적으로 대하는 것은 스컬리답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8시즌 초반에서 내내 스컬리는 변명에 급급한 것처럼 그려지게 되죠ㅡ_ㅡ++


그런데 이 '종말의 신도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제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스컬리를 열심히 부각시켰습니다.


총을 넘겨준다는 어이없는 설정, '나에게 아이가 있단 말야!'라는 어처구니없는 대사 (아이가 있다는 걸 상기시킨 것만으로도 너무 열이 받았거든요^^) 어디서 구원자처럼 나타난 도겟은 또 전형적인 수퍼히어로처럼 스컬리를 번쩍 들어 안고 걸어갑니다. 거기다 쓸데없이 달라붙는 스컬리 옷차림, 그리고 마지막의 사과까지, 완전히 역겨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엑스 파일이라는 드라마 자체의 방향에 대해서 회의하게 만들더군요.



우선 스컬리가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부터, 스컬리는 파트너를 무시하고 현장으로 혼자 달려갈 사람이 아닙니다.


아무리 싫어하는 파트너여도, 반드시 같이 갈 겁니다. 더군다나 바로 앞의 에피소드 '박쥐인간'에서 서로 도움 받아가며 사건을 해결했는데 갑자기 그 다음에 마음이 바뀌어서 도겟에겐 사건에 대해서 알리지도 않고 혼자 간다고요?


그건 절대 스컬리가 할 만한 행동이 아니었습니다.ㅡ_ㅡ;; (말하다가 또 열받는..)


그리고 총을 넘겨주는 것, 여러 분들이 말씀하셨듯이 법집행관으로서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말도 안 되죠.


그리고 "내겐 아이가 있단 말야!!" 하고 비명을 지를 때 전 그 비명 때문에도 충분히 열받았지만 (아이...-_-++)


그 때 스컬리의 옷차림이 너무 돋보이는 바람에 기겁했습니다. 도대체 1013,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완전히 노골적인 '희생양'의 모습을 드러내는 스컬리..


그리고 대조적으로 너무나 쿨하고 멋있게 나타나 사건을 수습하며 돌아다니는 도겟..


쳇.


이게 1013의 8시즌 전략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아...... 한숨밖에 안 나오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에서 스컬리의 사과.


그 상황이라면 사과하는 게 당연하긴 하지만, 스컬리를 사과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아넣은 작가한테 하도 화가 나서 TV를 끄고서도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답니다.


아직도 roadrunner는 제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에피소드입니다.




roadrunner는 단독 에피소드니까 그나마 지워버릴 수라도 있죠. 엑스 파일 전체적인 이야기 진행에 크게 영향을 안 미치니까요.


그러나 이 '외계 바이러스', vienen은 제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조차 없는 에피소드입니다.


멀더가 FBI를 이 에피소드를 통해 떠났으니까요.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저를 화나게 합니다!!


8시즌을 마지막으로 듀코브니가 엑스 파일을 완전히 떠나며, 그렇기 때문에 멀더도 엑스 파일을, 나아가 FBI를 떠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8시즌의 마지막에 멀더가 엑스 파일을 떠날 줄 알았습니다.


마지막에 음모론 에피소드가 나오면서, 음모론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새롭게 깨달은 멀더가, '자신이 남아있는 것이 스컬리와 아기에게 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 (이게 제가 들은 스포일러 내용 그대로입니다^^) 엑스 파일을 떠나는 것으로, 스컬리와 아기의 인생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거대한 음모의 소용돌이에서가 아니고서는 멀더가 스스로 엑스 파일을 접고 물러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멀더가 어떤 사람입니까.ㅡ_ㅡ;;


그런데 멀더는 너무도 어이없게 가버렸습니다.ㅠ.ㅠ



스포일러를 접하지 않았던지라, 이 에피소드가 멀더가 떠나는 에피소드인 줄 몰랐습니다.


vienen 내용 자체는 그럭저럭 봐줄 만했고, 특히 기름 대신 흑유라는 설정은 멋있어서 멀더와 도겟 사이에 정형화된 티격태격이 오갈 때를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고 있었지요.


사무실에서 도겟이 멀더와 마주칠 때만 해도, 멀더가 그 순간 '해고'라는 단어를 입밖에 내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멀더가 자진해서 책임을 뒤집어쓰고 떠나요? 어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ㅡ_ㅡ++


멀더는 그만 일에 엑스 파일을 내놓을 사람이 아니잖습니까? 이게 순전히 저 혼자만의 생각입니까?


(하긴.. Kevin Petterson은 vienen 리뷰에서, 멀더는 그 이전 에피에서부터 자신이 더 이상 엑스 파일과 함께할 수 없으리란 걸 느끼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썼습니다만 저로서는 동의하기 힘듭니다... 잘 모르겠어요.)


멀더가 떠나는 이 장면에서, 그것도 너무나 순식간에 이루어진 (말 끝맺자마자 일어서서 손 내밀고, 도겟과 악수하고 바로 나가버렸죠) 과정에서 저는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없어 덜덜 떨었습니다.


기가 막힌다는 말 아시지요? 정말로, 문자 그대로, 기가 막히더군요.


가슴이 뻐근하고 묵직하게 뭔가 얹혀 있는 듯한 통증이...


얼마나 놀랐으면, 얼마나 뜻밖이었으면 몸이 그런 반응을 보였겠습니까......-_-;;


그 날 저는 순전히 멀더 때문에, 충격을 흡수할 수가 없어 여기저기 인터넷을 들쑤시면서


새벽 다섯 시 가량까지 앉아 있었습니다.


ㅡ_ㅡ;;;


여담이지만, 사실 그렇게 FBI를 떠나고 엑스 파일을 떠난 멀더가 깨끗이 사라졌다면 그 뒤로 화가 더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멀더는 엑스 파일을 떠났을 뿐이지 계속 엑스 파일들을 파헤치고 돌아다니잖습니까..


스컬리의 출산이 임박했기 때문이라고요?


그러니까 멀더는 8시즌 마지막에 엑스 파일을 떠났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맞지 않겠어요?


아아....


떠나기로 결심한 멀더가 모든 것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스컬리를 찾아와 아이를 사이에 두고 스컬리와 키스를 나누는... (이 장면은 모 카페에서 미리 보았음) 그런 장면을 상상했던 저에게 이건 너무도 과도한 배신이었습니다.




지금 읽으니 방방 떠서 쓴 글 같군요. 8시즌에 대해서는 배신감이 참 컸었습니다. 바로 위에 8시즌에 대한 글을 올리게 될 테니 거기 언급이 됐겠지만요. 참, 2003년 1월 버전에는 이 밑에 다른 어조로 쓴 추신이 있었는데 그것도 올려두겠습니다.



길어서 또한번 접습니다


아직도 8시즌은 내게는 악몽이고 잊어버리고픈 끔찍한 기억이다. 흡족한 에피를 찾을 수가 없었고, 도겟 캐릭터 때문에 스컬리가 망가져 가는 걸 내 두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정말 싫었다. 스컬리가 8시즌 전반부 내내 편협하고 꼬장꼬장하고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내세우며 히스테리컬한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가 된 건 오로지 그렇게 함으로써 도겟을 띄워주려는 의도라고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스컬리는 그럴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건 캐릭터에 대한 왜곡이었다고 본다.


거기다 더해, 8시즌에서 7시즌을 모조리 다시 쓰며 만들어낸, '멀더와 스컬리가 나누었던, 그 어느 때보다도 둘이 감정적으로 가까웠고 안정되어 있었던 그 관계 밑에 뇌의 이상으로 인해 죽어가던 멀더가 있었다'는 설정은 그 때는 물론이고 아직도 용서가 안 된다.


within-without 2부작에서 비현실적으로 큰 가족 묘비;; (심각해야 하는 순간인데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와 함께 등장한, '죽어가고 있었고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던 멀더' 설정이 처음 등장했을 때 나는 당연히 그게 권력협회 or 담배맨 쪽이 상습적으로 해온 증거 조작의 일부라 믿었다. 결국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언젠가는 모든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며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드리라, 그래서 멀더가 돌아오면 모든 것이 정리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멀더의 모습을 (비록 플래시백이라지만) 오랜만에 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the gift를 내가 싫어하는 이유는 거기서 '죽어가는 멀더' 설정을 현실화해 버렸기 때문이다. (도겟의 말이나 병원 기록 가지고는 안 된다)


멀더가 돌아와서 슈퍼 솔저로 재탄생할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부활하는 바람에 흐지부지되었지만, 그 플롯은 아직도 용서가 안 된다.


Posted by Iph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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